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워서 뭘 얻었냐” 눈치에 MOU도 ‘우유부단’ [트럼프 스톡커]
2026.06.01 05:31
美언론 “실무진은 합의”...증시 연일 신고가
이란 “동결자산 달라”...트럼프, 또 결정 실패
핵협상·통행료 등 이견...공화당 비판도 눈치
MOU 퇴짜 놓았지만 장기전도 부담 ‘딜레마’
5월 고용보고서와 반도체주 움직임도 주목
美언론 “실무진 MOU 합의 끝났고 트럼프 승인만 남아”...뉴욕 증시 연일 신고가
특히 미국과 이란의 실무 협상단이 종전 양해각서(MOU)에는 사실상 합의했다는 외신 보도가 쏟아지면서 증시는 날개를 달았다. 28일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26일 기준으로 양국이 대부분의 협상 조건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란 측은 벌써 지도부의 승인을 받았고, MOU에 서명할 준비가 됐다는 내용이었다.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종전 MOU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남았다.
미국 언론들은 MOU에 휴전 60일 연장과 무제한(unrestricted)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행이 명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해협에서 통행료 징수나 공격 행위를 금지하고, 이란이 30일 이내에 해협에서 모든 기뢰를 제거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군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민간 선박 운항이 회복되는 수준에 비례해 이란 항구나 연안에서 실시하는 해상 봉쇄를 해제하기로 했다.
MOU에는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내용, 60일 동안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HEU) 처리 방안을 가장 먼저 논의할 것이라는 문구도 담겼다. 미국은 이에 상응해 제재 완화와 이란 동결자산 해제를 논의할 것을 약속하기로 했다. 이란이 물자와 인도적 지원을 받기 시작하도록 돕는 방안도 MOU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튿날인 2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최종 결정을 내리기 위해 상황실에서 지금 회의를 할 것”이라고 쓰며 기대를 북돋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무기 금지, 통행료 없는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개방, 이란 고농축 우라늄의 미국 주도 발굴·파괴 등이 최우선 조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그들이 절대 핵무기나 핵폭탄을 보유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반드시 동의해야 한다”며 “호르무즈 해협은 통행료 없이 즉시 개방돼야 하고, 이란은 얼마 남지 않은 기뢰를 즉시 제거하거나 폭발시켜야 한다”고 적었다. 이어 “고농축 우라늄은 이란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밀접한 협조 속에 미국이 발굴·파괴할 것”이라며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금전 거래는 전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은 “우라늄 파괴는 거짓말이고 동결자산 줘야”...트럼프, 또 결정 못 내려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상황실 회의를 진행하는 시점에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강경 성향 반관영 매체 파르스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는 사실과 거짓이 뒤섞였다”고 비난했다. 파르스통신은 “합의에서 발 빼기 어렵다는 점을 알게 된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문 내용과 상충하는 발언을 하면서 승리를 인위적으로 연출하려 한다”며 “‘행동 대 행동’ 형태로 작성된 MOU 초안은 현재 이란 내부에서 최종 승인 단계에 있고 아직 결정이 내려지진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행료 없이 개방한다고 했지만 이런 조항은 MOU 초안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해상 봉쇄를 푼 뒤에야 이란이 미리 정해둔 절차에 따라 해협을 개방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고농축 우라늄을 미국이 파괴한다고 했으나 이 역시 MOU 초안에는 없는 내용이며 완전한 사실무근이라고 지적했다.
파르스통신은 이란 동결자산 120억 달러(약 18조 원)를 미국이 MOU 체결 직후 지급하기로 한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하지 않고 넘겼다고 비판했다. 초안에는 미국이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란은 후속 협상 단계를 시작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았다는 주장이었다. 파르스통신은 이와 함께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관점에 부합하는 완전한 레바논 휴전도 MOU에 포함됐다고 부연했다. 파르스통신은 “이런 사안들이 해결돼야 이란은 다음 단계에서 모든 제재 해제와 핵문제 논의에 착수할 것”이라며 “최종 합의는 이란 체제의 원칙과 레드라인(한계선)을 기반으로 하고 미국에 대한 철저한 불신을 바탕으로 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 증시는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결국 최종 결단을 내릴 것으로 봤지만, 이번에도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시간가량의 상황실 회의가 끝난 뒤에도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 NYT는 “행정부는 합의에 근접해 있다고 보고 있지만 이란 동결자산 해제를 포함해 특정 사안들은 여전히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곧 발표한다더니 핵 협상, 통행료, 우라늄 반출 등 이견...공화당 비판 눈치에 결국 합의안 ‘퇴짜’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3일에도 JD 밴스 부통령,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과 회의를 열고 이란의 최종 제안을 검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모하메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타밈 빈 하마드 빈 칼리파 알사니 카타르 국왕,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빈 자심 자베르 알사니 카타르 총리, 알리 알사와디 카타르 장관,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군 총사령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하마드 빈 이사 알할리파 바레인 국왕 등과 화상 통화도 나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도 별도로 통화했다.
그러던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종전 MOU 승인을 고심하는 것은 세부 내용을 두고 이란과의 이견이 여전히 상당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란은 각종 제재 해제와 경제 지원을, ‘핵무기 포기’도 아닌 관련 협상을 시작하는 조건만으로 요구하고 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 경우 그간 주장한 승전의 모양새가 어그러지게 된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고농축 우라늄 미국 주도 파괴 등도 미국과 이란 간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이다.
무엇보다 여당인 공화당과 지지층조차 MOU 내용에 황당해한다는 점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담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공화당의 강경파인 연방상원 군사위원장 로저 위커(미시시피) 의원은 23일 X(옛 트위터)에 글을 쓰고 “소문이 도는 60일 휴전안에 관해 이란이 신의를 갖고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믿고 진행하면 재앙이 될 것”이라며 “‘장대한 분노(에픽 퓨리)’ 작전으로 달성된 모든 것이 무위로 돌아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방상원 예산위원장인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도 같은 날 “이란이 외교적 해결책이 필요한 세력이라는 인식이 정확하다면 전쟁은 왜 시작했는지 의문”이라고 비꼬었다. 공화당 소속으로 트럼프 대통령 1기 때 국무부 장관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 전 장관 또한 “2015년 오바마 전 대통령 때 이란과 진행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협상 각본을 그대로 빼다 박았다”고 우려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종전 MOU에 담김 잠정 합의 조건을 강화한 뒤 수정 문서를 이란 측에 재발송했다. 구체적인 수정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섣부른 종전을 주저하는 사이 미국과 이란은 지루한 샅바 싸움만 계속 이어가고 있다. 27일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란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통행 관리를 명분으로 지난 7일 설립한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을 특별지정 제재 대상(SDN)에 올렸다. 선사들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 허가를 얻기 위해 PGSA에 현금, 현물, 가상화폐 등을 통한 모든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제재다. OFAC는 PGSA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와 공모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을 갈취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으로 규정했다. 이란은 PGSA를 통해 선박당 최고 200만 달러에 달하는 통행료를 부과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방국이나 우호 관계인 나라의 선박은 협의를 거쳐 선별적으로 해협을 통과할 수 있도록 승인하기도 한다.
현재 안 수용하거나 제재로 장기전 가거나...이번주 5월 고용보고서, 반도체주 움직임도 주목
이에 대해 PGSA는 29일 X에서 “미국 재무부의 제재 발표를 규탄한다”며 “대통령이 해적 행위를 자랑스러워하는 국가에서 받는 제재는 우리의 성과가 긍정적임을 방증하는 징표”라고 반발했다. 이에 더해 에브라힘 아지지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장은 29일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 인터뷰에서 “이란은 농축 우라늄을 제3국으로 이전할 의사가 없다”고 단언했다.
결론적으로 미국과 이란 간 종전 성사 여부는 이번주에도 뉴욕 증시의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이미 MOU 체결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기에 만약 해당 협상이 무산될 경우 주식시장이 받는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종전 MOU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일정 선에서 이란의 요구를 수용하거나, 경제 제재 강화를 통해 장기존을 무릅쓰고 미국에 조금 더 유리한 안으로 바꾸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관측된다. 발전소 등 이란의 각종 인프라(기반시설)를 대상으로 공습을 재개하는 방법도 있지만, 현 국면에서 볼 때는 이것만으로 이란이 순순히 항복할지는 미지수다.
이번주는 중동 이슈 외에도 5일 나올 5월 비농업 고용보고서가 시장의 이목을 끌 예정이다. 지금은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문제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차게 식은 상태이기에, 고용시장도 전쟁의 영향권에 들었는지 여부가 월가의 관심사가 될 수 있다. 물가와 달리 고용시장은 아직까지 안정적인 상태라는 게 연준 위원 대다수의 입장이다. 시장은 5월 신규 고용이 10만 건, 실업률은 4.3%를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용시장과 관련해서는 2일에도 미국 노동부가 4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를 공개한다.
3일 장 마감 후 나올 브로드컴의 2026 회계연도 2분기(2~4월) 실적도 눈여겨볼 만하다. 현재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주의 상승세는 이란 전쟁과도 별개로 이뤄지고 있기에 작은 소식에도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4월 38.42% 급등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22.14%나 오른 상태다. 이밖에 1일 5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3일 5월 ISM 서비스업 PMI와 연준 경기 동향 보고서(베이지북) 등도 관심을 둬야 할 지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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