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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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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대신 현실 택한 ‘허수아비’···시청자는 목격자가 됐다

2026.05.31 15:28

ENA 드라마 ‘허수아비’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소재로 삼아
수사극으로 시작해 사회고발극으로 끝나
박해수 “잊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말하는 드라마”
박준우 감독 “국가가 저지른 일에 반성 없었다”
최근 종영한 ENA 드라마 <허수아비>의 두 주인공 강태주(박해수·왼쪽)와 차시영(이희준). KT스튜디오지니 제공


어떤 드라마는 상상력을 더해 실제 지지부진했던 사건을 해결하는 ‘사이다’ 결말을 선보인다. 어떤 드라마는 그 사건의 결말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시청자를 ‘목격자’로 만든다.

최근 종영한 ENA 드라마 <허수아비>는 후자였다. 드라마는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하지만 이춘재에 해당하는 범인은 드라마 중반에 불쑥 드러나고, 극의 초점은 다른 데를 향한다.

1988년, 경찰과 검사는 용의자를 고문하며 허위 자백을 받아낸다. 어린 학생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하고서도 다른 사건 덕에 받기로 한 포상을 받지 못할까 봐 다시 매장하기도 한다. 이춘재가 저지른 범죄의 누명을 썼던 윤성여씨의 이야기와, 경찰이 피해자의 시신을 봤음에도 실종 처리했다가 이춘재의 자백 후 30년 만에 살인사건으로 결론 난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이 각각 재현된 것이다.

수사극이던 드라마는 사회 고발극으로 끝이 난다. 2019년, 억울하게 범인이 된 인물 ‘임석만’(전석찬)은 실제 윤성여씨처럼 재심 끝에 무죄 선고를 받는다. 하지만 강압 수사를 하고 사건을 은폐한 검사 ‘차시영’(이희준)과 경찰관들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는다.

최근 종영한 ENA 드라마 <허수아비>의 주인공 강태주(박해수). KT스튜디오지니 제공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자 주인공인 ‘강태주’(박해수)는 극 안에서 길을 잃는다. 탁월한 직감으로 일련의 사건이 연쇄살인임을 알아내지만, 용의 선상에 여동생의 남자친구가 오르자 수사를 주저한다. 또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 결과를 대며 임석만을 용의자로 지목하지만 그 검사에는 오류가 있었다.

박해수는 지난 26일 인터뷰에서 “태주의 답답한 모습을 보시는 분들은 힘드셨겠지만, 그게 우리가 실재했던 아픔을 볼 때 느끼는 감정이지 않을까”라며 “잊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얘기하는 게 이 드라마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박준우 감독은 지난 27일 <허수아비>를 연출한 계기에 대해 “(이춘재 사건) 피해자들은 이춘재와 공권력에 의해 두 번 피해를 입었다. 국가가 저지른 일에 대한 의논이나 반성, 숙의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드라마화를 생각했는데 대중이 이걸 좋아할지는 넘어야 할 숙제였다. (방송사) 편성을 받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사회 고발극으로 쓰인 <허수아비>가 초반 수사극처럼 진행됐던 이유다.

최근 종영한 ENA 드라마 <허수아비>를 연출한 박준우 감독(왼쪽)과 각본을 쓴 이지현 작가. 스튜디오 안자일렌 제공


중간에 방향이 바뀌었는데도 <허수아비>에 대한 관심은 떨어지지 않았다. 1회 전국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은 2.9%였으나 상승세를 타더니 최종 12회에는 8.1%까지 올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이은 ENA 역대 드라마 2위 기록을 세웠다. 박 감독은 “배우들이 극의 중심을 잘 잡고, (이지현 작가가) 몰입감 있게 이야기를 잘 써주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끝이 마냥 찝찝하지만은 않다. 강태주는 1988년 사건 이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 프로파일러가 된다. 2019년 진범의 자백을 듣고 임석만을 찾아가 사죄한 뒤, 그의 재심 법정을 찾아 잘못을 뉘우쳐 임석만의 무죄 판결을 돕는다. 반면 검사 차시영은 국회의원이 돼 승승장구하고 임석만 재심에서도 자신의 잘못을 부인한다. 끝내 법적 처벌은 피하지만, 그가 숨겼던 강압 수사 사실이 드러나면서 가족들과의 관계가 틀어져 절망한다.

최근 종영한 ENA 드라마 <허수아비>의 주인공 강태주(박해수). BH엔터테인먼트 제공


박해수는 “강태주는 위대하지만 온전한 인간도 아니어서 더욱 (연기)해보고 싶었다”며 “시원하지도 않고, 감정이 앞서가 답답하기도 하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잡아나가려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지현 작가는 “실제 사건에서는 없던 일이지만, 잘못을 저질렀던 태주가 사실을 바로잡는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현실의 누군가도 태주처럼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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