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인심'에 기댄 꼴불견···농작물 '이삭줍기'도 적당히
2026.05.31 15:49
감자·양파 등 수확기 농촌 곳곳 갈등 이어져
‘허락없는 이삭줍기는 절도’ 현수막도 등장
전문 꾼들에 농민 상처…“절도죄 주의해야”
“수확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삭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어요. 힘들게 작물을 키워 온 농민에게 예의가 아니죠.”
전남 보성군 회천면에서 감자 농사를 짓는 문모씨(62)는 매년 이맘때쯤 수확하고 남은 감자를 가져가려는 사람들 때문에 골치다. 이들은 수확 작업이 끝나자마자 허락 없이 밭으로 들어가 수확하지 않고 남겨둔 감자를 포대에 담아 간다.
일부는 작업복을 입고 호미까지 챙겨온다. 떨어진 감자를 찾으려 밭 이곳저곳을 헤집기도 한다. 문씨는 “애써 키운 농작물을 제값 받고 팔기도 힘든데 도시 사람들이 ‘몇 푼 아끼겠다’고 밭을 기웃거리는 것을 보면 솔직히 화가 난다”고 말했다.
브로콜리와 감자, 양파, 마늘 등 본격 수확철을 맞은 농촌에서 허락없이 ‘이삭줍기’를 하러 오는 외지인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31일 보성군 회천면 곳곳에는 농협과 면사무소, 파출소에서 내 건 ‘이삭줍기 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다. ‘허락없는 이삭줍기는 절도죄로 처벌된다’는 문구와 함께 형량도 기재했지만 소용이 없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 전국에서 발생한 농축산물 절도 사건은 619건으로, 경기도(94건)가 가장 많았고, 농촌 지역인 경남(84건)과 전남(76건), 경북(71건), 충북(51건) 등에서 절도 사건이 잇따랐다.
상품성이 다소 떨어지거나 미처 다 수확하지 못한 농작물을 이웃끼리 서로 캐가는 ‘이삭줍기’는 시골 특유의 인심과도 같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외지인이 가져가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도를 넘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천면은 봄철 브로콜리와 감자가 특산품이다. 4월부터 6월까지 브로콜리와 감자 수확이 한창인데 이곳에서 최근 절도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브로콜리는 주 수확물을 딴 후에도 곁가지가 계속 자라나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여러 번 수확할 수 있는 ‘다회 수확’ 작물이다. 이 사실을 모르는 외지인들은 수확이 채 끝나지 않은 브로콜리를 따가다 적발되고 있다.
도로와 가까운 밭에서 브로콜리를 경작하고 있는 한 농민은 5번이나 피해를 봤다고 했다. 이 농민은 붙잡힌 사람들이 “수확이 끝난 줄 알았다”고 해명해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보내줬다.
농작물 수확기에 맞춰 지역을 돌며 이삭줍기를 하는 ‘꾼’도 있다. 양파를 많이 재배하는 무안이나 마늘이 특산물인 고흥 등에서는 양파·마늘 이삭 줍기꾼이 해마다 등장한다. 이들은 이렇게 가져간 농산물을 식당이나 식료품점에 내다 팔기도 한다.
정상환 회천농협 상무는 “서너 명씩 몰려다니며 전문적으로 이삭줍기하러 다니는 사람 중에는 가져간 농산물을 내다 팔거나 농협으로 가져와 택배를 보내기도 한다”면서 “농민들이 상처받는 짓”이라고 말했다.
이웃 간 인심을 넘어선 이삭줍기는 절도죄로 처벌될 수도 있다. 박태식 변호사는 “농작물 소유자의 허락없이 경작지에 들어가 농작물을 가져가는 것은 절도죄가 성립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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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없는 이삭줍기는 절도’ 현수막도 등장
전문 꾼들에 농민 상처…“절도죄 주의해야”
31일 전남 보성군 회천면의 한 도로에 ‘이삭줍기는 절도’ 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농협과 파출소, 면사무소는 농민들의 피해가 잇따르자 현수막을 걸었다. 강현석 기자.
전남 보성군 회천면에서 감자 농사를 짓는 문모씨(62)는 매년 이맘때쯤 수확하고 남은 감자를 가져가려는 사람들 때문에 골치다. 이들은 수확 작업이 끝나자마자 허락 없이 밭으로 들어가 수확하지 않고 남겨둔 감자를 포대에 담아 간다.
일부는 작업복을 입고 호미까지 챙겨온다. 떨어진 감자를 찾으려 밭 이곳저곳을 헤집기도 한다. 문씨는 “애써 키운 농작물을 제값 받고 팔기도 힘든데 도시 사람들이 ‘몇 푼 아끼겠다’고 밭을 기웃거리는 것을 보면 솔직히 화가 난다”고 말했다.
브로콜리와 감자, 양파, 마늘 등 본격 수확철을 맞은 농촌에서 허락없이 ‘이삭줍기’를 하러 오는 외지인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31일 보성군 회천면 곳곳에는 농협과 면사무소, 파출소에서 내 건 ‘이삭줍기 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다. ‘허락없는 이삭줍기는 절도죄로 처벌된다’는 문구와 함께 형량도 기재했지만 소용이 없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 전국에서 발생한 농축산물 절도 사건은 619건으로, 경기도(94건)가 가장 많았고, 농촌 지역인 경남(84건)과 전남(76건), 경북(71건), 충북(51건) 등에서 절도 사건이 잇따랐다.
상품성이 다소 떨어지거나 미처 다 수확하지 못한 농작물을 이웃끼리 서로 캐가는 ‘이삭줍기’는 시골 특유의 인심과도 같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외지인이 가져가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도를 넘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천면은 봄철 브로콜리와 감자가 특산품이다. 4월부터 6월까지 브로콜리와 감자 수확이 한창인데 이곳에서 최근 절도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브로콜리는 주 수확물을 딴 후에도 곁가지가 계속 자라나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여러 번 수확할 수 있는 ‘다회 수확’ 작물이다. 이 사실을 모르는 외지인들은 수확이 채 끝나지 않은 브로콜리를 따가다 적발되고 있다.
도로와 가까운 밭에서 브로콜리를 경작하고 있는 한 농민은 5번이나 피해를 봤다고 했다. 이 농민은 붙잡힌 사람들이 “수확이 끝난 줄 알았다”고 해명해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보내줬다.
농작물 수확기에 맞춰 지역을 돌며 이삭줍기를 하는 ‘꾼’도 있다. 양파를 많이 재배하는 무안이나 마늘이 특산물인 고흥 등에서는 양파·마늘 이삭 줍기꾼이 해마다 등장한다. 이들은 이렇게 가져간 농산물을 식당이나 식료품점에 내다 팔기도 한다.
정상환 회천농협 상무는 “서너 명씩 몰려다니며 전문적으로 이삭줍기하러 다니는 사람 중에는 가져간 농산물을 내다 팔거나 농협으로 가져와 택배를 보내기도 한다”면서 “농민들이 상처받는 짓”이라고 말했다.
이웃 간 인심을 넘어선 이삭줍기는 절도죄로 처벌될 수도 있다. 박태식 변호사는 “농작물 소유자의 허락없이 경작지에 들어가 농작물을 가져가는 것은 절도죄가 성립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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