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침묵의 월드컵
2026.05.31 20:53
■ 침묵의 월드컵
지난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대형 전광판을 통해 북중미 월드컵 대표팀에 최종 선발된 선수 한명 한명이 소개됩니다.
"조현우! 다음은 김승규 선수입니다!"
대표팀 멤버가 된 백승호, 엄지성, 배준호 선수가 깜짝 등장하기도 습니다.
[백승호/월드컵 축구대표팀]
"남은 기간 동안 준비 잘해서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월드컵 직전 팬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공식 행사였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기대와 달랐습니다.
행사장은 한산했고, 시민들도 별다른 관심 없이 무대 옆을 스쳐 지나가는 모습입니다.
[최연경]
"저희는 이 옷을 입고 나오면 사람들이 엄청 많을 줄 알았는데 눈을 씻고 봐도 빨간 옷이 안 보여서 '(행사 날이) 약간 오늘 아닌 거 아닌가?' 막 이런 생각도 하면서 왔거든요."
당장 월드컵이 언제 얼리는지조차 모르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유나]
"<월드컵이 (한국시간) 6월 12일에 개막하는데 혹시 아셨어요?> 아니요, 처음 들었어요."
[윤길중]
"<개막일은 혹시 아세요?> 아니요, 잘 몰라요. 어차피 좀 잘될 것 같지가 않은 생각도 있고, 기대감이 많이 떨어졌어요."
월드컵 관련 TV 프로그램은 JTBC의 독점중계 논란 속에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거리 곳곳에서 분위기를 고조시켰던 응원가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월드컵 특수를 노리고 마케팅에 적극 나섰던 기업들의 움직임도 조용합니다.
이번엔 월드컵 마케팅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는 한 유통업체는 "시민들의 폭발적 관심이 있다면 마케팅에 나섰겠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례없이 냉랭한 분위기에 열정적인 응원을 주도했던 붉은악마의 응원 계획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공식 슬로건 티셔츠 제작도 포기했고, 오랜 기간 적금까지 들며 원정 응원을 준비해 온 회원들마저도 마음을 바꾼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조호태/축구대표팀 서포터즈 '붉은악마' 의장]
"한 2천만 원 정도 들더라고요. 3경기 기준으로… '그 금액으로 해서 내가 과연 거기를 가야 되나?' 이런 약간 그런 약간 의구심이 이제 느껴지시는 거예요."
◀ 공윤선 기자 ▶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함께 개최하는 북중미 월드컵 개막이 불과 11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우리나라는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선수 등 화려한 멤버에 대진운도 좋다는 분석인데요.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 대한 팬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월드컵에 대한 열기보다는 무관심과 냉소가 만연한, 사상 초유의 상황이 나타난 이유를 취재했습니다.
■ 등 돌린 '팬심'‥왜?
지난해 10월,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평가전.
6만 6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관중석 곳곳이 텅 비어 있습니다.
주장 손흥민 선수가 A매치 최다 출전 기록을 세운 날이었지만, 입장한 관중은 2만 2천여 명에 불과했습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매치 중 2만 명 대 관중 기록은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손흥민/축구대표팀 주장 (2025년 10월 14일)]
"뭐 이런 부분들도 저희가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경기장에서 잘해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달 뒤 열린 가나와의 평가전도 마찬가지.
수용인원의 절반을 겨우 넘겼습니다.
슈퍼스타 손흥민, 유럽 최고의 팀에서 뛰고 있는 이강인, 김민재 등 스타들이 즐비한데도 예매 즉시 매진됐던 과거 대표팀 경기와는 딴판입니다.
이렇게 팬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한 건, 2년 전, 홍명보 감독 선임 무렵부터입니다.
홍 감독이 부임한 뒤 첫 경기였던 팔레스타인과의 월드컵 3차 예선.
관중들이 정몽규 축구협회장과 홍명보 감독의 퇴진을 외칩니다.
"정몽규 나가! 정몽규 나가!"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축구 팬들의 분노가 폭발한 겁니다.
2024년 11월 발표된 문화체육관광부의 축구협회 감사 결과.
전임 클린스만 감독과 홍명보 감독 선임은 물론, 재정 집행 등 축구협회 운영에 각종 위법·부당 행위가 무더기로 적발됐습니다.
정몽규 회장 등 집행부에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지만, 축구협회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소송으로 맞섰습니다.
팬들의 분노는 더 커졌고, 축구대표팀 경기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 비판으로 이어졌습니다.
[박문성/축구 해설위원]
"소비자도 주권,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처럼 축구 팬들도 굉장히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싫다'가 아니라 '아, 그래? 그러면 우리도 우리의 행동을 하겠어' 그게 경기장으로 찾아가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
여기에 홍명보호 대표팀의 경기력까지 차가워진 팬심을 더 얼어붙게 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브라질을 상대로 5대0 대패한 건 그렇다 치더라도, 지난 3월 유럽 원정에서 우리보다 피파랭킹이 한참 낮은 코트디부아르에게 4대0으로 참패를 당하고, 오스트리아에게도 한 골도 넣지 못하고 패했습니다.
[손흥민/축구대표팀 주장 (3월 28일)]
"(팬들이) 당연히 걱정이 되실 것 같아요. 지금이 월드컵이 아니었다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을 하고…"
[홍명보/축구대표팀 감독 (3월 28일)]
"수비는 우리가 또 개인적인 일대일 싸움에서 조금 부족한 점이…"
결과도 참담했지만, 최고의 선수들을 살리지 못하는 무색무취의 전술에
[김영광/전 축구대표팀 (유튜브 '나 김영광이오', 4월 1일)]
"그러니까 전술이 이강인, 손흥민, 김민재예요. 진짜… 홍명보 감독을 자르고 다른 감독이 오기 바라는 거잖아."
최후방 수비수 3명을 배치하는 3백을 고집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감스트 (유튜브 '감스트GAMST', 4월 1일)]
"니가 뭘 안다고!! 아니 감독님 저보다 더 모르는 것 같아요. 아 진짜 이렇게 한 번 시원하게 진짜로 아니 쓰리 백 할 거면 정몽규, 이임생, 홍명보 이렇게 쓰리 백하세요. 진짜로. 마의 공포의 쓰리 백."
일본이 높은 전술 완성도로 브라질을 처음으로 격파하고, 잉글랜드, 스코틀랜드도 줄줄이 물리치는 등 월드컵 우승 도전을 선언할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장우찬]
"감독 선임이 잘못되고 협회가 일을 잘못하고 있으니까 지금 저는 성적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일단 경기가 재밌어야지 팬들이 축구장에 많이 찾아오고 응원을 하고 해야 하는데 축구가 재미가 없는 것 같아요."
차갑게 돌아선 팬심이 대표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고, 졸전이 거듭되면서 팬들의 외면이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에 빠졌단 분석입니다.
[박문성/축구 해설위원]
"축구라고 하는 거는 육체가 움직이기도 하지만 당연히 심리적인, 멘탈적인 부분들이 들어가죠. 그런데 지금 이렇게 분위기가 안 좋은 상태에서는 선수들이 뭔가 극한으로 끌어올리기가 좀 쉽지가 않죠. 그런 것들이 최근에 어떤 경기력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쳤다."
월드컵에 대한 무관심은 데이터를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최신 빅데이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월드컵과 관련한 포털 검색량은 직전 2개 대회에 비해 크게 낮았습니다.
특히 축구협회에 대한 긍정 여론이 높았던 앞선 대회들과 달리 이번엔 부정 여론이 긍정 여론을 두 배 이상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필수/한국스포츠경영전략연구원 원장]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서는 그래도 국민께서 지지를 보이는 경향을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유독 이번 2026년도 월드컵을 앞두고 관심도가 많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지 않나…"
월드컵 열기를 북돋아야 할 축구협회는 사실상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국내에서 평가전을 진행한 적은 단 한 번도 없고, 지난 40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열었던 출정식마저 현지 적응을 이유로 생략했습니다.
[허정우]
"워낙에 지금 분위기도 안 좋고 팬들의 관심도 많이 식어서 이해는 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 좀 아쉬운 거는 사실인 거 같아요."
축구팬들과 소통하면서 월드컵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린 셈입니다.
[허정무/전 축구대표팀 감독]
"국민들의 관심도 끌어내고 또 선수들의 그 경험을 위해서도 또 그런 분위기를 통해서 이 태극마크에 대한 자긍심이 훨씬 더 높아질 수 있거든요. 그렇다면은 국내에서도 좀 한두 차례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
비난 여론을 피하고자, 의도적으로 국내 일정을 잡지 않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신문선/명지대 교수·전 축구 해설위원]
"(출정식은) 마지막 운동장에 모인 팬들과 잔치 분위기로 끌고 가죠. 그런데 그 자리에서 '정몽규 나가', 그렇죠? '홍명보 나가' 그게 제일 두렵겠죠. 두 번째, 오스트리아에 졌고, 코트디부아르에도 0대4 참패하지 않았습니까? 마지막 출정식 때 경기를 하면 자신이 없는 거죠."
◀ 공윤선 기자?▶
월드컵에 대한 전례 없는 무관심은 결국 축구협회가 자초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4번의 연임을 통해 장기집권하고 있는 정몽규 회장에게 비판이 집중됐는데요.
여론이 악화하자, 결국 정 회장은 이틀 전, 월드컵이 끝난 뒤 물러나겠다고 전격 발표했습니다.
이번 사태는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했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축구계는 물론 우리 사회 전체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 '무너진' 공정
지난 15일, 일본 축구대표팀 최종 명단 발표식.
모리야스 감독과 함께 미야모토 일본 축구협회장도 단상에 올랐습니다.
그는 국민들을 향해 대표팀에 대한 성원을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미야모토 쓰네야스/일본축구협회장 (5월 15일)]
"일본 대표로서 나라를 대표해 싸우는 전사들, 그런 선수들을 부디 꼭 응원하고 지지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며…"
반면 다음날 열린 우리 대표팀 명단 발표식엔 홍명보 감독 혼자였습니다.
정몽규 회장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을까.
흰색 벙거지 골프 모자를 쓴 채 연습 그린 위를 걷는 한 남성.
현대산업개발이 소유한 강원도 원주의 한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골프를 즐기는 정 회장의 모습이 포착된 겁니다.
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에게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불참한 것"이란 해명을 내놨지만, 일본축구협회장과 대비되는 무책임한 행보에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박종윤/전 스포츠 캐스터 (유튜브 '이스타TV', 5월 19일)]
"행정과 이런 것들의 장이라는 사람이 이거를 제대로 이끌지 못하고 있는가, 감독 선임은 제대로 이루어졌는가, 아직도 그 얘기를 하고 있는 마당에, 이 발표를 하고 있을 때 골프장에서 있는 찍힌 사진이 딱 나온다? 그러면 불 보듯 뻔하죠."
정 회장은 지난달, 유럽 원정 2연패로 대표팀에 대한 비난이 극에 달한 시점에 홍명보호의 월드컵 선전을 기원한다며 축구인 70여 명과 골프대회를 강행했습니다.
'그들'만의 '골프' 출정식이었던 셈입니다.
[신문선/명지대 교수·전 축구 해설위원]
"정몽규 회장한테 권하고 싶어요. 그럴 바에는 차라리 골프협회 회장이나 하라고. 그 정도도 판단력이 없나요? 그리고 거기 있는 축구인 출신들, 이사들… 그런 얘기도 못 합니까?"
축구협회가 꾸린 이번 월드컵 참관단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큽니다.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축구협회의 참관단 운영 계획.
다음 달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 현지에 머물며 우리 대표팀 조별 예선 2경기 등 총 4경기를 관람하는 일정입니다.
참관단 규모는 19명, 예산은 5억 3천만 원이 책정돼 1인당 2천 8백만 원가량을 쓰는 셈입니다.
4년 전 카타르 월드컵 때보다 참관단 규모는 절반 가까이 줄었는데, 예산은 오히려 8천만 원이 더 늘었습니다.
참관단으로 가는 사람들은 누굴까.
스트레이트 취재 결과 축구협회 임직원 5명, 프로축구연맹 1명 그리고 나머지 13명은 모두 전국시도축구협회 회장과 임원들이었습니다.
[○○시 축구협회 관계자]
"저희는 회장님만 가십니다. 다 같이 움직이실 거라 따로 뭐 <하시는 건…> 있진 않을 것 같아요."
축구협회는 지역 협회장들이 월드컵 참관을 가는 건 관례란 입장이지만, 정 회장의 내부 지지 기반을 다지기 위해 협회 비용으로 선심을 쓰는 것 아니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이들 시도축구협회장 중 다수는 지난해 축구협회장 선거에서 정 회장을 공개 지지했습니다.
[이기헌/더불어민주당 의원]
"심판들의 자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예산이 9억여 원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예산의 무려 60%나 되는 5억 3천이라는 예산을 가지고 이렇게 북중미 월드컵에 협회장들을 끌고 가는 것은 저는 좀 과하게 얘기하면 범죄입니다."
축구협회장 선거는 15만여 명의 감독과 선수, 지도자, 심판 등 협회 회원들 중 단 194명의 선거인단이 참여해 뽑는 간접선거입니다.
선거인단에는 17개 시도 축구협회장과 축구협회 산하 연맹 회장 등 34명이 당연직으로 포함되고, 나머지는 협회에 등록된 선수, 지도자, 심판 등 축구인 중에서 무작위로 추첨합니다.
투표 인원이 지나치게 적다, 무작위 추첨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축구협회 대의원인 시도협회장의 영향력이 막강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박문성/축구 해설위원]
"실제 국민은 '축구협회장이 바뀌어야 한다'가 80% 이상의 여론이었습니다. 근데 선거 결과는 어땠죠? 간접 선거를 통한 체육관 선거는 정확하게 반대로 나옵니다. 90%가 (정몽규 회장을) 지지를 합니다. 국민 여론과 완전 정반대가 돼요.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 사람을 뽑고 그렇게 운영이 되는 겁니다."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정몽규 회장에게 내린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 결정이 적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부당한 감독 선임 과정뿐 아니라, 거짓 보고로 혈세 56억 원을 지원받은 것, 또 비상근 임원들에게 자문료로 28억 원가량을 방만하게 지급한 사실도 인정됐습니다.
하지만 축구협회 결정은 항소였습니다.
[박문성/축구 해설위원]
"최소한 공개적인 사과 한 번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한국 축구를 2년 동안 그 문제로 이렇게 힘들게 했는데, 책임 있는 사람이 공개적인 사과 발언은 해야죠."
과거 정몽준 회장 시절부터 30년 넘게 현대家에서 장악해 온 축구협회.
대기업 회장이 이끌면 최소한 협회 재정에 도움이 될 것이란 시각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대한채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따르면 정 회장의 재정 기여도 평가 점수는 0점.
정 회장은 4연임에 도전할 당시 축구종합센터에 50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아직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본인이 불공정하게 선임한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면서 위약금으로만 약 70억 원을 지급하는 등 경영 능력도 의심받았습니다.
취재가 진행되던 이틀 전, 정몽규 회장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월드컵이 끝나면 축구협회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몽규/대한축구협회장 (5월 29일)]
"이 모든 것은 다 제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월드컵이 끝난 뒤 축구협회장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그러면서 월드컵 대표팀에 대한 전폭적인 응원을 부탁했습니다.
국민적 비판과 함께 여론이 악화일로를 걷자,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걸로 보입니다.
둥근 축구공이 만들어내는 기적처럼, 공정하고 치열한 경쟁이란 축구 본연의 매력에 우리는 열광했습니다.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FC 서포터]
"요즘 말로 하면 좀 동기화된다? 동기화된다고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선수들이 다치는 게 내가 다치는 거 같고, 우리가 이기면 내가 기쁘고…"
비겁한 승리보다는 정정당당하게 투혼을 발휘한 패배가 더 큰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국민적 사랑을 받게 된 스포츠를 책임지는 이들이 공정이라는 가치를 무너뜨린 데 대해 국민들은 무관심과 냉소로 응답했습니다.
월드컵 이후 정 회장이 물러난다 하더라도 고질병으로 지적돼 온 축구협회의 폐쇄적인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지금의 무관심을 환호와 열광으로 바꾸는 건 불가능할 수밖에 없습니다.
[박문성/축구 해설위원]
"월드컵은 다 응원할 거예요. 그런데 월드컵을 향한 뜨거운 마음과 그 폭발력과 협회를 바라보는 그 현실은 다르다는 거를 잊지 마셔야 해요. 그거를 섞으시면 안 됩니다. 지금 어떤 게 문제이고 이게 이번에 월드컵에서 성적이 좋다고 해서 덮일 문제인지, 저는 세상이 달라졌다고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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