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전
[지평선] 인생 홈런
2026.06.02 17:01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KBO리그 두산 베어스가 이틀 연속 역전 만루 홈런을 쏘아 올리며 2연승했다. 두산은 지난달 29일 경기에서 7대 3으로 끌려가다가 9회초 역전 만루 홈런을 포함해 6점을 내고 빅이닝을 완성, 9대 7로 역전승했다. 이튿날에도 6대 3으로 지다가 6회초 만루포로 뒤집었다. 두 경기 연속 역전 만루 홈런이 터진 건 2002년에 이어 리그 역대 두 번째다. 큰 점수 차로 지고 있던 두산팬 입장에선 쾌감 그 자체였을 것이다.
□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거이자 메이저리그 아시아인 투수 통산 최다승(124승) 기록을 보유한 박찬호지만 만루 홈런에 대한 쓰라린 기억이 있다. LA 다저스 소속이었던 1999년 4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로 한 이닝에 한 타자에게 연타석 만루 홈런을 얻어맞았다. 아시아인 최초로 월드시리즈에 출전한 김병현은 2001년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4, 5차전에서 이틀 연속 9회말 2사 후 동점 홈런을 맞았다. 4차전에선 연장 끝내기 홈런까지 맞고 고개를 숙였다.
□ 야구팬을 들었다 놨다 하는 홈런은 ‘야구의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단숨에 4점까지 낼 수 있어 앞서는 팀은 상대방의 추격 의지를 꺾고 승기를 굳힐 수 있고, 추격하는 팀은 경기 흐름 및 분위기를 바꾸고 나아가 승부를 뒤집기까지 할 수 있다.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 찾아보기 힘든 묘미다. 경기 내내 실책을 저지르고 타격에서 부진했던 선수도 마지막 끝내기 홈런 한 방이면 그날의 경기를 지배한 선수로 칭찬받는다.
□ 일상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다. 로또나 복권도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당첨금이 하향 조정돼 인생 역전을 꿈꾸기엔 부족하다. 이런 때 반도체 호황에 기댄 코스피 활황은 홈런을 기대하게 한다. 지난달 27일부터 발매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개인 순매수가 나흘 만에 약 5조 원(1일 기준)이나 몰린 것도 인생 홈런을 노리는 게 아닐까. 다만, 기관이나 외국인은 매도 우위라는 걸 감안하면 홈런 타자가 삼진도 많이 먹는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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