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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삼전·닉스·현차 최대 20배 레버리지 선물 출시…국내 법 저촉 논란

2026.06.02 11:56

각 종목 주가 추종…테더 활용해 24시간 연중무휴 역외 거래
“실질은 파생상품” vs “독립적 가상자산”…해석도 엇갈려
역외거래라도 국내 영향 땐 적용 가능…자본시장법·특금법 쟁점
금융당국 "상품 자체보단 내국인 상대 행위 기준으로 판단"
국내 인가 없는 바이낸스 논란 여지…분류 기준 공백 드러나
[이데일리 정윤영 기자] 글로벌 최대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주가를 추종하는 무기한 선물 상품을 출시했다. 국내 대표 상장사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고위험 파생상품이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거래되기 시작하면서 국내 법 저촉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바이낸스는 2일 새벽 SK하이닉스(SKHYNIXUSDT), 삼성전자(SAMSUNGUSDT), 현대자동차(HYUNDAIUSDT) 주가를 추종하는 무기한 선물 상품을 출시했다. (사진=바이낸스)
2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이날 SK하이닉스(SKHYNIXUSDT), 삼성전자(SAMSUNGUSDT), 현대자동차(HYUNDAIUSDT) 주가를 각각 추종하는 무기한 선물 상품을 출시했다. 최대 레버리지는 20배에 이른다. 이들 상품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현대차 주가를 기초로 가격이 움직이는 구조다. 결제자산은 테더(USDT)이며, 최소 주문금액은 5 USDT다. 거래는 24시간 연중무휴로 이뤄진다.

바이낸스가 한국 관련 전통 금융자산을 기초로 한 파생상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바이낸스는 지난 3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즈 MSCI South Korea ETF(EWY)’를 기초로 한 EWYUSDT 무기한 선물을 출시한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한국 증시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미국 상장 ETF를 기반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개별 대기업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문제는 이 상품이 자본시장법상 규율 대상인 ‘파생상품’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만약 자본시장법상 파생상품으로 인정될 경우, 이를 계속·반복적으로 거래·중개하는 행위는 금융투자업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업 영위를 위해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바이낸스는 국내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은 사업자다.

법조계에서는 경제적 실질만 놓고 보면 주식 파생상품에 가깝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내 상장주식을 기준으로 가격이 움직이고,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격 변동에 따라 손익이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배당이나 의결권 같은 주주 권리도 없다. 바이낸스 공지에 포함된 8시간 단위 펀딩 레이트(funding rate) 역시 시장 가격과 기초 종목 가격의 차이를 조정하는 장치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현행 자본시장법만으로 위법 여부를 곧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본시장법 제5조는 기초자산의 가격이나 지수 등을 기반으로 장래 특정 시점에 금전을 주고받는 계약을 파생상품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바이낸스 측에서는 해당 상품이 독립적인 시장 가격으로 거래되는 가상자산 상품일 뿐, 전통적인 주식 파생상품과는 다르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핵심은 이 상품이 실질적으로는 주가 연동 상품처럼 보이더라도, 법적으로도 자본시장법상 파생상품으로 분류될 수 있는지 여부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런 유형의 상품을 정면으로 다룬 판례나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태다.

설령 자본시장법상 파생상품 해당 여부가 불분명하더라도, 역외 규제와 가상자산 규제 쟁점은 별도로 남는다. 자본시장법 제2조는 해외에서 이뤄진 행위라도 국내 시장이나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 법 적용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역시 FX마진거래 무인가 투자중개업 사건에서 해외 거래소를 통한 거래라는 이유만으로 국내 규제를 당연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가상자산 규제 측면에서는 특금법상 해외 가상자산사업자의 국내 영업 여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특금법은 내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해외 가상자산사업자에게도 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한국어 서비스 제공, 한국인 대상 마케팅 등을 주요 판단 기준으로 보고 있다.

이번 상품은 USDT 기반으로 거래돼 원화결제 요건에는 직접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등 국내 대표 종목을 직접 기초로 삼고 있다는 점은 국내 투자자 대상 영업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금융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어떤 상품을 만들었는지 자체보다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어떤 행위를 했는지를 기준으로 미등록 해외 사업자의 영업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단순히 바이낸스의 국내 영업 여부를 넘어, 디지털자산 플랫폼이 전통 금융자산을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기존 금융규제와 가상자산 규제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상품은 주가를 추종하면서도 호가는 별도로 형성되는 구조여서, 종목명을 활용한 가상자산 상품이라는 해석과 사실상 파생상품이라는 평가가 맞서는 영역에 있다”며 “규제 우회 설계로 볼 여지도 있는 만큼, 이런 추종형 상품을 어떻게 분류하고 규율할지에 대한 기준과 지침이 먼저 마련돼야 실효적 규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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