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불·해고 분쟁서 '노동자성' 입증 책임 사용자가 진다
2026.01.20 11:03
고용노동부는 20일 이런 내용을 담은 ‘권리 밖 노동자 보호를 위한 패키지 입법’을 노동절인 오는 5월 1일을 목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핵심은 민사 분쟁에서 노동자성을 추정하는 ‘노동자추정제’ 도입과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제정이다.
노동자추정제는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한 경우 원칙적으로 노동자로 추정하고, 사용자가 반증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노동자가 스스로 노동자성을 입증해야 했지만, 이를 사용자 책임으로 전환해 분쟁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 등 현재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이들이 최저임금이나 퇴직금 분쟁에 나설 경우, 노무 제공 사실만 입증하면 사용자가 노동자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지 못할 때 노동자로 인정받게 된다.
적용 범위는 근로기준법뿐 아니라 근로자 개념을 준용하는 최저임금법, 퇴직급여보장법, 기간제법, 파견법 등 개별 노동관계법 전반으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택배기사, 배달기사, 프리랜서 등 특고·플랫폼 종사자의 노동자성 인정이 수월해지고, 최저임금과 4대 보험, 퇴직금, 주휴수당 적용 가능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비임금 노동자로 분류되는 특고·플랫폼 종사자는 2023년 기준 약 862만 명으로 추산된다. 다만, 퇴직금 분쟁에서 노동자로 인정받았다고 해서 다른 분쟁에서도 자동으로 노동자로 간주되는 것은 아니며, 분쟁 사안별로 개별 판단이 이뤄진다.
입증 책임 전환은 민사 분쟁에 한정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자는 노무 관련 정보를 확보하기 어려운 반면 사용자는 관련 정보를 갖고 있어 정보 비대칭이 크다”며 “반증 책임을 사용자에게 지워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행정 절차에서도 사용자 책임은 강화된다. 노동청 진정 사건에서 근로감독관이 출퇴근 기록 등 노동자성 판단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근로감독관은 국세청에 사업소득 과세 자료를 요청할 권한도 갖게 된다.
아울러 노동자성 판단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설치도 가능해진다.
정부는 노동자추정제로도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제정도 함께 추진한다. 이 법은 계약 형식과 무관하게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 경우를 ‘일하는 사람’으로 폭넓게 규정한다.
이에 따라 같은 배달라이더라도 노동자성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기본법을 통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공정한 계약과 적정 보수를 받을 권리, 사회보장적 권리 등 8가지 기본 권리가 보장된다.
기본법에는 국가와 사업주의 책무도 명시된다. 사업주는 균등 처우, 성희롱·괴롭힘 금지, 안전과 건강 보호, 사회보험 보장에 노력해야 하며, 국가는 이를 지원하도록 규정된다. 공정계약과 부당해지 제한, 보수 지급 등 경제적 권리는 사업주에게 실질적 의무로 부여된다.
체불이나 계약 해지 등 경제적 분쟁은 노동위원회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하며, 조정 결과는 민법상 화해 효력을 갖는다. 성희롱·괴롭힘 피해 지원을 위해 노동부 산하에 ‘일하는 사람 권리지원재단’ 설립도 추진된다.
기본법에 따른 권리 행사를 이유로 불이익 조치를 할 경우 사업주에게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번 패키지 입법은 정부와 여당이 협의해 마련한 의원입법안을 활용해 추진된다. 노동자추정제는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기본법은 김태선 민주당 의원안이 각각 국회에 발의돼 있다. 노동부는 법 전문가 토론회와 이해관계자 간담회를 거쳐 5월 입법을 목표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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