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상 자경’ 걸러낸다…李 지시 뒤 변경 농지 심층조사[Pick코노미]
2026.06.01 05:31
농지대장만으론 적합 처리 안 해
직불금·면세유 등 영농 흔적 대조
8월부터 현장조사 거쳐 위반 확인
1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에 내려보낸 농지 전수조사 시행지침에 따르면 올 2월 24일부터 4월 30일까지 농지대장에 자경으로 새로 등재되거나 변경된 농지는 심층조사 대상으로 분류된다. 2월 24일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농지 전수조사를 지시한 날이다. 이 대통령은 당시 농지 관련 세제·규제·금융 검토와 함께 농사를 짓겠다고 땅을 산 뒤 방치한 경우 매각 명령 방안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정부가 눈여겨보는 것은 전수조사 발표 직후 농지대장상 이용 현황이 바뀐 농지다. 농지대장에 자경으로 표시돼 있더라도 곧바로 적합 판정을 내리지 않는다. 실제 농사를 지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행정정보와 비교해 서류와 현실이 맞는지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자경은 농업인이나 농업법인이 소유 농지에서 직접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다년생식물을 재배하는 것을 뜻한다. 농식품부는 자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농지대장·농업경영체·직불금·농작물재해보험·친환경 인증·비료·면세유 사용 정보 등을 본인 명의 기준으로 대조한다. 관련 정보가 없거나 명의가 일치하지 않으면 서류상 자경으로 돼 있어도 심층조사로 넘어갈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수조사 방침이 나온 뒤 갑자기 자경으로 전환하는 사례를 보자는 취지”라며 “평소 자경으로 변경하는 것은 문제 될 게 없지만 조사한다고 하니 갑자기 자경으로 바뀐 경우는 의심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불법 임대차 의심 농지도 함께 들여다본다. 농지법상 농지 임대차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상속 농지나 농지은행 위탁 농지 등 일부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시행지침은 농지대장과 농업경영체의 임차 정보가 다르거나 친환경 인증 정보가 맞지 않는 농지를 심층조사 대상으로 분류했다. 주말·체험영농 목적으로 취득한 농지에 임대차 정보가 등록된 경우도 실제 이용 여부를 다시 확인한다.
농사를 짓지 않고 방치했거나 다른 용도로 쓰는 농지도 조사 대상이다. 항공사진상 3년 이상 황폐화됐거나 임야처럼 변한 농지는 ‘묵은 휴경’으로 보고 심층조사를 실시한다. 인공지능(AI) 분석에서 시설물이 확인됐거나 건축물대장 정보가 있는 농지도 실제 이용 현황을 점검한다. 비닐하우스·축사·농막처럼 농업에 필요한 시설이 아니라 농업 생산과 무관한 시설이 들어선 경우에는 농지전용허가를 받았는지 확인한다.
이번 전수조사는 농지법 시행 이후인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를 대상으로 한다. 정부는 5~7월 기본조사를 거쳐 8~12월 심층조사를 진행한다. 심층조사 대상 농지는 현장조사가 의무다. 위반행위가 확인되면 처분의무 부과·처분명령·원상회복 명령·고발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진다.
다만 조사 직전 자경으로 바뀐 농지라고 해서 모두 위법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농업정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농한기는 공식적으로 정해진 개념이 아니고 품목별 차이도 크다”며 “2월 말부터 4월 말 사이에도 논 정지 작업이나 밭작물 재배·시설원예가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실제 경작 여부를 행정정보와 현장조사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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