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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120조 원 초대형 유상증자…반도체 랠리에 돌발 변수 [글로벌마켓 A/S]

2026.06.02 08:58



세계 최대 검색기업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800억 달러, 우리 돈 약 120조 원 규모의 초대형 유상증자에 나선다.

알파벳은 1일(현지시간) "기업과 소비자의 AI 솔루션·서비스 수요가 회사가 댈 수 있는 공급을 넘어설 만큼 강하다"며 "투자를 키워 앞에 놓인 거대한 성장 기회를 떠받칠 기반을 확장하겠다”며 이같은 계획을 공개했다.

대형 기술기업이 막대한 현금과 영업이익을 쌓아두고도 주식까지 찍어 자금을 조달하는 이례적 행보다. 이 발표로 알파벳 주가는 이날 오후 시간외 거래에서 1.98% 하락한 368달러선에서 거래됐다.

엔비디아가 전날 컴퓨텍스 2026을 통해 AI 노트북과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 진출하며 장중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던 뉴욕 증시도 약세로 돌아섰다. 야간 선물 시장에서 S&P500 선물지수가 0.24%, 나스닥100 선물이 0.35% 내리는 등 주요 3대 지수 선물이 일제히 하락세다.

◆ 구글에 힘싣는 버크셔…100억 달러 투자 합의

알파벳의 이번 대규모 자금 조달 계획은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를 주요 투자 축으로 삼고 있다.

알파벳에서 공개한 투자자 설명 자료에 따르면 전체 800억 달러 가운데 우선 일반공모로 300억 달러, 약 45조 원 상당을 마련한다. 이 가운데 절반인 150억 달러는 3년 뒤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의무전환우선주 형태로, 나머지 150억 달러는 보통주 클래스A와 자본주인 클래스C로 절반씩 발행한다.

남은 자금은 3분기부터 시작할 장내 주식 매각 방식으로 최대 400억 달러(약 60조 원), 이후 나머지 100억 달러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사모 투자로 조달할 예정이다.

버크셔는 기존 보유 주식 외에 이번 신규 자금 조달에 참여해 알파벳 A주를 주당 351.81달러, C주는 348.20달러에 각각 50억 달러어치씩 사들인다. 이는 기술주 투자에 소극적이던 워런 버핏이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난 뒤 그렉 아벨 체제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단행한 투자 중 최대 규모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투자 내역을 공개한 13F 기관 투자자 공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알파벳 보통주 보유 규모는 약 166억 달러 상당에 달한다. 이번 주식 발행이 마무리 되면 버크셔의 알파벳 보유 비중은 전체 포트폴리오의 약 10%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 주식 보상비용 눈덩이…인재 지키려 400억 달러 추가 조달

알파벳은 이번에 조달한 800억 달러가 모두 데이터센터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유상증자로 조달한 400억 달러는 AI 인프라 확충에 쓰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AI 인재 쟁탈 과정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주식 보상 비용에 들어간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모건스탠리가 주관하게 될 이번 유상 증자에서 장내 매각을 통해 남은 400억 달러를 조달하는데, 이 가운데 약 300억 달러가 임직원에게 주식 보상을 부여할 때 발생할 세금을 처리하기 위한 용도다. 즉 회사가 현금으로 직원 세금을 대신 내고, 같은 금액만큼 시장에서 주식을 팔아 메우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다.

미국 기술기업의 보상안은 주로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으로 이뤄지는데, 시간이 지나 온전히 직원의 소유 주식이 될 때 소득세가 매겨지도록 되어 있다. 고연봉자인 빅테크 직원들의 경우 급여의 절반이 세금으로, 알파벳 주가가 최근 1년간 2배 이상 상승하면서 관련 보상 비용과 함께 지불해야 할 세금이 동반해 늘어난 상태다.

오픈AI, 앤스로픽 등 유력 스타트업과 AI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알파벳의 입장에서 현금과 주식 발행까지 총동원해 핵심 엔지니어의 이탈을 막고 있는 셈이다.



◆ ‘잠 못 들게하는 컴퓨팅 용량’ …올해 시설투자 1900억 달러

알파벳의 이번 유상증자 계획은 오픈AI와 앤스로픽, 스페이스X 등 경쟁 AI 기업들의 대규모 기업 공개를 앞둔 시점에 이뤄진다. 단기간 기업 가치에 손해를 입더라도 중장기적인 AI 기술 우위를 확보하려는 경쟁의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알파벳은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올해 시설투자를 1800억~1900억 달러로 제시했는데, 내년에는 이보다 더 크게 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는 지난해 말 컨퍼런스콜에서 "저를 잠 못 들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컴퓨팅 용량"이라며 AI 인프라 확보의 절박함을 드러낸 바 있다.

AI 인프라 투자 경쟁에도 알파벳은 3월 말까지 1년간 1740억 달러의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등 월가 전망치 이상의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1분기 전체 매출은 1년 전보다 22% 늘어난 1100억 달러로, 클라우드 매출은 63% 증가했다.

향후 매출로 잡히는 클라우드 수주잔액은 한 분기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 46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2년 안에 매출로 인식될 전망이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외부 개발자가 매달 850만 명 넘게 구글 모델을 쓰면서 자체 모델의 처리량은 분당 190억 토큰으로 1년 새 여섯 배로 늘었다.

이와 경쟁하고 있는 앤스로픽은 미소스(Mythos)와 오퍼스 4.8 버전으로 AI 에이전트, 코딩 시장에서 앞서가고 있고, 오픈AI 역시 코덱스(Codex)와 챗GPT5.5 등으로 구글의 기존 트래픽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앤스로픽도 이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 IPO 투자 설명서를 제출하는 등 주요 AI기업들이 본격적인 자금 조달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 자체 현금으로 감당 불가…AI 데이터센터 '자금 전쟁'


문제는 시장 반응이다. 알파벳 주가는 AI기술에 기반한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 1년 새 122% 가량 올라 대형 기술주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 유상 증자 발표 직후 막대한 신주 발행이 기존 주주 가치를 희석한다는 우려에 시간외 거래에서 소폭 하락 전환한 상태다.

한동안 잠잠하던 자본 조달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관련 기업 가운데 오라클이 시간외에서 2.5% 가량 낙폭을 키웠고, 마이크로소프트가 2%, 아마존은 0.78% 하락 중이다.

이번 증자는 AI 인프라 자금조달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그동안 빅테크는 풍부한 영업현금흐름으로 투자를 충당해왔지만, 투자가 현금 창출 능력을 넘어서면서 지난해부터 외부 자금에 손을 벌리기 시작했다.

현재 알파벳을 포함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등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로 불리는 거대 기술기업이 올해 시설투자에 쏟는 돈은 합쳐서 7000억 달러를 넘어선다.

신용평가사 크레디트 사이츠에 따르면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시설투자 중 약 75%가 AI 인프라에 직접 투입된다. 매출 대비 투자 비율도 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치솟아 오라클은 매출의 86%, 메타는 54%, 마이크로소프트는 47%, 알파벳은 46%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빅테크가 AI 투자 자금을 대려고 지난해 발행한 회사채만 1000억 달러를 넘었고, 앞으로 수년간 기술업계가 찍어야 할 빚이 1조 5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하이퍼스케일러와 관련 합작법인에서만 2500억~3000억 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을 예상한다.

인공지능 투자에 빚을 많이 끌어쓴 오라클은 채권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 가격이 지난해 9월 이후 세 배 넘게 뛰며 경계 대상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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