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로 번 시간과 돈, 구조개혁에 쓸 때다
2026.06.01 01:21
반도체 온기, 고용·소득 확산 한계
새 성장동력 등에 적극적 투자 필요
올해 우리 경제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크게 뛴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반도체 수출 가격이 오르면서 2002년(11.0%) 이후 처음으로 10%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 명목 GDP 성장률은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경제 성장률이다. 물가 상승분이 포함돼 실질 경제 성장률보다 더 크게 보일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경제가 미국·이란 전쟁, 통상 불확실성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건 확고한 흐름이다. 수출 증가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7000억 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 9000억 달러 고지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갈수록 반도체 의존도, 반도체 쏠림이 커지는 건 우리 경제가 건강하지 않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미 여러 지표에서 우려스러운 조짐이 보이고 있다. 반도체로 벌어들인 시간과 돈을 경제 기초체력을 키우고, 구조개혁을 하는 데 적극적으로 투입해야 할 때다.
반도체 호황이 몰고 온 바람은 우리 경제 전체를 밀어 올리는 중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30일 공개된 유튜브 삼프로TV 출연 영상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상향 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당장 한국은행에서 오는 9일 발표하는 1분기 명목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0%를 훌쩍 넘길 전망이다. 여기에다 수출 상승곡선은 거침없다. 올해 들어 4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306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0.9% 급증했다. 정부와 연구기관, 금융투자업계는 올해 수출 전망치를 9000억 달러 위로 올리고 있다.
그러나 그림자도 짙다. 뷰티, 패션, 푸드 등 ‘K-소비재’ 수출이 약진하고 있지만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140%로 압도적이다. 올해 1~4월 제조업 생산지수는 2.7% 올랐는데, 반도체를 제외하면 0.7% 증가에 그쳤다. 1분기에 성장률과 소득의 증가율 격차는 3.2% 포인트나 벌어져 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올라탔지만, 고용 확대나 소득 증가 등으로 온기가 확산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시선을 돌려야 한다. 반도체가 벌어다 준 시간,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나는 세수를 활용해 새로운 성장동력 육성과 투자, 기술창업 지원 확대, 한계산업 구조조정, 소상공인·자영업자 포화 해소 등을 서둘러야 한다. K자형 경제에서 아래쪽에 몰려 있는 산업과 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고심하고 실행해야 할 시점이다. 반도체로 얻은 시간과 돈은 우리 경제에 다시 오지 않을 시간과 돈일지 모른다. 구조개혁과 잠재성장률 반등에 초점을 맞춰 전폭적인 재투자가 필요하다. 논란을 유발하는 초과세수·초과이윤 분배 논의에 발목 잡혀서 시간을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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