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홍도가 그린 금강산 초본 찾았다, 전성기 엿볼 보물급
2026.06.01 05:00
오대산·월정사·설악산 등 절경 담겨
조선 마지막 어진화가 유품서 나와
전문가 “조선회화 연구 획기적 자료”
조선 후기 천재 화가 단원 김홍도(1745∼1806?)가 1788년 정조(재위 1776~1800)의 어명으로 금강산과 관동팔경 일대를 유람하고 그린 산수화의 초본 10점(각각 약 30x40㎝)이 발견됐다. 이 초본화첩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현재 상설전시관 서화실에서 전시 중인 김홍도의 ‘해동명산도첩’(총 32점)과 같은 시리즈다. 풍속화는 물론, 산수화·인물화·기록화·영모화(새와 동물 그림) 등 모든 장르에 능해 “겸재 정선과 함께 우리나라 화성(畫聖)으로 꼽히는 화가”(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의 전성기 구도·작법을 엿볼 수 있는 보물급 자료다.
발견된 곳은 조선 마지막 어진화가였던 이당 김은호(1892~1979)의 유품 창고. 지난 3월 아들 김성원(81)씨가 먼지 가득한 반닫이를 열어 보자 화선지에 꽁꽁 싸서 말아둔 그림 뭉치가 나왔다. 산수화 10점은 각각 뒷면에 배접(종이·헝겊 따위를 덧바름)된 상태로 낱장으로 분리돼 보관돼 있었다. 금강산 주요 명소 외에도 ‘오대산 중대’ ‘월정사’ ‘설악산 비선대’ 등 천하절경을 섬세한 먹선으로 포착하고 기암괴석에 대비되는 깨알 같은 인물까지 묘사했다. 각각 왼쪽 하단에 ‘단원선생득의작(檀園先生得意作, 최고작이란 뜻)’이라는 한자가 세로로 적혀 있다. 이는 김은호의 글씨로 “아버지가 김홍도 작품 가운데 최고로 꼽은 것만 따로 모아둔 것 같다”고 성원씨가 말했다.
단원은 선배 화원 김응환(1742~1791)과 함께 어명을 받들어 강원도 원주로 출발, 진부·오대산 등을 거쳐 내금강·외금강까지 유람했다. 각자 100여폭의 초본을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비단 바탕에 채색화로 ‘금강산도권’을 그려 정조에게 바쳤다고 한다. 약 20m 폭으로 추정되는 그림은 훗날 궁중 화재로 소실돼 전하지 않는다. 당시 초본화첩과 관련된 그림은 총 10여벌 전하는데 그 중 ‘금강사군첩’(비단채색, 총 60점, 개인 소장)과 ‘해동명산도첩’이 으뜸으로 꼽힌다.
진준현 박사는 “겸재의 표현주의적 진경산수화를 잇되 한층 사실적 화풍으로 발전시킨 이가 단원”이라면서 “이번에 발견된 10점은 김홍도 금강산 화첩의 여백을 메워주는, 조선시대 진경산수화 연구의 획기적 자료”라고 했다.
‘해동명산도첩’ 10점과 함께 중국 고사인물화인 ‘미불배석도’ 1점도 나왔다. 북송 서화가 미불이 바위를 보고 절했다는 고사에 바탕한 그림으로 역시 ‘단원선생득의작’이라는 김은호의 글씨가 있어 김홍도 작품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오원 장승업(1843~1897) 작품으로 추정되는 ‘남극수성도’ 1점과 조선 후기 유학자 허목(1596~1682)의 행서체 간찰(편지)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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