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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소원이 바꾼 법정…대법 판례 나와도 재판중단

2026.06.01 19:30

‘사실상 도로 무상양도’ 관련다툼, 대법 판단 7개월 만에 2호 회부
헌법재판소. 국제신문 DB
- 유사소송 종결 못하고 무기연기

지난달 27일 오후 2시30분 부산지법의 한 민사법정. 재개발조합 사건의 막판 변론이 예정된 이날, 심리를 맡은 재판장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가볍게 웃으며 원·피고를 바라봤다. “관련 사건의 재판소원이 받아들여졌습니다. 나도 대법원 판례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만…. 앞으로는 계속 이렇게 되겠죠. 이 사건, 추정(재판 일시 정지)합니다.”

이는 대법원이 법 해석을 내놓은 사건조차 재판이 늘어지는 일이 반복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난 3월 도입된 ‘재판소원’ 제도가 그린 법정 새 풍속도다. 이 사건은 2023년 7월부터 조합과 지자체가 ‘사실상 도로’의 무상양도 여부를 놓고 다퉈왔다. 지난해 10월 ‘따끈따끈한’ 대법원 판례가 나왔기 때문에 다음 기일 정도에 선고가 날 법 했다. 그런데 지난달 12일 ‘재판소원 2호’로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에 회부되면서 선고일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일반적으로 유사한 사건이 여러 건 제기된 경우 하급심은 대법원이 판단을 내놓으면 그에 맞춰 선고한다. 부산만 해도 ‘사실상 도로’ 관련 대법원 판례가 나오자 2~3년 묵은 유사 소송들이 전부 대법원 판례 취지대로 판결되며 종결됐다.

재판소원 쟁점은 도시정비법상 민간 사업시행자에게 무상 양도되는 정비기반시설에 ‘사실상 도로’가 포함되는가다. 2017년 법 개정 전까지는 광역지자체 등 공공 사업시행자에게만 해당됐다. 이를 둘러싼 소송이 전국 각지에서 제기됐는데, 대법원은 법 개정 이전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면 민간 시행자에게 무상 양도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대법원이 옛 법을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해석해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재판소원이 제기됐다. 헌재가 재판을 취소하면 그에 따른 재심 사건이 이어지며 추가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건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관계자는 “서울에서는 유사 소송이 굉장히 많고, 부산에서도 3건이 진행 중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새 법정 풍속도를 둘러싼 법조계 반응은 유보적이다. 지역 한 변호사는 “대법원이 기존 대법원 판례를 뒤집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억울한 사건’의 재판을 새로 하기는 어려웠다는 점에서 재판소원을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결과에 따라 재판만 5, 6번씩 해야 해 불편함이나 경제적 부담이 뒤따른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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