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이게 대통령님 삶입니까” 뒷거래 제안한 YS 한방 먹이다
2026.06.01 05:01
제17회 첫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하다
국민 여러분이 잘 알고 계시듯 나는 2002년부터 4년간 서울시장으로 일하면서 청계천 복원 등 많은 일을 했다. 그런데 내가 그보다 7년 전인 1995년에도 서울시장직에 도전한 적이 있다는 사실은 기억에서 희미해졌을 것 같다. 내가 당내 경선에서 패배해 본선에 오르지도 못했기 때문일 거다.
그러나 그건 결과적으로 큰 승리였다. 지금부터 왜 그 패배가 승리였는지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보려 한다.
앞서 얘기했듯이 초선 의원 시절 나는 무력감을 느꼈다. 나는 일을 하러 국회에 왔지만, 그곳은 근본적으로 일을 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 무렵 ‘풀뿌리 민주주의’라 불리는 지방선거가 35년 만에 부활했다. 여야는 1995년 6월로 결정된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었다. 최대 승부처는 역시 서울시장 선거였다.
서울은 가난했던 청년 이명박이 꿈을 꿀 수 있게 해줬고, 그 꿈을 실현해준 곳이다. 현대건설에서 내 손으로 구석구석, 하나하나 다시 일으켜 세웠던 곳이기도 하다. 서울이란 도시에서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던 나는, 그런 만큼 서울의 문제점을 속속들이 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서울시장이야말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자리라고 확신했다.
‘서민 CEO(최고경영자) 출신인 내가 서울을 제대로 한번 경영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았다. 당에서 서울시장 후보 경선 공고를 내자, 좌고우면하지 않고 지원한 이유다.
그런데 분위기가 수상했다.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라면 당연히 쟁쟁한 사람들이 앞다퉈 출사표를 낼 줄 알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나 말고는 당최 지원하는 사람이 없었다. 궁금증이 풀린 건 한 선배 의원이 넌지시 답을 알려준 뒤였다.
" 이 의원, 왜 이렇게 눈치가 없어요. 당에서 그냥 형식적으로 경선 공고를 낸 거잖아요. 이미 선거에 나가실 분은 정해져 있어요. 빨리 손 떼지 않으면 큰일 날 겁니다. "
그가 언급한 ‘선거에 나가실 분’이 바로 14대 대선 때 YS의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정원식 전 국무총리였다. 그건 YS의 뜻이었고, 누구도 거역할 수 없었다. 다른 의원들은 청와대의 기류를 읽고 알아서 지원을 안 한 것이었다.
" 아니, 내가 왜 그만둡니까. 전략 공천할 후보가 있다면 당이 경선을 철회하면 될 일 아닙니까. 그러면 내가 무슨 이의를 제기하겠어요. 하지만 내가 먼저 그만둘 수는 없습니다. "
수많은 여당의 정치인들이 나를 낙마시키기 위해 온갖 감언이설과 협박을 병행했지만 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YS가 직접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는 나를 청와대 조찬에 불렀다.
YS는 차분하고 침착하게 나를 달래면서 설득해나갔다. 그는 정 전 총리를 선택한, 나름의 논리도 제시했다.
" 정 총리가 말을 참 잘합니다. (야당 서울시장 후보인) 조순(전 한국은행 총재)하고 토론 한번 붙어 뿌면, 그걸로 끝이라. "
나는 동의할 수 없었다.
" 말씀대로 정 총리께서 말씀을 잘하시죠. 하지만 서울 시민은 말 잘하는 것만 보고 표를 주지는 않을 겁니다. "
YS는 호언장담했다.
" 내가 정치 한, 두 해 해봤나? 내가 다 압니다. 정 총리가 나가면 무조건 됩니다. 틀림없습니다. "
그리고는 나를 다그쳤다.
" 고마 여서 접읍시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젊은 사람이 머가 급해가 이카노! "
그러더니 갑자기 나에게 비장의 무기를 슬쩍 찔러넣었다. 후술하겠지만 그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제안이었다. 나는 그 제안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나 역시 승부수 없이 청와대에 갔을 리 없다. 나는 YS의 제안을 되받아친 뒤 그 승부수를 꺼내 역공을 가했다.
그게 제대로 먹혀들었다. 그 순간 YS의 표정이 확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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