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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ETF 투자, ‘눈에 보이는 보수’가 전부는 아니다

2026.06.02 17:51

■이규성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수석연구원
이규성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수석연구원
퇴직연금 적립금이 500조 원을 돌파하고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을 통한 투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실적배당형 비중이 최근 3년간 2배 성장하고, 특히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금액은 3년 연속 100%대 증가율을 기록하며 실적배당형 상품의 40%를 차지하는 등 주요 투자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ETF가 각광받는 이유는 몇 가지 명확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ETF는 기본적으로 분산투자 상품이다. 주식형 ETF의 경우 최소 10종목 이상에 의무적으로 분산투자해야 한다. 두 번째 장점은 투명성이다. 일반 펀드와 달리 일별 납부자산 구성내역(PDF)을 통해 투자 자산이 매일 투명하게 공개된다. 세 번째는 환금성이다. 주식처럼 매 순간 실시간으로 매매가 가능해 시장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낮은 비용 역시 큰 매력이다. 올 5월 기준 국내 상장 ETF의 평균 운용보수는 0.3% 수준이며, 최근 경쟁 심화로 0.01%대의 초저보수 ETF도 50개가 넘는다.

그렇다면 ETF 투자 시 비용은 정말 운용보수(총보수)만 보면 될까. ETF를 사고팔 때 투자자들이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비용은 운용보수다. 이 때문에 운용보수만 강조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표면적인 운용보수만 고려해 투자할 경우 예상보다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실질적 총비용(TCO)을 결정하는 숨은 요소인 ‘매수-매도 스프레드(Bid-Ask Spread)’를 간과하기 쉽기 때문이다. 운용보수가 운용사에 지불하는 명시적 비용이라면, 매수-매도 스프레드는 시장에서 거래할 때마다 지불하게 되는 암묵적인 거래비용이다. 투자자가 거래하려는 매수호가와 매도호가 사이의 차이를 의미하는데, 이는 해당 상품의 유동성과 거래량에 따라 달라진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뱅가드가 미국과 유럽 ETF를 대상으로 연간 거래 횟수별 비용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장기 보유 투자자에게는 운용보수가 주된 비용인 반면 리밸런싱 투자자에게는 매수-매도 스프레드가 주된 비용이었다. 특히 유럽의 경우 운용보수율이 0.07~0.2%로 미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저렴한 편이었지만, 유럽의 매수-매도 스프레드는 매매 건당 0.03~0.1%로 미국에 비해 약 3배나 컸다. 유럽의 ETF 유동성이 미국의 15분의 1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유럽 투자자는 거래 빈도가 연 4회 이상만 돼도 전체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자산 배분이나 은퇴 자금 관리를 위해 ETF 포트폴리오를 자주 재조정하는 투자자일수록 단순히 운용보수 수준만 볼 것이 아니라 ETF의 유동성과 호가 간격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ETF를 거래할 때는 거래 시간도 유의해야 한다. 유동성공급자(LP)의 의무 호가 제공이 면제되는 정규시장 개시 후 5분 간(오전 9시~9시 5분)과 장 종료 전 단일가매매 시간(오후 3시 20분~3시 30분)에는 호가 스프레드가 벌어지거나 비정상적인 가격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표면상의 운용보수만 보고 접근했다가, 유동성이 부족하거나 불리한 시간대에 거래해 매매 과정에서 더 큰 비용을 치를 수 있는 셈이다.

투자에서 ‘싸고 좋은 것’은 눈에 보이는 보수 수치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ETF 비용은 거래할 때 대부분 결정된다. 자산형성에서 리밸런싱이 중요한 만큼 숨겨진 실질 거래 비용에 대해 꼼꼼히 따져보는 안목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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