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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주주의 이익이 언제든 침해당할 수 있는 나라

2026.06.02 23:56

삼성전자 성과 뒤엔
단가 상승, 첨단 설비와
누적된 투자가 있었다

보상의 원칙 허문 기업에
누가 쉽게 투자하겠나
파업 견제할 장치 필요해



지난 5월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삼성전자 노사가 잠정합의안에 서명한 뒤 여명구(왼쪽) DS피플팀장,김영훈(가운데)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오른쪽)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 위원장이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나라 경제를 볼모로 잡은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위협이 일단 봉합되었지만 앞으로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성과 보상의 원칙은 “성과를 올리는 데 기여한 만큼 보상”하는 것인데, 성과가 있다고 어떤 기여를 했는지 따지지도 않고 파격적 보상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300조원은 전대미문의 성과이며, 대부분 단가 상승에 의한 것이고 생산 증가로 얻은 실질적 성과는 미미하다. 현재 반도체 생산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가 이룬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반도체 제조는 한 대에 수천억 원 하는 첨단장비가 하는 것이고, 나노 단위의 첨단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노동이 성과를 높일 수 있는 길은 사실상 없다.

진짜 일등 공신은 현재의 공급 능력을 만들기까지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퍼붓는 데 기여한 주주들이다. 2021년 22.6조원이었던 삼성전자의 연구개발 투자는 작년 37.8조원까지 늘었다. 5년간 148조원, 작년에는 하루에 1000억원이 연구개발에 투입되었다. 반도체 부문(DS)의 설비투자에 최근 5년간 233조원이 투입되었다. 이 기간 중 반도체 부문이 낸 이익은 78.1조원에 불과했다. 휴대폰 부문(MX)이 낸 61.5조원은 물론 전체 영업이익 178조원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반도체 설비투자에 쓴 것이다. 주주들이 더 많은 배당을 요구했더라면 이런 투자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익이 났을 때 더 많은 성과급을 요구하지 않은 과거의 직원들도 투자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특별 성과급이 그간의 부서별 투자 기여도를 반영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현재 메모리 분야 근무자는 6억원, 휴대폰 분야 근무자는 600만원을 받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기여한 바의 차이로 설명이 되지 않으니 납득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익 창출의 일등 공신이 투자라면 앞으로 경쟁력 유지·강화를 위한 기술개발, 설비 투자에 영업이익의 가장 큰 몫을 가장 먼저 배분해야 한다. 올해처럼 기대 이상의 큰 이익이 난 해에는 장차 적자가 날 때도 투자를 유지할 수 있는 금액까지 확보해야 한다. 2023년 반도체 부문이 14.9조원 손실을 냈을 때도 48.4조원 설비투자를 계속했던 것처럼.

앞으로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이번 삼성전자 노사 합의에서 2029년부터는 영업이익이 100조원만 넘어도 특별성과급을 주기로 한 것은 조만간 수익이 줄어들 것을 노사가 다 알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엄청난 돈을 버는데 경쟁업체들이 수수방관할 리가 없다. 미국 정부는 인텔에 직접 투자를 했고, 중국은 정부 주도로 인해전술 수준의 투자를 하고 있으며, 일본도 메모리 반도체 부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공급부족 상황은 오래 가기는 어렵다. 초과 세수로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겠다는 경제부총리의 말이 반드시 실천에 옮겨져야 한다.

길게 보면 더 큰 문제는 ‘주주의 이익이 언제라도 침해당할 수 있는 나라’라는 인식이다. 이런 환경에서 주식 투자든 실물 투자든,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누가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냐는 것이다. “기업의 이윤은 손실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한 주주들의 몫”이라는 대통령의 언급이 잉크도 마르기 전에 노동부장관이 노사 협의에 개입해 노조 편을 들고, 나아가 “대기업 초과 이익의 사회적 배분”을 거론하는 나라의 기업에 투자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미 카카오, 현대차, HD현대중공업,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에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내놓으라는 요구가 일고 있으며, 양대 노총은 협력 업체들을 부추기고 있다.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일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의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 효과가 저감될 수도 있고 대통령의 발언도 그 진의를 의심받게 될지 모른다.

노조가 부담 없이 파업을 할 수 있게 만든 노란봉투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견제 장치라도 마련해 줘야 한다. 반도체처럼 사실상 나라의 명운이 걸려 있는 기업의 경우, 방위산업처럼 파업을 제한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이는 헌법 개정 사항이라 당장은 어렵다.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수원지방법원의 결정처럼 “파업 시에도 핵심 시설의 점거를 금지하고, 회복할 수 없는 손실 발생을 막기 위한 수준의 공장 가동은 유지할 의무”라도 부과해야 한다.

경제운용의 최종 목표는 실물투자 활성화이다. 주식시장 활황이 실물투자 활성화로 이어지기도 전에 꺾이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제발 한번이라도 자본의 편에 서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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