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전
175년 전 만남부터 명품 도자기·보석 꽃까지…한-프 140년 여정(종합)
2026.06.02 17:31
조불수호통상조약 문서 원본 나란히…고종이 선물한 청자·의궤 눈길
선물·기록으로 본 '우정'…김영희 장인이 재현한 '반화' 공예품 전시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일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 전시에서 관계자가 '조불수호 통상조약'을 살펴보고 있다. 이 전시는 8월 2일까지 열린다. 2026.6.2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귀국 대군주께서 우리나라 대프레지던트께 후하게 보내는 각종 진기한 물건을 가지고…."(프랑스 대통령에게 보내는 기증물에 대한 면세 의뢰 건 법안 문서 중)
1888년 조선과 프랑스 사이에 특별한 '선물'이 오갔다.
사디 카르노(1837∼1894)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2년 전 체결한 조불수호조약을 기념해 자국을 대표하는 '명품' 세브르 도자기를 보냈다.
이에 고종(재위 1863∼1907)은 은은한 빛을 띤 고려청자, 국가의 주요 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상세히 기록한 의궤(儀軌), 역사서 등을 선물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일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 전시에서 관계자가 '조불수호 통상조약'을 살펴보고 있다. 이 전시는 8월 2일까지 열린다. 2026.6.2 scape@yna.co.kr
여러 보석과 금속으로 꽃, 나무를 장식한 공예품 '반화'(盤花)도 함께였다.
140년 전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맺은 뒤 한국과 프랑스가 이어온 역사를 양국 정상 간에 오간 선물과 기록으로 살펴보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고궁박물관이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맞아 이달 3일부터 8월 2일까지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과 함께 선보이는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이다.
손명희 국립고궁박물관 전시홍보과장은 2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과 프랑스 양국이 함께 걸어온 140년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일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 전시에서 관계자들이 '옹기 주병'을 살펴보고 있다. 이 전시는 8월 2일까지 열린다. 2026.6.2 scape@yna.co.kr
전시는 두 나라가 주고받은 각종 선물과 서신, 문서 등 160여 점을 모았다.
1886년 체결한 조불수호조약 문서 원본, 이듬해 고종이 친필로 서명하고 국새를 찍은 조약 비준서, 이를 증명하며 발행한 문서 등이 공개된다.
조선과 프랑스의 만남을 엿볼 수 있는 '특별한' 옹기도 나왔다.
1851년 신안 비금도에 표류한 고래잡이배 나르발호의 선원을 구출하려고 온 프랑스 외교관이 조선 관원을 만난 뒤 받은 옹기병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일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에서 관계자들이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 전시를 살펴보고 있다. 이 전시는 8월 2일까지 열린다. 2026.6.2 scape@yna.co.kr
병의 바닥면에는 주민들로부터 다과와 함께 받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어 당시 잔치를 베풀어 선물을 나누는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조선과 프랑스가 주고받은 다양한 선물은 시선을 끈다.
사디 카르노 대통령이 고종에게 보낸 대형 장식용 병, 고종의 답례품인 청자 대접 2점과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 등이 전시된다.
정조(재위 1776∼1800)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행사를 정리한 의궤, 역사서 '휘찬여사'(彙纂麗史) 등의 선물은 국내에서 처음 공개해 의미가 크다.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일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 전시에서 관계자가 '백자 채색 살라미나 병'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이 전시는 8월 2일까지 열린다. 2026.6.2 scape@yna.co.kr
박물관은 "고종의 답례는 단순히 받은 선물에 화답하는 것을 넘어 조선의 전통과 정체성을 담아 우호의 뜻을 전하는 정중한 외교적 예우"라고 강조했다.
고종의 선물 가운데 가장 시선이 쏠리는 건 반화다.
1953년 사디 카르노 대통령의 후손이 국립기메아시아예술박물관에 기증했는데, 전시에서는 국가무형유산 옥장(玉匠) 보유자인 김영희 장인이 재현한 복제품을 선보인다.
운송하는 과정에서 자칫 유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일 서울 중구 덕수궁 돈덕전에서 열린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 기념 특별전 '반화:상서로운 마음' 언론공개회에서 한 참석자가 반화(복제품)를 촬영하고 있다. 원본은 프랑스 국립기메아시아예술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2026.6.2 scape@yna.co.kr
연꽃잎 무늬를 새긴 금속 화반(花盤·꽃을 담도록 만든 자기) 위에 정교하게 장식된 소나무, 측백나무, 모란, 난초 등은 눈여겨볼 만하다.
모란은 부귀와 상서로움을, 소나무와 측백나무는 장수, 절개 등을 상징한다.
전시는 이 밖에도 백범 김구(1876∼1949)와 프랑스 영사가 함께 촬영한 사진,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다양한 선물을 찬찬히 짚는다.
한국과 프랑스의 140년 여정은 덕수궁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일 서울 중구 덕수궁 돈덕전에서 열린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 기념 특별전 '반화:상서로운 마음'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가 자수병풍을 살펴보고 있다. 이 전시는 8월 30일까지 열린다. 2026.6.2 scape@yna.co.kr
돈덕전에서 3일 개막하는 '반화: 상서로운 마음' 특별전은 고종이 선물한 반화를 중심으로 조선 왕실의 길상 문화와 근대 외교의 역사를 조명한다.
진귀한 재료로 완성한 반화에 더 주목한 전시로 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곽희원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 학예연구사는 "반화는 조선 왕실의 가치관과 시대적 상황이 투영된 문화적 산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일 서울 중구 덕수궁 돈덕전에서 열린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 기념 특별전 '반화:상서로운 마음' 언론공개회에서 관계자가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이 전시는 8월 30일까지 열린다. 2026.6.2 scape@yna.co.kr
청나라 대에 유행한 분경(盆景·분에 화초나 조화 등을 심어서 자연의 경치처럼 꾸민 것)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구성, 도상 등이 다른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돈덕전 1층에 있는 27m 길이 벽면에서는 발광다이오드(LED) 기술을 활용해 반화 속 꽃과 나무, 각종 장식을 생생하게 구현한 디지털 영상도 만날 수 있다.
덕수궁 전시는 8월 30일까지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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