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전
기후공약 실종 선거 [한겨레 프리즘]
2026.06.01 05:02
이젠 경고가 아닌 통보의 단계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28일(현지시각) 앞으로 5년 안에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높을 확률이 75%라고 전망했다. 이 기간에 적어도 한해가 1.5도를 넘길 확률은 91%에 이른다. ‘1.5도’는 국제사회가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기후위기 대응의 마지노선이다. 그동안 역사상 가장 더웠던 해는 2024년으로 기록됐는데, 앞으로 5년 이내에 이 기록이 깨질 확률도 86%다. 기후변화 연구의 권위자인 제임스 핸슨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올해가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 바 있다.
유럽은 벌써 폭염으로 끓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큐가든의 기온은 섭씨 35.1도까지 치솟으며 5월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을 깼다. 프랑스는 사상 처음으로 5월에 폭염 경보를 발령했고, 포르투갈에서도 기온이 40.3도까지 올라 기록을 세웠다.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역에선 최소 14명이 폭염으로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비단 유럽만의 일일까. 지난 5월16일 한국에서도 첫 온열 질환 사망자가 나왔다. 2011년부터 온열 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가동한 이래 가장 이른 사례로, 지난해보다 33일이나 빨랐다.
지구촌 곳곳에서 ‘빨간불’이 켜지고 있지만, 6·3 지방선거는 마치 기후위기 이전 시대에서 치러지는 듯하다. 기후단체 연대체인 ‘기후정치바람’이 광역·기초단체장 후보 624명의 공보물을 전수조사한 결과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후보 624명 가운데 509명이 ‘기후공약’을 냈으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와 거리가 멀었다.
수송 부문 기후공약을 낸 후보는 379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전기버스 확대, 차 없는 거리 등을 명시한 후보는 13명에 불과했다. 공약 상당수는 무상교통 등 교통복지와 관련 있었다.
반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재개발’ ‘공항’ ‘도로’라는 단어는 자주 등장했다. 경기남부국제공항 추진, 새만금국제공항 재개, 대규모 주차장 확충 같은 공약은 정당을 구분하지 않고 쏟아졌다. 파크골프장 건설·확충 공약은 전국 173개 지역에서 253명의 후보가 내걸었다. 전남·광주에서 파크골프장 1000개 조성을 약속하거나 대전광역시에서 오월드·케이블카 등을 결합한 ‘보물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데이터센터 유치 공약을 낸 후보는 52명이었지만 재생에너지나 수열에너지의 활용 방안을 함께 제시한 경우는 4건뿐이었다. 탄소중립 로드맵이나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공약으로 내건 후보도 고작 21명(3.4%)에 불과했다.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면서도 전력 자립률이 낮은 도시의 에너지 전환 의지도 약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경기도 31개 시군 후보 가운데 가정용 태양광 보급 지원 확대를 직접 언급한 후보는 김포시의 단 한명뿐이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환경 의제만이 아니다. 산업, 복지, 교통, 재난 등 도시 운영의 전반과 연결된다. 이 과정에서 지방정부 역할은 크다. 버스 노선을 바꾸고, 건물 정책을 손보고, 도시 에너지 구조를 바꾸는 권한의 상당 부분을 지방정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당선자들의 임기는 2030년까지로, 우리나라는 그때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해야 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후보들은 ‘얼마나 더 개발할 것인가’에 집중할 뿐, ‘어떻게 덜 배출할 것인가’는 고민하지 않는다.
정치권도 예외가 아니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는 2024년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을 끝내 개정하지 못했다. 헌재가 제시한 개정 시한인 2월 말을 석달이나 지났는데도 말이다. 특위에 속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들이 지방선거 때문에 바빠 회의를 자주 열지 못했다”고 말했다.
어쩌면 기후정치가 뒷전으로 밀려난 채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는 ‘기후공약 실종 선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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