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테크]'바다 위 유령함대' 첫 투입
2026.06.02 08:02
해경에 무인수상정 해령 인도 예정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로 병합하고 대교를 건설했다. '크림대교'다. 이 대교는 길이만 12마일(약 19.3km)에 달해 지정학적 야욕을 드러낸 '푸틴의 자존심'이라고 불렸다. 그 자존심은 한 번에 무너졌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이후 러시아군의 핵심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공격 대상 1순위로 크림대교를 노렸다. 많은 공격무기는 필요 없었다. 25만달러(3억 6200만원)인 무인수상정(USV) 한 대면 충분했다. 200만달러(29억원)에 달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보다 효과는 탁월했다. 공격 영상이 공개되자 각국은 USV의 공격력에 놀랐고 개발에 속도를 냈다. 우리 군도 USV 전력 배치를 앞두고 있다. 해군이 도입할 해양 무인기술을 보기 위해 한화시스템 구미공장을 찾았다.
본동에 들어서자마자 웅장한 스크린에 띄워진 무인수상정과 무인잠수정이 한눈에 들어왔다. 대함전·대잠전·대기뢰전 등에 활용되는 미래 전장의 핵심 전력들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한화시스템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해양 무인체계 연구를 시작한 기업"이라며 " 2011년 국내 최초 무인수상정인 '아라곤 1호'를 개발한 이후 15년간의 기술 집약 기술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해경에 국내 첫 무인수상정 실전 배치
무인수상정 '해령(SEA GHOST)'이었다. 해령은 연안에서 수색구조, 감시정찰 임무 수행을 하는 해양경찰청용 무인수상정이다. 2021년 6월부터 개발이 착수했다. 5년만인 올해 해령 개발완료를 앞두고 있다. 무인수상정이 실전에 배치되는 건 국내 최초다. 해령의 길이는 전장 12m, 중량 14t이다. 디젤-하이브리드 엔진이 국내 최초로 적용됐다. 최고 속도 40노트(약 74㎞/h)까지 주행할 수 있지만, 20노트로 운항한다면 최장 12시간까지 운용이 가능하다. 해령은 뿌연 바닷속에서도 3차원 지형을 그릴 수 있는 측면주사소나(SSS) 자율무인잠수정 4대, 해저 지형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합성개구소나(SAS) 자율무인잠수정(AUV) 1대를 탑재한다. 침몰선과 실종자의 위치 등을 현장에서 바로 찾아낼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이필엽 무인체계팀장은 "SSS 잠수정이 표준화질(SD)이라면, SAS 잠수정은 초고화질(UHD) 화면"이라면서 "상선의 침몰지역이나 해난구조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궤도 통신위성 통해 먼바다에서도 운행
해령의 활동반경도 넓어진다. 저궤도 통신위성 덕분이다. 해령은 세계 3대 위성통신 기업인 유텔셋 원웹의 저궤도 위성을 이용할 예정이다. 유텔셋 원웹은 총 634대의 저궤도 위성을 발사했다. 민간인이 사용하는 위성과 달리 유텔셋 원웹의 위성은 주로 군과 정부가 주로 이용한다. 보안이 그만큼 철저하다. 한반도 상공에는 저궤도 위성 7대가 24시간 대기한다.
한화시스템은 개발을 완료한 단말기와 게이트웨이를 연결해 이달까지 시범운영을 마칠 예정이다. 게이트웨이는 위성과 위성통신 단말기 간에 보안기술을 담당한다. 저궤도 위성을 이용하면 해령이 먼바다를 나가더라도 통제가 가능하고 보안에도 문제가 없다. 전송속도도 뛰어나다. 2개의 채널을 통해 풀 고화질(FHD)과 데이터를 고화질 스트리밍(100Mbps)으로 전송할 수 있다.
자동 이접안, 회피 자율운항 등 신기술 접목
안정성도 끌어올렸다. 자율이접안용 라이다(Lidar)와 파도측정레이더(Rader)라는 두 개의 눈을 달았다. 스스로 항구에서 이접안을 한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자동 주차가 되는 셈이다. 2023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에서 이미 검증까지 마쳤다. 파도측정레이더(Rader)로 항해 안정성도 높였다. 파도의 높이, 방향을 감지해 안전 경로를 최우선으로 찾아 항해한다. 덕분에 '파랑 회피 자율운항' 기술이 가능해졌다.
우리 군은 정찰과 전투 기능을 갖춘 무인수상정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해군은 2022년 유·무인 복합체계 종합발전계획의 일환으로 '네이비 씨 고스트(Navy Sea GHOST)'를 발표하기도 했다. 북한 공기부양정 침투, 해안을 통한 밀입국 등 경계 작전에 투입될 병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화시스템은 앞으로 해양 무인체계의 대량생산을 염두에 두고 있다. 2만 7000평(8만9000㎡) 부지의 신사업장으로 생산 기반을 확장한 이유다. 공장 내부에 들어서니 복도 길이만 150m가 족히 넘었다. 기존 사업장보다 2배가 커진 규모다. 3층엔 해양 전투체계를 시험하는 장소로 가득했다. 콕핏(Cockpit)형 통합함교체계(IBS)도 보였다. 일자형 형태이던 함교 형태를 항공기 조종석 형태로 바꿨다. 양옆으로 조종사와 부조종사가 앉는다. 기존 9명 이상이 필요했던 함교 시스템 운용을 2명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울산급 호위함부터 인원 줄인 조종석 적용
우리 해군에는 2029년에 배치될 울산급 호위함 배치(Batch)-Ⅳ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조종석에 앉아보니 팔걸이에 장착된 패드 하나로 통신, 방송, 대함 방송 등이 가능했다. 전방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상선에는 가상의 정보가 떠 올랐다. 자동차의 헤드업디스플레이(HUD)기술과 흡사했다. 상선의 정보, 고유번호, 거리, 방향, 속도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함정전투체계(CMS)도 진화하고 있다. 2000년 이후 20년 이상 개발하며 함정 전투체계(CMS)를 국산화했다. 우리 해군 함정 90여척에 CMS를 공급했다. 수출도 활발하다. 필리핀에만 2600t급 호위함, 3200t급 초계함, 2400t급 원해경비함 등 13척의 함정의 CMS를 수출했다.
조규성 해양시스템 팀장은 "국내 최초로 함정통합기관제어체계(ECS), CMS, 통합함교체계(IBS)까지 3박자를 모두 갖춘 유일한 기업"이라면서 "소형급부터 대형급까지 해양 무인체계 제품 라인업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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