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 블랙홀 된 AI…알파벳, 800억弗 실탄 장전
2026.06.02 17:34
알파벳, 인프라 투자 위해 유증
벅셔해서웨이서 100억弗 투자
아마존 등 빅테크, 일본·유럽서
非달러 회사채 발행 최대 전망
인프라 기업들도 CB 발행 늘려
인공지능(AI)산업에 자금 쏠림이 가속화하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1일(현지시간) ‘AI 컴퓨팅 인프라 투자’를 목적으로 800억달러(약 121조원)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빅테크가 유럽, 일본 등지에서 조달하는 비달러 회사채 발행 규모 또한 올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인프라 기업도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자금을 확충할 계획이다.
증자 금액 800억달러 중 100억달러는 벅셔해서웨이가 투자한다. 300억달러는 골드만삭스, JP모간체이스, 모건스탠리 등이 주관하는 공모 방식으로 조달한다. 400억달러는 시장에서 순차적으로 주식을 매각하는 방식을 통해 확보할 예정이다.
알파벳은 최근 채권시장에서도 공격적인 자금 조달을 이어왔다. 2월 300억달러 이상 글로벌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유럽 시장에서도 약 110억달러를 조달했다. 지난해 11월에는 250억달러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알파벳은 자회사 구글을 통해 올해 풍력·태양광 개발 업체 인터섹트를 인수했다.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월가는 이번 증자를 “AI 시대 핵심 자원인 데이터센터, 전력, 반도체를 선점하기 위한 알파벳의 공격적 투자 전략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 등에서도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올해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 업체)의 비달러 회사채 발행 비중은 전체의 30%로 1년 전 대비 두 배 늘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유로 채권시장에서 하이퍼스케일러의 채권 발행 규모가 500억유로(약 8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경우 미국은 프랑스를 제치고 유로존 최대 회사채 발행국이 된다. 당장 아마존은 3월 채권을 8건 발행해 145억유로를 조달했다.
이는 빅테크들이 자금 조달원을 다변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미국보다 낮은 금리를 활용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JP모간은 “빅테크가 미국 외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면 미국 회사채 시장의 금리 인상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빅테크보다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AI 인프라 기업은 CB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AI 관련 기업이 발행한 CB 규모는 570억달러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전체 CB 발행 규모는 지난해 기록한 연간 최고치(120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AI 관련 주식의 기업가치가 급증하고 변동성이 커져 CB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B는 일정 조건이 되면 발행사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통상 일반 회사채보다 금리가 낮다. 바클레이스는 “대부분의 발행사는 하이퍼스케일러가 아니라 AI 핵심 인프라를 직접 제공하는 기업이거나 AI 확산의 2·3차 수혜 기업”이라고 전했다.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는 올해 4월 만기 6년에 연 이자율 1.75%로 CB 35억달러어치를 발행했다. 하루 전 발행된 회사채(17억5000만달러) 금리가 연 9.75%에 이른 것을 감안하면 자금 조달 비용을 크게 낮췄다. 시가총액 480억달러 반도체 기업인 온세미컨덕터는 지난달 5년 만기 CB를 13억달러어치 발행했다. 당초 연 0.5% 이자율을 제시했지만 자금이 몰리며 무이자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자산운용사 RBC블루베이는 “유망한 AI 관련 기업의 주가 상승을 노리는 투자자는 무이자 채권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한명현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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