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먼저 온 로봇시대… 회사 이름에 ‘로봇’ 넣자마자 상한가
2026.01.20 00:02
새해 상승률, 로봇이 반도체 앞질러
현대차 16.22% 급등… 시총 3위로
“이차전지 열풍 데자뷔” 일각 우려
코스닥 상장사 ‘협진’은 19일 장 초반 상한가로 직행했다. 협진은 식음료품과 담배 가공기계를 만드는 제조업체다. 2024년 매출 224억원, 영업적자 12억원을 낸 소형주다. 협진의 갑작스러운 상한가는 어떤 까닭에서 나온 걸까. 결정적인 이유는 사명 변경에 있었다. 회사 이름에 ‘로보’를 넣기로 하고 로봇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히자 투자금이 몰렸다. 이름을 ‘앤로보틱스’로 바꿨을 뿐인데, 1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던 협진의 시가총액이 이날 기준 1682억원으로 불어났다.
국내 증시에 로봇 시대가 먼저 찾아왔다. 실제 매출보다 미래 성장 스토리가 주가에 빠르게 반영되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인공지능(AI) 반도체가 여전히 주도주 지위를 지키고 있지만, 올해 주가 상승률만 놓고 보면 로봇이 반도체를 앞선다. 이 분야 대장은 현대자동차다. 현대차는 이날 하루에만 16.22% 급등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권 주가가 이처럼 하루에만 두 자릿수 상승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날 현대차 시총은 98조2837억원으로 이차전지 기업 LG에너지솔루션(93조2490억원)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
최근의 로봇 열풍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CES 2026에서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나믹스를 통해 선보인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로부터 출발했다. 아틀라스는 어깨와 팔꿈치 관절 등을 180도 이상 돌리는 움직임을 보이며 시선을 모았고, 인간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보행 능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위크는 “현대차의 차세대 혁명은 자동차가 아닌 로봇”이라고 보도했다.
윤성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휴머노이드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이 압도해 왔는데, 현대차가 필적할 만한 모델을 출시했다”며 “중국 로봇은 격투와 무용, 댄스 등을 보여줬는데 현대차는 실용적으로 공장 작업을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줘 현업에 실제로 적용할 가능성을 높였다. 이것이 현대차 주가에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완성차 업체를 넘어 피지컬 AI 로봇 기업으로 도약했다며 기업가치를 다시 평가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 기업만큼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며 목표가를 일제히 상향하고 있다. 이날 기준 증권가에서는 현대차 주가가 주당 65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 외에도 로봇 관련 기업의 주가는 일제히 폭등했다. 현대차그룹에 속해 로봇산업 성장 수혜가 기대되는 기아(12.18%)와 현대모비스(6.15%) 현대글로비스(6.23%) 현대오토에버(2.52%) 등이 상승했다. 현대차그룹이 아니더라도 로봇기업이라면 대부분 올랐다. 코스피에서는 두산로보틱스(19.14%)가 크게 올랐고 코스닥에서는 현대무벡스(20.52%) 에스피지(21.86%) 휴림로봇(29.98%) 뉴로메카(29.90%) 등이 급등했다.
가파른 주가 상승은 부담감도 키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기대감 반영이 빠른 데다 추가 상승 모멘텀에 대한 재료가 없어 우려가 커질 수도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상장사 협진의 미래도 시장 투자자의 관전 포인트다. 협진의 새 사명은 ‘앤로보틱스’다. 협진이 지난 9일 230억원에 사들여 인수를 마무리한 로봇기업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이름뿐 아니라 실제로 시장에서 로봇 기업으로 인정을 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2023년 이차전지 투자 열풍에 우후죽순 늘어난 이차전지 표방 기업들이 떠오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발포제 제조업체 ‘금양’과 조리용 불판 제조업체 ‘자이글’ 등이 있다. 이 기업들은 모두 이차전지 사업 진출 발표 이후 주가는 급등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며 주가가 급락했다. 현재 모두 거래가 정지돼 상장폐지 위기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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