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간 전
“인서울보다 삼전·하닉”… 반도체고 입학설명회도 ‘조기 마감’
2026.06.02 06:02
경북 경주시 한국반도체마이스터고는 올해 5월 30일 120석 규모의 입학 설명회를 열었다. 예비 학생과 학부모가 몰리면서 설명회장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신청자가 정원을 웃돌았고, 학교 측은 이달 20일 열리는 2차 설명회 일정을 별도로 안내했다.
한국반도체마이스터고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관심이 늘었다”며 “올해는 반도체 산업 전망이나 졸업 후 취업 현황을 구체적으로 묻는 학생과 학부모가 많았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명문대 진학이 안정적인 진로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졸업 후 곧바로 주요 기업 취업을 노릴 수 있는 마이스터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업황 회복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고임금·성과급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반도체 마이스터고 입학 경쟁이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경쟁률 두 배 뛴 반도체 마이스터고
2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반도체마이스터고의 올해 첫 신입생 선발 경쟁률은 1.67대 1을 기록했다. 경북 경주공고가 한국반도체마이스터고로 전환되기 전인 지난해 경쟁률은 0.88대 1이었다. 1년 만에 경쟁률이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반도체 마이스터고인 충북반도체고도 올해 신입생 경쟁률이 2.26대 1로 집계됐다. 지난해 1.51대 1에서 더 상승했다. 교육계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빠르게 회복했던 상황이 학생·학부모의 진로 선택에도 영향을 줬다고 본다.
마이스터고는 산업 현장의 수요에 맞춰 직업 교육을 제공하는 특수목적고등학교다. 학생들이 졸업 후 바로 전문 기술인으로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현재 전국에는 기계·제조, 에너지, 바이오,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의 마이스터고 58곳이 운영되고 있다.
반도체 호황 기대에 설명회도 조기 마감
최근 마이스터고에 대한 관심은 입학 설명회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마이스터고는 보통 5~6월과 9~10월에 입학 설명회를 여는데, 올해 상반기 설명회는 예정보다 일찍 신청이 마감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학교는 추가 설명회를 열거나 대기 신청자를 따로 안내하고 있다.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하는 특성화 학교 한국디지털미디어고도 지난달 23일 입학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지원 희망자와 학부모 등 2500여명이 참여했다.
특히 반도체 마이스터고로 전환하는 학교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최초의 반도체 마이스터고인 서울반도체고는 오는 8월 교육부의 최종 승인을 거쳐 2027년 3월 개교할 예정이다. 전신인 휘경공고가 2024년 마이스터고로 지정되면서 반도체 분야 특화 학교로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첫 반도체 마이스터고 전환이 추진되고 있다. 용인반도체고는 2027년 특성화고로 먼저 문을 연 뒤, 2028년 마이스터고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달 중 교육부 평가를 거쳐 마이스터고 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한 대형 입시학원 관계자는 “마이스터고를 통해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올라가면서, 중상위권 학생은 물론 상위권 학생까지 실속 있는 선택지로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마이스터고 졸업생 10명 중 7명 취업… “대학보다 실리”
마이스터고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취업률도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2025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통계’에 따르면 마이스터고의 평균 취업률은 73.1%로 집계됐다. 특성화고(52.4%)나 일반고 직업반(38.2%)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초 수도권의 한 마이스터고 전기과를 졸업한 A씨는 2학년 재학 중 한국수력원자력 특별 채용에 합격했다. 졸업 후 군 복무를 마치는 것이 입사 조건이어서 전역 후 정식 입사할 예정이다.
A씨는 “인문계고에 진학했을 때 상위권 성적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고, 취업이 목표였기 때문에 마이스터고에 입학했다”며 “결과적으로 후회 없는 선택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원에 다니지 않고 학교 수업만 충실히 따라가도 관련 자격증을 준비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자녀의 반도체고 진학을 고려하고 있는 40대 학부모 B씨는 “아들의 성적이 중위권 수준이고, 공부에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아 적성에 맞는 마이스터고를 추천할 생각”이라며 “전문 기술을 배워 좋은 기업에 조기 취업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해 인문계 진학을 선호하는 남편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성 키우지만 중도 이탈도… 적성 확인은 필수
반도체뿐 아니라 특정 산업 분야에 특화한 마이스터고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소방 분야에서 전국 유일한 마이스터고인 한국소방마이스터고는 매년 3대 1 안팎의 입학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소방마이스터고의 한 교사는 “3년 전만 해도 중학교에 직접 연락해 학교를 설명할 기회를 부탁했는데, 요즘은 중학교에서 먼저 설명회를 열어달라는 문의가 온다”며 “지원자도 학교가 있는 강원 지역뿐 아니라 제주도까지 넓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마이스터고 진학이 모든 학생에게 적합한 선택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마이스터고는 특정 산업 분야의 기술을 집중적으로 배우는 만큼 적성에 맞으면 강점이 크지만, 그렇지 않으면 부적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마이스터고 교사는 “입학한 뒤 전문 기술 교육에 적응하지 못해 한 학기 만에 자퇴하거나 전학을 결정하는 학생들이 매년 있다”며 “학생과 학부모가 해당 분야를 직업으로 삼을 만큼 적성에 맞는지 충분히 따져본 뒤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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