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는 게 값”…반자르가 일으킨 발리 택시전쟁 [박시진의 글로벌 픽]
2026.06.02 06:01
그랩·고젝 기사 ‘진입 금지 구역’ 지정해 관리
마을 공동체가 정한 요금, 호출앱 대비 20배 ↑
전쟁 여파에 관광객 줄자 생활고로 협박하기도
관광객 승차거부·바가지 피해…‘택시 마피아’
플랫폼 수수료 8% 제한…요금 직접 챙기는 편법
‘신들의 섬’이라고 불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때 아닌 ‘택시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그랩·고젝 등 차량호출앱과 현지 택시기사 갈등이 관광객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1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택시 승차 거부나 바가지 요금 피해를 입는 관광객들이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갈등의 뿌리는 발리 특유의 마을공동체 ‘반자르’니다. 인도네시아 다른 지역과는 달리 발리의 모든 마을은 여러 반자르로 세분화돼 있습니다.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이 공동체는 도로 건설부터 종교 의식, 분쟁 조정까지 담당합니다. 자체 영역 내 택시 요금까지 직접 책정합니다.
문제는 반자르 요금이 항상 차량호출앱보다 비싸고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통상 왕복 기준으로 매겨집니다. 한 현지 기사는 “수입의 70%를 내가 가져가고 나머지는 반자르에 낸다”며 “앱 기사들은 공동체에 기여하지 않으면서 시장 가격을 떨어뜨리는 기회주의자”라고 비난했습니다.
요금 차이는 상당합니다. 덴파사르 국제공항에서 발리 북부 제2도시 싱아라자까지 95㎞ 구간의 경우 현지 기사들은 80만~100만 루피아(약 6만 8000~8만 5000원)를 받습니다. 같은 거리를 차량호출앱으로 이용하면 55만~60만 루피아(약 4만 6000~5만 원) 수준입니다.
미·이란 전쟁 여파로 발리 관광객이 줄자 현지 기사들의 생활고는 더 심해졌습니다. 관광 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하루 약 800명의 관광객을 잃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지 기사들은 그랩 요금 대비 적게는 10배, 많게는 20배까지 가격을 부릅니다.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입니다.
도로 통제도 문제입니다. 발리 도로의 절반 이상을 반자르가 통제합니다. 호텔 입장에서는 투숙객 유치를 위해 지역 공동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투숙객에게 비싼 요금을 부르는 현지 기사에게 항의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일부 현지 기사들은 차량에 그랩·고젝 로고를 부착하고 공항 도착장으로 향합니다. 앱 요금을 제시한 뒤 전액을 자기 몫으로 챙기는 ‘편법’입니다. 그러나 이는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도 카카오모빌리티, T맵 택시 등 차량호출앱 등장 이후 콜택시가 사라졌습니다. 우버는 프리미엄밴 서비스뿐 아니라 카카오모빌리티 인수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옵니다. 과거 배달의민족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된 것과 비슷한 흐름입니다. 국내에서는 ‘시장 자율’ 원칙이 적용됩니다. 대기업들이 경쟁하는 택시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은 결국 가격 경쟁력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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