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회장 바뀌었다고 세 차례 부당해고… 대한레슬링협회, 끝없는 '찍어내기' 논란
2026.06.01 04:31
노동위 판정으로 복직됐지만 타 직무 배치
"업무·권한 없는 자리, 직장 내 괴롭힘 일환"
우리나라 레슬링 종목 행정과 국가대표 선발 등을 총괄하는 대한체육회 소속 사단법인 대한레슬링협회가 전임 사무처장을 세 차례 부당해고하고 형사고소하는 등 이른바 '찍어내기 인사'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협회 측은 부당해고와 구제명령 불이행 등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세 차례 벌금형과 한 차례 기소유예 처분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레슬링협회는 5년간 전임 사무처장 A씨를 퇴출시키기 위해 관계기관 제재까지 무시하며 불법적인 인사 조치를 반복해 왔다. 사건은 2021년 4월 새 회장이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2016년부터 사무처장으로 근무해 온 A씨는 갑작스럽게 자택대기 발령을 받았다. 5월에는 지시 불이행 등을 이유로 해고됐다.
당시 스포츠계에는 단체장이 바뀌면 사무처장과 직원들까지 전부 물갈이하는 불합리한 관행이 일부 잔존해 있었다. 대한체육회가 "회장 선거 이후 사무처 직원이 부당한 처분을 받지 않도록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령을 준수하라"는 공문까지 산하 단체에 내려보냈지만, 대한레슬링협회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해 8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A씨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받아들이면서 A씨는 9월 복직했다. 그러나 불과 엿새 만에 협회는 또다시 A씨에게 자택대기를 지시했고 11월에는 법인카드 사적 유용 등을 이유로 두 번째 해고를 통보했다.
석 달 뒤인 2022년 2월 노동위는 2차 해고도 부당해고라고 인정했다. A씨를 원직에 복귀시키고 해고 기간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그러자 협회는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을 신청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2024년 9월 대법원은 협회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해고 이후 재판 종료까지 약 3년 가까이 고통받은 A씨는 다시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협회는 A씨를 곧바로 복직시키지 않았고, 고용노동부가 구제명령 불이행으로 형사고발하자 그제야 그해 12월 A씨에게 복직을 알렸다.
다만 현재 다른 사무처장이 근무 중이라는 이유로 기존 직책 대신 '생활체육처장' 보직을 맡겼다. 노동위가 지급하라고 한 임금도 일부만 줬다.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도, 반성하지도 않은 것이다.
결국 협회 측은 노동부 고발과 관련해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됐고 2025년 8월 기소됐다. 회장은 올해 3월 서울동부지법에서 벌금 500만 원 약식명령을 받았다. A씨가 직접 제기한 고소 건과 관련해 벌금 70만 원도 선고됐다. 협회에는 올해 4월 벌금 300만 원 형이 내려졌다. 검찰과 협회 모두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됐다.
그사이 2025년 2월 현 회장이 취임했다. 갈등을 빚던 지도부가 물러나면서 사태도 수습되는 듯했으나, 한 달 뒤 협회는 돌연 업무상 횡령을 이유로 A씨에게 세 번째 해고를 통보했다. 노동위는 이 또한 부당해고라고 판단했고, A씨는 같은 해 12월 다시 생활체육처장 자리로 돌아왔다. 현 회장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올해 4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지금도 협회와 A씨 간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A씨는 복직했으나 별다른 업무와 권한을 부여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측 법률대리인은 "전임 회장과 현 회장은 형사처벌까지 받았음에도 A씨를 원직에 복직시키지 않았고, 올 4월 사무처장 자리가 공석이 되자 오히려 사람을 새로 뽑았다"며 "아무런 업무도 없는 자리에 계속 두는 것은 사실상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주장했다.
협회가 2021년 A씨를 업무방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6개 혐의로 형사고소한 사건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당시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내렸지만, 검찰은 일부 혐의에 대해 2024년 1월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2025년 1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검찰이 불복해 현재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협회 관계자는 본보에 "부당해고와 형사고소 문제는 모두 전임 회장 체제 일"이라며 "현 집행부는 A씨를 복직시키는 등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사권은 어디까지나 회장의 권한이고, 사무처장과 생활체육처장은 직급과 임금액이 동일해 불이익성 인사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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