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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시선] 삼전 ‘6억 성과급’, K양극화의 판도라 상자

2026.06.01 00:18

김동호 논설위원
삼성전자가 반도체(DS) 부문 직원들에게 최대 6억원에 달하는 파격적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한국 사회에 거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일회성 보상을 넘어 한국 경제의 분배 구조와 경제 생태계의 균열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 개별 기업을 넘어 한국형 양극화(K양극화)의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주주 제치고 종업원 거액 성과급
하청 근로자 위한 ‘노봉법’이 방패
집값 과열, 부의 양극화 확대 우려

가장 먼저 맞닥뜨릴 현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극단적 소득 격차 확대다. 삼성전자의 이번 성과급 지급으로 연봉 1억원과 성과급 6억원을 합쳐 7억원을 받는 메모리 사업부 직원과 전체 상용근로자 평균 임금총액(5061만원) 간의 연간 소득 격차는 단순 계산으로 최대 14배 수준까지 벌어질 수 있다. 위험물질 처리 등 궂은 업무를 맡아온 1700여 개 협력사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들 협력사 종사자들의 보상 요구 역시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납품단가 인상 압박과 전방위적 보상 요구로 이어져 산업 생태계 전반의 갈등을 촉발할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청와대 정책실장의 국민배당금 구상에 이어 고용노동부 장관은 반도체 초과이윤의 사회적 배분을 공론화하며 이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부동산 시장 역시 이번 돈 잔치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무주택 직원을 대상으로 사내 주택 대출을 최대 5억원까지 지원하는 복지안도 함께 내놓았다. 성과급 6억원에 사내 대출 5억원이 더해지면 자금 동원력은 상당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 특히 수도권 인기 지역에서는 일부 직원들의 구매력이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가 될지도 모른다. 이재명 대통령마저 반도체 특별성과급에 따른 집값 상승을 우려했을 정도다. 가뜩이나 불안한 주택 시장을 통해 심각한 K양극화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런데 삼성전자 직원들은 이번에 큰돈을 쥐면서 한국의 소득세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주민세를 포함한 소득세 최고세율은 48.5%에 달한다. 거액을 손에 쥐어도 상당 부분이 세금으로 빠져나가면 성과급에 대한 기쁨 못지않게 허탈감도 밀려올 수 있다. 화수분처럼 보이는 삼성전자의 살림살이도 다르지 않다. 삼성이 연간 300조원의 영업이익을 낸다 한들 법인세를 내고 천문학적 성과급 비용까지 지출하고 나면 미래를 위한 투자 재원은 빠듯해질 수밖에 없다. AI 반도체 경쟁이 막대한 투자 치킨게임으로 가열되는 시점에 성과 배분이 미래 투자보다 앞서기 시작한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주주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개인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을 100주 보유해도 연간 배당금은 많아야 20만원도 채 안 된다. 회사의 성과가 주주 환원보다 직원들의 성과급으로 지나치게 쏠리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낮은 배당에도 미래 성장을 믿고 기다려온 주주들로선 성과 배분을 둘러싼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전 산업으로 번지는 도미노 효과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현대차·카카오·HD현대중공업 등 대기업 노조들이 ‘N% 성과급’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에서 점화된 거액의 성과급 요구 경쟁이 거대한 쓰나미로 바뀌는 양상이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벌어들인 수익을 AI 인프라와 차세대 반도체 장비에 쏟아붓는 동안 한국 기업들은 노사 갈등 비용으로 자본을 소진하는 구조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다소 시간이 걸려도 기업들은 비상구를 찾을 것이다. 인건비 부담과 노사 리스크가 커질수록 로봇과 AI를 활용한 자동화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그 과정에서 일부 직무는 축소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소수의 핵심 첨단 기술직 외에는 노동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의 진입 장벽도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성과급 파티의 청구서가 결국 청년 세대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이 파괴적 불길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다름 아닌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다. 이 법으로 성과급 산정 기준 같은 경영상 판단마저 쟁의와 파업의 대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합법적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한 것 역시 노란봉투법의 숨겨진 장치다. 하청기업 근로자 권익 보호라는 취지와 달리, 반도체 호황의 수혜를 입은 일부 대기업 노조의 협상력까지 크게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노란봉투법은 이런 변화가 산업 현장 전체로 확산하는 제도적 환경을 만든 측면이 있다. 이런 흐름이 지속한다면 첨단 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지속적 경제 성장도, 벼랑 끝에 선 청년을 위한 고용 창출도 쉽지 않다. 하루속히 재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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