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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위한 눈가림과 눈요기… 성평등 퇴보한 6·3 지방선거

2026.05.31 19:14

①여성 할당제 ‘위장 공천’ 의혹 ②성범죄자 단골 변론한 후보 ③성인지성 바닥 드러낸 유세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가 2026년 5월16일 경기도 평택시 안중읍에서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정청래 대표 등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성평등이 퇴보한 선거”.

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두고 여성단체와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한 말이다. 거대 양당이 ‘여성공천할당제’를 위해 후보를 위장 공천한 정황이 드러나거나 성폭력 문제의 책임이 있는 후보가 버젓이 출사표를 던지는 등의 행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선거 유세 과정에서 성차별적 언행이 반복되는 문제도 여전했다.

 

공천 며칠 뒤 돌연 사퇴한 여성 후보들


 

2026년 5월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서울 강동구의원 나선거구에 김솔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이름을 올렸다. 닷새 전 당내 경선을 통해 남성 이원국·이준재 후보가 결정됐지만, 여성인 김 후보가 뒤늦게 추가된 것이다. 하지만 김 후보는 등록 나흘 만인 5월18일 돌연 후보직을 사퇴했다. 김 후보가 갑작스럽게 사퇴한 배경을 둘러싸고 ‘민주당이 여성공천할당제 요건을 맞추기 위해 김 후보를 급하게 공천했다가 사퇴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직선거법 제47조는 정당이 최소한의 여성 후보를 공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역 국회의원·지방의회 의원 후보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하고(제4항), 국회의원 선거구를 기준으로 해당 지역구마다 광역의원 또는 기초의원 가운데 1명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해야 한다(제5항)는 내용이다. 선관위 설명을 종합하면, 해당 규정은 후보가 선관위에 등록된 시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등록 뒤 사퇴해도 규정을 이행한 것으로 간주한다. 김 후보의 후보 등록으로 민주당은 강동갑에서 ‘여성 의원 후보 1명 추천’이란 요건을 충족한 셈이다. 같은 강동구에서 국민의힘은 박춘선 시의원(강동구 제2선거구) 후보와 김선애 구의원(가선거구) 후보를 각각 공천했고, 두 후보는 선거를 치르고 있다.

비슷한 사례는 국민의힘에서도 있었다. 경기 안양시의원 아선거구에 나선 송지민 국민의힘 후보 역시 5월18일 사퇴했다. 경기 성남시의원 가선거구의 장명숙 후보는 5월20일, 인천 검단구의원 나선거구 윤현숙 후보는 5월21일 각각 선거를 포기했다. 이들이 사퇴한 배경 역시 단정 지을 순 없지만, 당에서 남성 후보와 복수 공천된 뒤 사퇴했다는 점은 동일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역구 기초의원 후보 가운데 여성은 968명으로, 전체 후보 3680명 가운데 26.3%로 집계됐다.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의 지역구 기초의원 여성 후보 비율 22.9%보다 3.4%포인트 올랐지만, 공직선거법상 권고 기준인 30% 기준엔 여전히 못 미친다. 이선희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구조적 성 불평등을 완화하고 여성의 정치 확장을 위해 제도적으로 여성 의무공천 제도를 만들었지만, 거대 양당은 이 제도를 가볍게 여기고 있단 점이 ‘위장 공천 사퇴’로 드러났다”며 “탄핵 광장 이후 여성들이 정치적으로 주체화되고 민주주의를 수호한 세력이라고 하지만, 선거에선 여성 유권자들의 주체성이 사라졌고 오히려 퇴보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 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2026년 5월25일 평택시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범죄자 변론 30건 넘은 김용남 후보


 

주요 격전지에 출마한 후보들 사이에서도 성인지성 문제가 연이어 제기됐다. 먼저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김용남 민주당 후보의 성범죄자 변론 이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뉴스토마토는 검사 출신인 김 후보가 2012년 변호사로 개업한 뒤 2024년까지 모두 30여 건의 성범죄 사건에서 피고인을 변호했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 중엔 불법촬영·강제추행·강도강간 사건 외에도 20대 전후의 남성 6명이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 아버지가 친딸에게 10년 가까이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 등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사건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5월19일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36개 여성단체는 공동성명을 내어 “김 후보의 성범죄 가해자 변론은 심각하게 문제”라며 “후보자와 정당은 제대로 응답하라”고 촉구했다. 집단 성폭력 사건 과정에서 “피해자가 동의했다”, 친족 성폭력 사건에서 “훈육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한 김 후보의 변론에 대해서도 “성폭력 2차 피해 유발이자 강간 통념의 재생산”이라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서울 강북구청장 후보로 공천됐던 이승훈 변호사는 ‘아동 성범죄 변호 이력’ 논란으로 낙마했다. 반면 성범죄 변호 이력이 있는 손훈모 민주당 전남 순천시장 후보는 당에서 공천을 유지하면서 ‘이중잣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선희 대표는 “변호사 출신 후보에 대한 유권자의 신뢰는 ‘법=정의’라는 믿음에서 출발하는데, 변론 내용이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주는 방식이었다면 그 신뢰를 이용해 공천을 받은 것이고, 공천한 정당은 가장 기본적인 검증을 포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평택을 재선거에 출마한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도 성폭력 사건에 무책임한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조 후보는 5월20일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당내 성폭력 사태 처리 문제에 대한 지적을 받자 “민주당보다 훨씬 철저하게 했다고 자부한다”며 “당대표는 유죄 판결 받아 투옥되게 생겼는데 왜 그 사람들은 노래방에 가서 문제를 일으켰느냐”고 반문했다. 2020년 조 후보가 성희롱 및 위계폭력 가해자인 시인 박진성씨에게 연대의 뜻을 담은 글을 에스엔에스(SNS)에 올린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피해자는 박씨의 사과를 받지 못하고 2026년 4월 숨졌다. 손희정 시사평론가는 “조 후보는 당에서 일어난 성비위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본인이 책임지는 걸 억울하게 여기는 게 문제”라며 “성폭력 가해자를 옹호한 조 후보는 입장을 밝히고 사과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져야 할 책임”이라고 말했다.

2026년 5월23일 경남 창원시장 국민의힘 강기윤 후보의 길거리 유세에서 젊은 여성 선거운동원들이 치어리딩 하듯 춤을 추고 있다. 강기윤 국민의힘 창원시장 후보 페이스북


잇단 “오빠” 표현에 노출 심한 군무까지


 

선거 유세 현장에서도 젠더 감수성 부재를 드러내는 장면이 연달아 벌어졌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5월3일 하정우 후보가 나선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 지원 유세 도중 구포시장에서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에게 “정우 오빠 해봐요”라고 말해 “아동 성희롱”이라는 비판을 샀다. 정 대표와 하 후보는 사과했지만 비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이 시작된 5월25일에는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같은 지역구 보궐선거에 나선 박민식 후보를 지원하는 유세 도중 10대 여학생들에게 “잘생긴 오빠 많아요”라고 말을 건네 또다시 논란이 일었다.

강기윤 국민의힘 경남 창원시장 후보는 5월23일 창원시 의창구 길거리 유세에서 젊은 여성 선거운동원들이 붉은 상의에 짧은 흰색 반바지를 입고 치어리딩 하듯 춤추는 장면을 SNS에 올려 비판을 사기도 했다. 최란 한국여성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여성 후보와 젠더 공약이 실종된 것은 물론이고 끔찍한 여성폭력 사건에 대해 어떤 후보도 입장을 발표하지 않는 상황에서 후보들의 젠더 감수성이 부족한 언행이 반복해서 드러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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