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성과급 잔치 남 얘기"… 1분기 실질소득 겨우 0.4% 증가
2026.05.31 19:01
실질 GDP, 같은 기간 3.6% 증가와 대조
전체가구 소득 양극화도 뚜렷…고용 미미
"해외투자 등 낙수 시차… 분배 고민해야"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깜짝 성장했지만, 가계 전반으로 온기가 퍼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산업의 성장 대비 고용 효과도 크지 않았다.
31일 국가데이터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분기 가계의 실질 소득은 월평균 462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0.4% 증가했다. 가계의 명목 소득은 537만7,000원으로 같은 기간 2.4% 증가했는데, 물가 상승률의 영향을 제하고 나니 가계의 실질 소득은 0%대에 머문 것이다. 외려 1분기 실질 소득 중 근로소득은 같은 기간 1.7% 줄었다. 자영업자 사업소득은 0.5%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주식 투자 등을 통해 얻은 재산소득이 6.9% 증가하면서 실질 소득 감소를 만회한 모양새다.
이는 우리 경제의 급격한 성장세와는 대조를 이룬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6%였다. 미국·이란 전쟁 악재에도 반도체 수출 덕에 GDP 성장률은 1분기 기준 2014년(3.8%) 이후 가장 높았다. 거시경제 지표는 호조세지만, 가계는 성장을 체감하지 못하는 셈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반도체 성장의 온기가 일부 산업에 전달되더라도 반도체와 비반도체 업계 간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며 "양극화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전체 가구의 소득 양극화 현상도 뚜렷하다. 상·하위 20%의 소득을 비교하는 균등화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59배로, 2020년 1분기(6.89배) 이후 가장 높았다. 상위 20%인 5분위 소득이 4.2% 늘어났지만, 하위 20%인 1분위 소득은 2.7% 증가하는 데 그친 탓이다. 중간, 차상위 계층의 소득 증가세는 더 나빴는데, 2분위(하위 20~40%)와 3분위(하위 40~60%)의 소득 증가율은 각각 1.5%, 1.2%로, 1분기 기준으로 2020년 이후 가장 낮았다. 소득 상위 20%의 소득 점유율은 45.2%로 2023년(45.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도체 산업의 고용 효과도 미미했다.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제조업의 임금 근로 일자리 수는 17만2,000개로 1년 전보다 겨우 3,000개(1.9%)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반도체 제조업 생산이 12.8% 증가한 점에 비춰보면 일자리 증가는 상대적으로 더뎠던 셈이다. 자본 집약적 산업이라는 점에서 태생적으로 일자리 창출 능력이 타 산업군에 비해 떨어진다지만, 전체 제조업 임금 근로 일자리(430만7,000개) 중 4.0%에 그친다는 점은 양극화를 더욱 키우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수출 성과가 곧바로 국내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점도 지적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수출 대기업 성과가 당해 분기나 그다음 분기에 국내 투자나 소비 등 내수로 연결됐지만, 최근에는 해외 투자 등이 많아지면서 3~4분기 걸릴 정도로 시차가 길어졌다"며 "양극화 해소를 위해선 적절한 분배 정책이 필요하며, 확보된 초과 세수로 국부펀드 등에 축적해 필요한 곳으로 돈이 흘러갈 수 있도록 파이프라인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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