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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AI 삼국지 펼쳐진 마카오 ”상하수도 청소로봇 기업 덕에 효율 2.6배↑”

2026.06.01 14:52

" 중국은 혁신기업 육성, 일본은 스타트업 투자와 자본회수, 한국은 틈새 시장 공략. "

지난달 27일~30일 중국 마카오에서 열린 비욘드 엑스포에서 엿본 한·중·일의 인공지능(AI) 전략은 삼국삼색(三國三色)이었다. 우선 중국은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을 정부·자본·대학이 키우는 삼각 협력이 탄탄했다. 대표 사례는 상하수도 청소로봇을 만든 이노홍콩(Inno HongKong) 건설로봇 연구개발(R&D) 센터다.

5월 28일 마카오에서 열린 비욘드 엑스포에 참가한 수도관 청소로봇 기업. 마카오=서유진 기자

윌리엄 천 센터 총괄은 “상하수도 청소 로봇을 도입한 후 한 팀당 연간 45만 홍콩달러(약 8664만원)의 비용이 절감됐다”면서 “사람이 청소하는데 4시간 걸리는 것을 로봇은 1시간30분 만에 해내면서 작업효율이 2.6배 높아졌다”고 소개했다.

센터는 선전의 창업 인큐베이터인 ‘이노베이션X(이노X)’를 만든 리쩌샹(李泽湘) 교수와 홍콩과학기술대 출신 연구원들이 세웠다. 리 교수는 세계 1위 드론기업 DJI 등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12곳과 2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키운 창업 대부다.

지난 5월 27일~30일 마카오에서 열린 비욘드엑스포 2026 현장 모습. "창업하고 싶으면 이노X로 오라"고 적혀있다. 마카오=서유진 기자

이노X 스타트업 북미·동남아 뻗어가

현재 이노X가 진행중인 창업 프로젝트 100개 가운데 80%가 AI와 하드웨어가 결합된 기업이다. 이번 행사기간 이노X가 육성한 AI 및 하드웨어 스타트업 30곳이 참가했다. 이노X 관계자는 “기술만 있으면 제조는 걱정없다”면서 “이노X와 협력관계를 맺은 제조협력사 1600곳이 AI 스타트업의 손발이 되어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노X가 배출한 스타트업들은 북미·동남아 ·중동 등 해외로 뻗어 가고 있다. 전직 DJI 엔지니어들이 세운 파시어테크는 리 교수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다. 동작인식 AI 카메라를 만드는 파시어테크 관계자는 "먼 거리에서도 움직이는 새를 흔들림없이 촬영하고 싶은 미국·호주·캐나다 탐조가들이 주된 고객"이라고 소개했다. 이노X가 키운 또 다른 스타트업 스카이랜드X는 중동 등 건설 현장 등에서 쓰이는 AI 핸디캠을 만들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서울대와 GS 건설 등에 제품을 판매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27일~30일 마카오에서 열린 비욘드엑스포 2026 현장 모습. 마카오=서유진 기자

행사기간 열린 해커톤(실무형 엔지니어링 경진대회)에는 중학생 수 십명이 참여해 열기를 더했다. 지난달 29일 만난 마카오성공회 중학교의 베르나르도 류(15)는 사탕을 정확하게 집어 옮기는 로봇팔을 이틀동안 개발해 선보였다. 엑스포 관계자는 “제조·기술 창업에 관심있는 학생들이 참가했다”고 소개했다.

중국 마카오에서 개최된 비욘드 엑스포 2026 행사기간 열린 해커톤에 참가한 베르나르도 류(15) 학생이 자신의 제품을 소개하는 모습. 마카오=서유진 기자

일본 "중국 기업에 투자해 열매 얻을 때"

AI와 하드웨어를 결합한 중국 혁신 기업이 속속 탄생하는 동안, 일본은 중국의 등에 올라타 이익을 얻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파나소닉·미즈호 등 대기업이 중국의 ‘될성 부른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협력하는 전략으로 중국 성장의 열매를 누리려 한다.

이치오 조 미즈호 인베스트먼트 파트너는 "모든 중국 스타트업이 매력적으로 보이겠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옥석 구분을 해야한다"면서 "현금 흐름이 좋은지를 봐야 한다"고 짚었다.

고하라 구니오(郷原邦男) 파나소닉 신규사업 총괄은 “중국판 파나소닉 등 중국 대기업이 어떻게 자국 스타트업에 투자하는지 먼저 봐야한다”면서 “중국·홍콩 벤처투자 자본의 안목과 투자법을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지난 5월 27일~30일 마카오에서 열린 비욘드엑스포 2026 현장 모습. 지난 5월 27일~30일 마카오에서 열린 비욘드엑스포 2026 현장 모습. 이치오 조 미즈호 인베스트먼트 파트너(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비욘드 엑스포 제공.

컴퓨터업체 레노보가 2016년 설립한 벤처캐피털 레노보캐피털이 중국 AI칩 회사 캠브리콘에 투자한 것이 성공 사례로 꼽힌다. 재무적 투자(VC)외에도 레노보는 캠브리콘의 AI 칩을 활용해 데이터센터, 엣지 컴퓨팅 등에서 시너지를 내왔다.

이와 관련, 파나소닉은 가전·에너지 효율화 솔루션 등 회사의 주요 사업과 시너지가 있는 중국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기술 협력을 맺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고 있다. 고하라 총괄은 “과거 인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에서 신사업을 발굴했고 이제는 2개월에 1회 이상 중국을 방문하며 챙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일 관계 경색, 벤처캐피털 운영시 중국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 등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중국의 중요성이 워낙 커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한다는 게 회사 방침이다.

한국 "암묵지였던 농업 데이터, AI로 가치 더해"

한국 스타트업은 중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틈새 분야에서 아이템을 발굴한 경우가 많았다. 올해 최초로 마련된 서울혁신관에서 만난 스타트업은 4곳이다. AI 스마트팜기업 디지털커브는 농작물 사진을 드론으로 촬영한 뒤 AI에 학습시켜 데이터를 쌓는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시기마다 필요한 농법을 고객에게 제공한다.

이홍준 디지털커브 대표는 “농업은 아직 데이터로 만들어지지 않은 암묵지가 강한 분야인데 이를 AI 기술을 활용해 가치있는 데이터로 만들려고 한다”면서 “농업대국인 중국, 동남아시아에는 아직 농업 데이터가 쌓이지 않았기에 이들 국가에서 신규 고객을 발굴하려고 왔다”고 밝혔다. 어르신의 사생활을 보호하면서도 낙상 여부 등을 확인하는 실버케어 AI 시스템을 개발한 텔레컨스, 상표·특허가 이미 있는지 여부를 사전에 진단하는 지식재산권(IP)기업 마크클라우드, 치과 치료시 소음은 줄이면서 의료진 목소리는 전달하는 스마트 이어플러그를 만든 힐링사운드가 참가했다.

박현해 서울경제진흥원 팀장이 5월 28일 마카오에서 열린 비욘드 엑스포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욘드 엑스포 제공.

박현해 서울경제 진흥원(SBA) 기술혁신팀 팀장은 “그간 미국 CES에 참가했는데, 중국의 혁신 속도가 놀랍게 빨라져서 올해는 중화권 중심의 비욘드 엑스포에도 참가했다”면서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개척과 네트워킹을 돕겠다”고 말했다. 이남억 경상북도 투자본부 본부장은 “한국과 중국은 자동차부품, 농업 등에 AI를 접목한 산업·기술 협력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엔비디아 "미·중 갈등에도 중국 포기못해”
지난달 27~30일 중국 마카오에서 열린 비욘드 엑스포 행사에 초대형 부스를 행사장 한가운데 차린 건 엔비디아였다.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서도 엔비디아가 중국 내 전시회에 나온 이유는 중국을 포기할 수 없어서다. 엔비디아 생태계에서 중국의 위상은 크다. 대표 사례가 엔비디아가 운영하는 첨단 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 '인셉션'. 엔비디아는 각국 스타트업들에게 엔비디아 제품을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고 개발자 포럼 등에 초대한다. 일종의 장학생인 셈이다. 세계 100개 국가에서 3만여개 스타트업이 참여하는데 중국 스타트업 중에 인셉션 참가업체는 3500곳이나 된다.

이번 전시회에도 인셉션 프로그램에 참여한 중국 기업들이 엔비디아 로고와 뱃지를 달고 부스를 열었다. 선전에 위치한 과일수확용 로봇팔 기업 쿠니우 등 40곳을 선발해 참가했다. 천룬 엔비디아 인셉션 담당자는 "비욘드 엑스포에 엔비디아는 계속 참가해왔고 내년에도 40곳을 엄선해 참가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 속에서도 엔비디아는 중국 스타트업들을 키운다. 자사의 생태계에 편입하기 위해서다. 엔비디아 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인 인셉션에 참가한 중국 스타트업들이 27~30일 중국 마카오에서 열린 기술박람회 '비욘드 엑스포'에 부스를 차린 모습. 마카오=서유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첨단 칩 수출길을 봉쇄하며 강경하게 나와도 엔비디아가 중국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중 갈등 속에서도 엔비디아는 중국 스타트업들을 키운다. 자사의 생태계에 편입하기 위해서다. 엔비디아 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인 인셉션에 참가한 중국 스타트업들이 27~30일 중국 마카오에서 열린 기술박람회 '비욘드 엑스포'에 부스를 차린 모습. 마카오=서유진 기자

엔비디아의 진짜 자산은 GPU(그래픽처리장치) 하드웨어가 아닌 CUDA 소프트웨어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CUDA: 엔비디아가 개발한 병렬 컴퓨팅 플랫폼이자 프로그래밍 모델. GPU가 AI 학습 및 빅데이터 분석 등 대규모 연산을 초고속으로 처리하게 돕는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AI 연구 인력과 스타트업 생태계가 있다. 중국의 AI 개발자, 대학, 연구소가 CUDA 기반으로 모델을 개발한다. 중국의 헬스케어·농업·물류 로봇 등이 엔비디아의 CUDA 생태계에 속해 있다.

디푸 탈라 엔비디아 부사장은 지난달 27일 개막식 연설에서 “우리는 중국 로봇 기업 애지봇, 유니트리 등과 협업 중이다”고 소개했다. 엔비디아의 저사양 AI 가속기 H20의 중국 수출길은 막혔지만, 엔비디아의 로봇 자동화 플랫폼인 아이작(Isaac) 등은 중국에서 여전히 쓰인다. 탈라 부사장은 “로봇은 동작 지연 시간이 적고, 안전하고 경제적이어야 한다”면서 “로봇의 뇌를 만들고 시뮬레이션하는데 엔비디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중 갈등 속에서도 엔비디아는 중국 스타트업들을 키운다. 자사의 생태계에 편입하기 위해서다. 엔비디아 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인 인셉션에 참가한 중국 스타트업들이 27~30일 중국 마카오에서 열린 기술박람회 '비욘드 엑스포'에 부스를 차린 모습. 부스에 가재 모양 인형이 함께 전시돼 있다. 자율형 오픈소스 AI 에이전트 플랫폼인 오픈클로를 중국에선 가재라고 부른다. 마카오=서유진 기자

엔비디아가 중국에 초조하게 러브콜을 보내는 사이, 중국은 탈(脫) 엔비디아 환경을 조성하느라 분주하다. 화웨이 어센드(Ascend) 등 중국산 칩 성능은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화웨이는 2031년까지 트랜지스터 밀도를 높여 공정 수준을 1.4㎚(나노미터·10억분의 1m)까지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만 TSMC가 2028년 하반기, 삼성전자가 2029년 1.4㎚ 양산에 들어갈 전망인데, 화웨이가 이 목표를 달성하면 기술 격차는 더 좁혀지게 된다.

중국산 칩이 좋아질수록 화웨이 생태계인 CANN(화웨이가 만든 AI칩용 소프트웨어 플랫폼), 중국 AI칩 기업 무어스레드의 생태계인 MUSA를 택하는 중국 기업은 늘어날 터다. 모두 CUDA를 위협하는 존재다. (※다만 아직 중국은 엔비디아의 첨단 칩이 필요하다. 최근 일본·동남아시아 등에서 엔비디아 칩 밀수를 벌이다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진짜 무서운 순간은, 엔비디아 칩의 밀수가 뚝 끊기는 순간일 것이다.)

한국 입장에선 미·중 AI 경쟁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실리적이고 전략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의 강점인 제조업 및 중공업 인프라와 결합한 '산업용 AI', AI 추론 등에 특화한 NPU(신경망처리장치) 등에 힘을 기울여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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