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 '빅3' 등판에 불붙은 KDB생명 매각…셈법 복잡해진 산은
2026.06.02 15:46
태광·한투 2파전서 5파전 확전…몸집 불리기? 단순 실사 목적?
본입찰 참여는 미지수…거래 성사 급한 산은, 추가 카드 꺼내나
KDB생명의 7번째 매각 시도가 예비입찰부터 예상 밖의 '흥행'을 기록했다. 당초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태광그룹(흥국생명)의 2파전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생보업계 '빅3'가 모두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며 5파전 양상으로 판이 달라졌다. 2014년부터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위로 돌아갔던 과거와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하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원매자가 늘어나며 어떻게든 매각을 성사시켜야 하는 대주주 산업은행의 셈법은 한층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예상 깬 5파전 양상…본입찰까지 관심 이어질까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이 지난 1일 예비입찰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한 결과 총 5개사가 참여했다. 당초 유력 후보로 꼽히던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태광그룹(흥국생명)에 이어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생보 3사가 전격 참전한 것이다.
다수 기업이 인수 의사를 밝힌 핵심 배경은 생보사 매물의 '희소성'이다. 최근 보험업권 인수합병(M&A) 시장에 손해보험사 매물은 잇따라 등장했지만 생명보험사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업계에선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와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생보사가 더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KDB생명이 산업은행 자회사로서 쌓아온 대체투자 자산 운용 역량 역시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매각 진입장벽이 과거보다 낮아진 점도 원매자들의 구미를 당겼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아울러 원칙적으로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하되, 인수자가 원할 경우 매각 전 추가 자본 보강을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추가 증자 여지까지 열어두면서 인수를 검토하는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다만 예비입찰의 열기가 본입찰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선 '빅3'의 참전을 두고 전략적 판단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사를 통해 향후 경쟁 업체 품에 안길 KDB생명의 재무 상태를 들여다볼 기회로 삼을 수 있어서다.
빅3와 KDB생명의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이미 자산 300조원 수준인 삼성생명은 총자산 17조원 규모에 부실 자산이 섞인 KDB생명을 인수해 얻을 실익이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생명 역시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K-ICS)이 58.8%로 규제 기준(50%)을 넘겼으나 자본 여력이 넉넉하지 않아 추가 출자가 필요한 보험사 인수는 부담이다. 실제로 KDB생명의 K-ICS 비율을 금융당국 권고치인 130%까지 올리려면 약 8000억원, 최소 법적 기준인 100%를 맞추려 해도 4000억원가량의 대규모 자본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실질적인 시너지를 노리는 곳은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태광그룹으로 좁혀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총자산 23조8000억원 수준인 태광그룹 계열 흥국생명이 KDB생명(17조원)을 품을 경우 단숨에 몸집을 두 배가량 키울 수 있으며, 그룹 차원의 2조원대 현금성 자산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
또 무산되면 '책임론' 불가피…속 타는 산은의 셈법
문제는 예비입찰에 대형사가 대거 참전하면서 매도자인 산은의 셈법이 복잡해졌다는 점이다. 산은이 그동안 KDB생명에 투입한 자금은 2조원을 웃돈다. 통상 매각 과정에서 원매자가 늘어나면 경쟁이 붙어 매도자의 선택지가 넓어진다.
하지만 이번 건은 다르다.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거래 성사가 절실한 산은 입장에선 본입찰 이탈을 막기 위한 추가 당근책을 꺼내야 할 수도 있다. 2014년 이후 6차례나 매각에 실패(2020년 JC파트너스, 2023년 하나금융그룹 등)했던 터라, 후보들이 자본 부담 등을 이유로 본입찰에서 이탈해 또다시 유찰된다면 산은 책임론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생보사'라는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매물이 쌓여있다는 점 역시 변수다. 현재 보험업계엔 예별손해보험, BNP파리바카디프생명과 더불어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안 조건부 승인을 받아 매각 작업 재개 기반을 마련한 롯데손해보험까지 다수의 보험사가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산은은 조만간 예비입찰 참여사들을 대상으로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를 선정하고 실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본입찰은 이르면 오는 8월께 치러질 전망이다. 예비입찰의 뜨거운 열기가 실제 계약이라는 결실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다시 무산의 쓴잔을 마시게 될지 금융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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