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석’ 들고 넷플릭스 간 유재석…잘 차린 밥상에서 ‘그 나물’ 맛이
2026.06.02 06:00
출연자만 일반인으로 바뀌고
‘동거동락’ 게임 재현하며
‘런닝맨’ 패널 등이 직원으로
‘예능 1인자’만의 강점 있지만
정형화된 공식 반복에 기시감
넷플릭스에서 지난달 26일 공개된 10부작 예능 <유재석 캠프>는 국내 ‘예능 1인자’ 유재석의 이름을 전면에 건 첫 예능 프로그램이다. 캠프를 위해 숙식과 레크레이션을 할 수 있는 세트장을 만들고, 사전 신청받은 일반인 참가자들과 함께 2박3일 캠프를 두 번 연다. 유재석의 명성 덕인지 <유재석 캠프>는 지난달 29일 기준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본 넷플릭스 프로그램이 됐다.
하지만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프로그램치고 많이 본 듯한 장면이 나온다. 출연자가 연예인에서 일반인으로 바뀌었을 뿐, 2000년대 MBC 예능 <목표달성 토요일>의 코너 ‘스타 서바이벌 동거동락’이 반복된다. 최근 유재석이 출연한 프로그램에서 ‘익숙한 맛’이 반복되는 탓에 신선함이 아쉽기도 하다.
<유재석 캠프>는 <효리네 민박>과 <대환장 기안장>를 연출한 정효민 PD가 유재석과 손을 잡고 제작했다. 정 PD가 연출했던 ‘민박 예능’의 후신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민박 예능의 문을 연 <효리네 민박>이나, 기안84 특유의 재기발랄함이 돋보인 <대환장 기안장>과는 궤를 달리한다.
제목에서 보듯 민박이 아닌 캠프다. 캠프장 유재석이 캠프의 주요 프로그램을 이끌고, 캠프 직원 이광수, 변우석, 지예은이 여러 팀으로 나뉜 일반인 참가자들의 팀장을 맡는다. 유재석은 캠프의 입소식과 기상, 단체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한다.
1일까지 공개된 1~5화에서는 낯익은 장면이 많다. 출연자들이 깔고 앉은 방석을 구호와 함께 들어 올리고, 유재석이 장난스레 객관식 보기를 늘려 나가는 ‘방석 퀴즈’가 재현된다. 철가방 속에 물건을 넣어 두고 유재석이 현란하게 철가방 문을 여닫는 ‘철가방 퀴즈’도 있다. 기상 시 노래를 틀어주고 연예인 직원들과 일반인 참가자들이 함께 노래하는 장기자랑은 과거 ‘X맨’ 등 예능에서 자주 봤던 형식이다.
주요 인물들도 기시감이 든다. 이광수와 지예은은 각자 다른 시기 유재석의 장수 예능 프로그램 SBS <런닝맨>에서 함께했다. 2일 공개되는 6~10화에서는 예고된 대로 이효리·이상순 부부가 등장한다. 이효리 역시 유재석과 2000년대부터 여러 예능에서 호흡을 맞춰왔다.
유재석은 한국갤럽이 조사하는 ‘올해의 예능방송인·코미디언’에서 지난해까지 14년 연속 1위를 기록한 대표적인 예능인이다. 큰 구설을 만들지 않는 자기 관리로 일군 선한 이미지,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캐릭터와 재미를 끌어내는 능력은 여전히 높은 인기의 요인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이나 <런닝맨>이 처음 공개됐을 때와는 달리, 최근 그의 출연작에는 정형화된 모습도 보인다. 길거리에서 다양한 인물을 만나는 형식으로 시작했던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실내 토크쇼로 고정됐고, MBC의 <놀면 뭐하니?> 또한 <무한도전>식 버라이어티 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런닝맨>도 고정 출연진과 게스트들이 모여 일정한 게임을 한다는 틀을 유지하고 있다.
‘예능 1인자’의 프로그램에서도 익숙한 그림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요즘은 각자의 취향대로 원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골라서 보는 세대”라며 “과거에 봤던, 익숙하고 편한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확실하기 때문에 이를 따라 제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석 캠프>도 ‘동거동락’에 대한 수요가 있었음을 강조한다. 프로그램 중 공개된 일반인 참가자의 사전 면접 장면에서 ‘방석 퀴즈’ 등을 직접 체험해 보고 싶다는 참가자들의 요구가 많았다. 유재석도 지난달 19일 제작발표회에서 “(참가자들이) TV에서 보던 것을 캠프 안에서 해보는 것이 ‘판타지 아닌 판타지’일 것이라 생각해서 ‘동거동락’ 게임을 많이 마련했다”고 말했다.
예능에서 유재석만의 분명한 강점이 드러나지만, 신선함이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김교석 대중문화 평론가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 토크쇼나 ‘캐릭터 쇼’에서 인간적인 매력을 이끌어내는 유재석의 능력은 요즘 예능 흐름과도 결이 맞다”면서도 “기존 예능의 형식을 규모만 키워 반복해도 유재석의 명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면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효민 PD는 제작발표회에서 “많은 분들이 걱정하는 바를 안다. 익숙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게 하는 게 숙제”라며 “익숙한 조합에서 새로운 서사를 나름대로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재석도 “저도 신선함에 대한 고민을 늘 한다”며 “신선함과 재미의 조화를 만들고 보여드리는 게 저희가 앞으로 해 나가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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