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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모자에 한글 자수”…북촌에 뜬 ‘체류형 K패션’

2026.06.01 17:33

쇼룸 투어·SNS 공유…‘리테일테인먼트’ 확산
오프라인 판매 넘어 ‘콘텐츠 공간’으로 진화
온·살로몬·뉴발란스 등도 체험형 매장 확대
"브랜드 이미지↑, 체험 요소 더 중요해질 것"
[이데일리 김지우 기자] 패션업계의 오프라인 매장 공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좋은 입지에 얼마나 규모가 넓은 매장을 냈는지가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고객을 얼마나 오래 머무르게 하느냐가 새로운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 구매보다 체험과 공유를 중시하는 소비 흐름이 강해지면서, 쇼핑과 오락을 결합한 이른바 ‘리테일테인먼트(Retail+Entertainment)’ 전략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서울 종로구 북촌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 지역 중 한 곳이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한옥과 골목, 관광객 동선이 겹치는 북촌은 연간 6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한다. 패션 브랜드들은 이 상권에서 소비자의 브랜드 경험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북촌 MLB 플래그십 매장(왼쪽)과 '엠엘비 북촌' 한글 문구가 들어간 모자. (사진=F&F)
F&F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MLB는 지난 3월 20일 북촌에 여섯 번째 플래그십 매장인 ‘MLB 북촌 스타디움’을 열었다. MLB 구단 로고와 스트리트 감성으로 이름을 알려온 브랜드다.

북촌 스타디움은 색다르게 꾸려졌다. 매장 외관에는 기와지붕, 원목 기둥 등 한옥 요소를 살렸고, 내부는 사방탁자, 오동함, 옻칠, 들어열개문 등 한국적 요소를 재해석해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매장 중앙에는 ‘북촌 익스클루시브 존’을 마련해 북촌 스타디움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한정판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 제품인 볼캡에는 ‘엠엘비 북촌’ 한글 문구를 적용하고, 티셔츠에는 북촌 전용 그래픽을 더했다.

체험 요소도 강화했다. MLB는 ‘K전통 경험 루프(K-Tradition Experience Loop)’를 구축해 고객이 매장 안에서 머무르고, 만들고, 인증하고, 공유하는 흐름을 만들었다. 전통 매듭 키링과 노리개는 고객이 직접 제작할 수 있는 DIY(셀프 제작) 프로그램으로 운영한다. 구매한 모자에는 원하는 한글 자수를 더할 수도 있다.

구매 고객에게는 한복에 사용되는 오간자 소재를 활용한 쇼퍼백과 한복을 입힌 MLB 대표 캐릭터 메가베어도 증정한다. 외국인 관광객에겐 한국여행 기념 ‘K패션 굿즈’로, 국내 소비자에겐 방문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러닝 특화 체험형 공간인 ‘뉴발란스 북촌 런 허브’(왼쪽)과 러닝 허브 참가자들이 달리는 모습. (사진=이랜드월드)
이 같은 체험형 매장 확대 흐름은 글로벌 스포츠·패션 브랜드들에서도 나타났다. 이랜드월드에서 운영하는 뉴발란스는 지난해 3월부터 북촌에서 러닝 특화 체험형 공간인 ‘뉴발란스 북촌 런 허브’를 운영 중이다. 러닝화와 러닝복 대여, 코스 안내, 북촌·경복궁·광화문 일대 시티런 경험을 제공해 러닝 입문자와 커뮤니티 고객을 동시에 겨냥한다. 아디다스 역시 북촌 헤리티지 스토어를 통해 지역성과 브랜드 헤리티지를 결합한 매장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스위스 스포츠웨어 브랜드 온(On)은 지난 3월 서울 용산에 국내 첫 단독 로드숍 ‘온 스토어 서울 한남’을 열고 러닝 커뮤니티 공간인 ‘런 허브’를 도입했다. 살로몬은 지난 달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트레일 러닝 전문매장 ‘살로몬 트레일 런 서울’을 열고 그룹 러닝, 멤버십 세션, 트레일 러닝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이러한 전략은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하고 오프라인 매장 역할이 달라진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단순 구매를 위한 방문은 줄어든 반면, 온라인으로는 대체하기 어려운 현장 경험을 찾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남·성수·북촌 등 트렌디한 지역을 묶어 도는 ‘쇼룸 투어’가 하나의 취미 활동으로 자리잡고 있고, SNS에 공유, 확산하면서 브랜드 입지 확대를 위해선 오프라인 매장 내 체험 요소가 한층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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