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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시세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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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 INTERVIEW] “자산이 된 보석, 희소성에 무게 둬야”

2026.06.02 17:30

윤성원 한양대 신소재공정공학과 겸임교수


금값이 온스당 5595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찍은 올 1월, 보석 시장의 온도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지난해 롯데, 신세계, 현대 등 국내 3대 백화점의 하이 주얼리 매출은 평균 30%나 성장했고, 올 들어 그 속도는 2배나 빨라졌다. 22년간 전 세계 경매시장과 보석 광산, 하이엔드 브랜드 현장을 오가며 보석 전문가로 활동해온 윤성원 한양대 신소재공정공학과 겸임교수는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강연의 질문이 달라졌다”며 “예전엔 좋은 다이아몬드 고르는 법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현시점에 어떤 브랜드의 하이 주얼리를 사야 투자가치가 있는지, 다이아몬드를 언제, 어떤 채널로 팔 수 있는지가 주요 관심사”라고 달라진 시장 상황을 전했다. 최근 보석을 실물자산으로 분석한 <나는 금 대신 보석을 산다>를 출간한 윤 교수는 “보석은 지금도 가격 형성 과정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시장”이라며 “하지만 은행 주요 지점의 VIP 대상 강연에 ‘보석 테크’란 제목을 붙을 만큼 금융기관이 보석을 이야기하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윤성원 한양대 신소재공정공학과 겸임교수
▶ 윤성원 한양대 신소재공정공학과 겸임교수

주얼리의 역사, 보석학 정보, 트렌드, 경매 투자, 디자인, 마케팅 등 모든 분야를 다루는 주얼리 스페셜리스트다. 한양대에서 12년째 보석학 전공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뉴욕 GIA 공인 보석감정사(G.G.)이자 경영학 박사다. 12년째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주얼리 소비와 유통 현장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하이 주얼리 브랜드의 VIP 고객 강의 및 임직원 교육도 맡아왔다. <젬스톤 매혹의 컬러> <세계를 매혹한 돌> <세계를 움직인 돌> <보석, 세상을 유혹하다> 등을 저술했고, 최근 <나는 금 대신 보석을 산다>를 출간했다. 본지에 ‘윤성원의 주얼리 인사이트’를 기고하고 있다.



지금, 왜 보석인가
Q <나는 금 대신 보석을 산다>의 출간 시점이 흥미롭습니다.

A 지난해 롯데백화점의 워치·주얼리 매출이 35%, 신세계백화점 럭셔리 주얼리가 31%, 현대백화점의 4분기 워치·주얼리는 42.4%나 껑충 뛰었어요. 같은 해 백화점 전체 매출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이건 정상적인 수치가 아닙니다. 올해는 더 가팔라졌어요. 1분기에만 3대 백화점 하이 주얼리 매출 평균이 작년 연간 평균보다 두 배 가까이 뛰었고, 3월 한 달만 보면 신세계백화점의 럭셔리 주얼리가 100.7%나 늘었습니다. VIP 고객을 대상으로 강연에 나서면 10년 전엔 ‘어떤 보석이 좋은가’를, 3~4년 전 팬데믹 당시엔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느냐’를 물었어요. 지금은 ‘비가열 사파이어와 가열 사파이어 가격 차이가 얼마나 되나’ ‘미얀마 쿠데타가 루비 가격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나’란 질문이 일상적으로 나옵니다. 책을 낼 시기라고 생각했어요.

Q 책 제목이 꽤 도발적인데요.

A 어떤 분들은 금을 사지 말라는 거냐고 묻기도 하는데, 그건 아니에요. 자산의 카테고리를 한 칸 더 넓혀야 한다는 의미죠. 금은 시세가 정해져 있지만 보석은 구조가 다릅니다. 같은 1캐럿 사파이어도 카슈미르산과 마다가스카르산의 가격이 수십 배나 차이 나거든요. 금과 보석은 같은 카테고리가 아니라 다른 자산이에요. 한국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에 아직 그 칸이 비어 있다는 게 이 책의 문제의식입니다.

Q 얼마 전 KB금융그룹이 낸 ‘2025 한국 부자 보고서’를 보면 금·보석이 단기 유망 투자처 2위에 올랐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순위인데.

A 관심은 빠르게 늘었는데 공부할 자료가 부족한 실정이에요. 저도 현장에서 이 흐름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올해 미래에셋 VIP 회원 대상 티파니앤코 강연의 첫 질문이 ‘이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어떤 채널에서 팔 수 있느냐, 언제 매도해야 하느냐’였어요. 보석 테크가 자연스러운 시대가 된 겁니다.

Q 일각에선 랩그로운(합성) 다이아몬드 도매가가 2018년 이후 90% 이상 폭락한 마당에 천연 다이아몬드 시장도 끝난 것 아니냐고 하던데요.

A 시장이 끝난 게 아니라 두 개로 확실히 쪼개지고 있어요. 천연은 희소성으로, 랩그로운은 생산 효율로 가격이 책정됩니다. 역사적으로 비슷한 변화가 있었어요. 20세기 초에 미키모토가 양식 진주 기술을 완성해 시장에 진입했을 때, 초창기에는 진주 가격이 폭락했지만 천연 진주는 별도의 프리미엄 자산으로 분류돼 살아남았거든요. 100년이 지난 지금도 양식과 분리돼 거래되고 있습니다. 수급 데이터를 보면 방향이 뚜렷한데요. 지난해 천연 다이아몬드의 글로벌 생산량이 약 1억 캐럿이었어요. 1992년 이후 최저 수준이었습니다. 올 3월에는 캐나다 다이아빅 광산이 생산을 마감했고, 드비어스는 올 생산량 목표를 2100만~2600만 캐럿으로 낮췄죠. 이전이 2600만~2900만 캐럿이었으니 약 20% 줄어든 셈이에요. 그 결과 올 1분기 라파포트 지수 기준으로 1캐럿 다이아몬드 가격은 4.2% 하락한 반면 3캐럿 이상은 오히려 가격이 유지되거나 올랐습니다. 1캐럿 이하는 랩그로운과 경쟁하며 가격 압박을 받고, 3캐럿 이상은 공급이 줄면서 희소성 프리미엄이 붙는 구조가 됐어요.

Q 그럼 소비자 입장에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사도 괜찮을까요.

A 판단 기준은 하나예요. 다이아몬드를 자산으로 가져갈 것인가 소비재로 즐길 것인가. 소비재라면 랩그로운은 합리적입니다. 같은 외형의 다이아몬드를 약 10분의 1 가격에 살 수 있으니 시각적인 만족도 높고 분실 부담 없이 일상용으로 착용하기에 좋죠. 하지만 자산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랩그로운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가격이 내려가는 구조예요. 처음 나왔을 때 수 백만원이던 대형 TV가 지금은 대형마트에서 수십만원에 팔리는 것과 같은 논리예요. 되팔 경로가 거의 없습니다. 까르띠에, 반클리프아펠, 티파니앤코, 그라프, 해리 윈스턴 등의 럭셔리 메종은 랩그로운을 사용하지 않아요. 메종이 천연을 고집하는 게 다이아몬드 자산 시장의 마지막 방어선인 셈이죠.

문 열린 유색석의 시대
Q 사파이어, 루비, 에메랄드를 넘어 파라이바 투르말린, 스피넬까지 수요가 확산되고 있는데, 유색석이 화두가 된 이유가 있습니까.

A 다이아몬드는 4C(Carat, Color, Clarity, Cut)라는 표준 등급 체계로 규격화된 시장이에요. 랩그로운이 천연과 같은 스펙을 90% 싸게 공급하면서 다이아몬드의 가격 논리가 흔들렸죠. 유색석은 구조가 다릅니다. 같은 루비라도 산지, 색의 채도, 처리 여부, 내포물이 전부 달라서 한 점 한 점이 사실상 개별 작품이죠. ‘같은 걸 싸게 만들었다’는 논리가 성립되기 어렵습니다. 합성 유색석과 천연의 시장은 100년 전에 이미 분리됐어요. 감별도 상대적으로 용이해서 대체 불가능한 희소성을 가진 유색석에 시장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습니다.

Q 유색석에 접근하려는 투자자에게 피해야 할 함정이라면.

A 지금 주목할 만한 품목은 스피넬이에요. 레드 스피넬, 코발트 블루스피넬은 최근 국제 시장에서 수요가 뚜렷하게 늘었고, 루비나 사파이어보다 진입 가격이 낮습니다. 일부 컬러는 100만원대에도 시작할 수 있어요. 단 세 가지 함정을 피해야 합니다. 감정서 없이 거래되는 보석, 처리 여부가 표기 안 된 보석,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보석이죠. 보석상에 가서 ‘천연인가요’ ‘처리됐나요’ ‘산지가 어디예요’ ‘감정서는 어느 기관이죠’ 등 네 가지 질문만 해도 판매자의 태도가 달라질 겁니다. 대답을 얼버무리면 그냥 나오세요.

한국 보석 시장, 구조적 한계와 돌파구
Q 한국에서 보석이 자산으로 정착하지 못한 구조적 이유로 ‘순환 인프라의 부재’를 꼽았는데.

A 해외에는 보석 한 점이 1차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팔린 뒤, 시간이 지나면 경매나 프라이빗 세일로 다시 시장에 나오는 순환 구조가 있습니다. 경매 결과가 공개되고 그 데이터를 딜러와 컬렉터가 공유하죠. 프라이빗 딜러가 중간에서 매매를 연결합니다. 이 순환 속에서 가격의 근거가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한국에선 이 순환이 제도화돼 있지 않아요. 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어요. 현행 개별소비세법상 500만원을 초과하는 보석에 개별소비세 20%가 붙고, 여기에 교육세와 부가가치세가 더해집니다. 정식으로 구입하면 세금만 약 40%가 추가되는데, 1억원짜리 보석이 영수증 발행 매장에서 약 1억4000만원이 되는 셈이죠. 같은 보석을 두바이에서는 부가세 5%, 홍콩에선 부가세 자체가 없습니다. 출발선부터 국제 시세보다 40% 높게 시작하니 자산화의 첫 조건인 시세와 거리가 멀어지는 거죠. 1977년에 특별소비세법으로 보석을 사치 품목으로 묶은 시점부터 종로, 남대문 중심의 현금 거래 관행이 굳어졌고, 그 50년이 한국 보석 시장의 경로를 만든 겁니다.

Q 그 한계를 돌파하려면 어떤 점이 선행돼야 합니까.

A 국제 수준의 감정 인프라, 가격 공개 메커니즘, 인증된 리세일 채널, 그리고 세제 합리화가 진행돼야죠. 금도 한때는 장롱 속에 숨기던 물건이었는데, 지금은 은행에서 사고 ETF로 투자하는 제도권 자산이 됐습니다. 보석은 아직 그 전환점을 못 넘어섰을 뿐이에요.

Q 그럼 투자자 입장에서 현실적인 선택지는 무엇입니까.

A 인프라가 없어서 자산화가 막힌다는 건 절반만 맞는 진단이에요. 인프라가 없어도 통하는 보석을 사면 됩니다. 국제감정서(GIA, 구벨린, SSEF 등)가 붙고 등급이 국제 시장에서 통하는 보석은 한국에 리세일 인프라가 없어도 출구가 열려 있습니다. 크리스티와 소더비 서울 지사에서 일정 등급 이상의 보석은 위탁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직접 홍콩 경매에 출품할 수도 있어요. 구입 시점부터 출구를 염두에 두고 등급과 산지, 처리 정보가 국제 표준 안에 있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안재형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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