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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76조’ 넘치는 교육 곳간… 지방 학생, 해외로 공짜 수학여행

2026.06.01 00:20

[이슈 분석]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논쟁
게티이미지뱅크

충청남도 소재 한 중학교 3학년생들은 최근 3박 4일 일정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목적지는 일본 오사카와 교토였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항공권 가격도 평소보다 높아졌지만, 학부모가 따로 부담한 비용은 없었다. 학교가 수학여행 경비 전액을 충청남도교육청 지원 예산으로 부담했기 때문이다. 해외로 수학여행을 가는 경비를 100% 지원받아서 갈 수 있었던 것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때문이다.

학생 수는 급감하는데 교육교부금은 급증하면서 ‘교육재정 적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31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올해 교육교부금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이후 76조4000억원 규모로 늘었다. 역대 최대였던 2022년 76조원을 4년 만에 넘어선 수치다. 2001년 13조원과 비교하면 25년 사이 587.7% 급증했다. 교육교부금은 국세 수입 일부를 시·도교육청에 나눠주는 재원으로, 초·중등 교육 재정의 핵심축이다. 교육교부금이 달라진 인구 구조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불필요하게 덩치만 커진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가 의무적으로 배정되는 구조다. 정부 세수가 늘면 교육 수요와 무관하게 교부금도 함께 증가한다. 올해는 증권거래세수 증가와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법인세수 확대까지 겹치면서 규모가 더 커졌다. 반면 실제 교육 수요자인 학령인구는 줄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 학생 수는 2001년 810만8000명에서 올해 511만4000명으로 감소했다. 25년 사이 36.9% 줄어든 셈이다.

학생 수 감소와 교부금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학생 1인당 교부금 규모는 크게 뛰었다. 초·중·고교 학생만 놓고 보면 2001년 1인당 연간 교육교부금은 약 160만원 수준이었다. 올해는 1494만원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예산이 늘어난 만큼 교육 여건 개선에 쓰인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불필요한 지출과 비효율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일보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2024년 결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 모든 지역에서 ‘학교시설여건개선’ 예산이 전년보다 증가했다. 교육교부금이 시설 보수에 크게 쓰였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은 관련 예산이 전년 대비 1347억6700만원(14.9%) 늘었다. 경기는 8524억5200만원(34.1%) 급증했다. 인구감소지역인 강원도도 같은 기간 280억4900만원(11.8%) 증가했다. 학생 수 감소와 무관하게 시설 예산은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예산을 다 쓰지 못하는 상황도 반복되고 있다. 최근 교육재정 결산을 보면 연간 불용액이 적게는 1조3841억원(2021년), 많게는 3조3114억원(2023년)에 달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교수는 “특히 추가경정예산으로 기금에 편성된 돈은 이자율 낮은 일반 통장에 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사용처가 확정되지 않은 돈을 은행에 쌓아두기만 하는 건 재정운용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교육교부금이 초·중·고에만 집중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OECD에서 초·중·고 1인당 교육비보다 대학생 1인당 교육비가 적은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지적했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소 필요 교부금을 보장하되 경상성장률과 학생 수 증가율을 연동해 정부 재정과 교육 재정의 여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학생 수와 무관하게 세수 증가분이 자동 배분되는 현행 구조를 손보지 않으면 교육재정의 비효율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획처도 교부금 산정 방식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처 관계자는 “교육부 소관 법을 바꿔야 하는 사안인 만큼 교육계 등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다양한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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