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희준 "박해수와 4번째 호흡? 우리만 잘하면 10편도 거뜬"
2026.05.31 09:00
배우 이희준.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26일 종영한 '허수아비'는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혐오하던 놈과 뜻밖의 공조 관계를 맺으면서 펼쳐지는 범죄 수사 스릴러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는 큰 인기를 끌며 8.1%의 시청률로 마무리했다.
극 중 이희준은 냉철한 판단력과 정치적 감각을 겸비한 검사로, 강성연쇄살인사건 수사를 주도한 차시영 캐릭터를 맡았다. 강성연쇄살인사건에서 진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전직 형사 겸 프로파일러 강태주 역을 박해수가 연기하며 공조와 대립을 넘나들었다.
한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이희준이 박해수와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것은 이번에 네 번째다.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 '키마이라', '악연'에서 함께 했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이 '투톱 주연'으로 나서는 '허수아비'가 나오기 전, 일각에서는 기시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이들 모두 이전과 전혀 다른 색깔로 캐릭터를 소화하며 걱정을 단숨에 기대로 바꿨다.
박해수와의 재호흡은 이희준에게 결코 걸림돌이나 고민거리가 되지 않았다. 이희준은 최근 서울 강남구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진행된 '허수아비' 종영 인터뷰에서 “소속사 대표님은 걱정했지만, 정작 나와 박해수는 '행복하다', '앞으로 열 편은 함께 더 하자'며 기뻐했다”면서 “박해수와 함께 작업하며 그렇게 늙어가고 싶다”고 동료에 대한 남다른 신뢰를 드러냈다.
배우 이희준. ENA 제공.
“이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내가 연출한 영화 인터뷰를 할 때 훨씬 소규모였다. 관심을 받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진짜 잘 안다. 쉬운 기회가 아니라는 걸 잘 알아서 감사하다. 작품의 시청률을 보는 건 2014년 JTBC '유나의 거리' 이후 처음이다. 최근에는 계속 OTT 작품을 했다. 시청률을 매주 검색하는 게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실감이 사실 잘 안 난다. 계속 오르니까 검색하는 게 재미있더라.”
Q. 작품이 이렇게 화제를 모을 줄 알았나?
“영화 '핸섬가이즈' 남동협 감독님도 드라마를 보고 연락이 왔더라. '허수아비'는 현장에서 재미있게 잘 만들어보자는 고민을 하며 재미있게 보냈다. 열심히 만들었던 시간에 집중했다. 사실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다.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내용도 세고, 일반 드라마처럼 사이가 나빴던 형사와 검사가 힘을 합쳐 멋지게 범인을 잡는 스토리도 아니지 않느냐. 심각하고, 엔딩도 좋게 끝나는 게 아니라 잘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우리 열심히만 하자'고 말하며 똘똘 뭉쳤다. 그런데 나중에 반응이 좋은 걸 보고서는 신기했다.”
Q. 드라마에 출연한 이유는 무엇인가?
“뻔한 대답 같지만, 정말로 대본을 보고 결정했다. 배우는 대부분 4부 대본까지 보고 출연을 결정한다. 그 4부의 마지막 장면에서 내가 칼을 맞았다. 그래서 5부에서 감동적인 공조가 펼쳐질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출연을 결정했는데, 5부 내용을 듣고 나서 정말 충격적이었다. 전혀 예상 밖이었다. 30년 뒤까지 자신들의 과오를 각자 다르게 받아들이며 끝까지 갈등하는 캐릭터들의 모습을 보니 정말 흥분됐다. 오히려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뒤의 내용이 더욱 궁금했다. 배우로서 예상을 뛰어넘는 작품을 원래 좋아하기도 했다.”
배우 이희준.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살인의 추억'과 같은 소재여서 부담감이 크진 않았다.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게 흥미로웠다. 우리 모두 범인을 알게 됐고, 그 다음을 다루는 게 재미있었다. 대본을 쓴 이지현 작가님께서 범인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30년을 함께 버틴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 그게 정말 멋있었다. 실화를 찾아보기보다 대본 안에 있는 강태주와 차시영 관계에 집중했다. 다만, 소재 자체가 무겁기도 해서 자연스럽게 좀 더 집중하게 됐다. 신중하게 접근했다. 배우들과도 지나가는 말로 '척하는 연기는 하지 말자'는 대화를 나눴다.”
Q. 차시영은 도덕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기도 하다. 연기하기 위해 차시영을 어떻게 받아들였나.
“8, 9부쯤 찍을 때 박준우 감독님께 '차시영은 진범을 잡는 게 중요한 게 아닌 사람이군요?'라고 말한 기억이 있다. 지난주에 '범인 잡았습니다' 해놓고 일체 사과 없이 다른 범인을 지목하는 모습이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사람도 쉽게 믿고. '쇼잉'이 중요한 사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차시영이 괴물로 보일 수 있지만, 한 불쌍한 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엔 좋은 일도 많이 한다. 그저 환경이 그렇게 만든, 어쩔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그런 '비(非)일관성에 대해서 마음이 많이 편해지기도 했다. 그 '레이어'가 연기할 때 신나고 감사했다. 이런 악역(착한 사람은 결코 아니니까 악역으로 정의했다)이 나빠질 수밖에 없는 심리적, 무의식적 성장 환경의 레이어를 작가님이 심어주니 연기하는 게 정말 재미있었다. 연기하면서도 '이렇게 연기하기 재미있게 심어준 캐릭터를 또 만날 수 있을까?' 감사한 마음이 컸다.”
Q. 박해수와 네 번째 호흡이다. 걱정되는 부분은 없었나.
“우리회사 대표님이 계속 둘이 같이하니까 우려가 된 모양이더라. 그런데 난 '우리가 연기 잘하면 상관없다'고 말했다. 대표님은 '이번에 결과 안 좋으면 마지막이고, 앞으로는 따로 하는 거로 하자'고 농담처럼 했다. 다행히 일(결과)이 이렇게 되어서 몇 번 더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하! 얼마 전 해수와 이런 문자를 했다. '같이 해서 행복했다'고, '한 10편 더하자, 같이 이렇게 늙어가자'고 말했다. 회사 대표님은 다행히 행복해하신다.(웃음) 연극을 할 때부터 해수와 함께했다. 스스럼없이 '대사 맞춰보자'는 말을 하고, 언제든지 다시 연습할 수 있고, 서로의 연기를 보면서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이다. 상대보다 더 잘하고 싶고, 못하면 어떻게 하지 걱정하는 사이가 아니다. 그게 정말 좋다. 그리고 박해수라는 사람 자체를 좋아한다. 그게 드라마에 묻어나는 거 같다.”
Q. 극 중 강태주와 차시영의 관계는 어떻게 봤나.
“친하고 좋은데 자신의 의지나 의식대로 행동하는 게 아닌 거 같다. 감독님과 작가님에 따르면, 원래는 차시영과 강태주가 한 캐릭터였다고 한다. 그걸 나름대로 선과 악, 둘로 나눠보자 하면서 두 캐릭터가 생긴 거라 들었다. 실제로 크고 작고는 다르지만, 누구나 애정결핍과 인정 욕구가 다 있지 않나. 차시영은 그게 극대화된 사람이다.”
배우 이희준. BH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준우 감독님이 현장을 정말 잘 케어해줬다. 지난해 7, 8월에 정말 뜨거운 날에 해남 논밭에서 많은 장면을 찍었다. 그런 상황에서 감독님께서 무조건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브레이크타임을 뒀다. 어떻게 보면 제작비 낭비가 될 수 있는데도 스태프들의 건강을 위해 그렇게 한 거다. 살인 사건 장면이나 아이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세심하게 준비했다. 심리치료사 등을 다 두고 안전하게 촬영했다. 직접적인 노출이 없도록 찍어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감독님이 진짜 효율적으로 찍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버릇이 생겼다. 장면을 찍고 '오케이' 나자마자 바로 '한 번만'이라고 애원한다. 정말로 한번 만에 다 찍어서 신기하긴 하다. 대부분이 세 테이크 전에 마무리된다. 항상 더 찍고 싶다고 말했다. 찍자마자 카메라가 바로 다음 장소로 움직인다. 박해수와 서로 10분 남짓의 A4용지 3장가량 되는 독백 신이 있는데 그 장면이 한시간 안에 다 찍은 거다.”
Q. 극 중 아버지 역할로 나오는 유승목 배우와의 호흡도 중요했을 것 같다. 순영 역 서지혜가 극 중 이복동생이란 사실을 알았나.
“유승목 형님과는 2014년 영화 '해무'에서 형제처럼 나오는 선원으로 함께 출연했다. 이번엔 아버지와 아들이 됐다. 형님이 '난 그대로이니까 네가 젊어져라' 하시더라. 하하하!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형님이다. 최근 제6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방송 부문 남자 조연상을 받으실 때도 원래는 다른 곳에 있다가 달려가서 축하한다고 인사드릴 정도였다. 그러니 연기 호흡은 말할 것도 없다. 정말 좋은 분이어서 재미있었다. 극 중 순영이 동생이라는 반전은 9부 촬영하다 알았다. 그 전까지 난 사실 멜로인가 했다.(웃음) 계속 '순영을 신경 쓴다'는 내용의 지문이 있었다. 극 중 배경 당시에는 이복동생이란 존재가 종종 있는 일이지 않을까 하고 받아들였다. 유승목 선배님은 그 반전을 알고 제작진에 '순영이 말고 내 자식이 또 있어?' 물어보시더라. 하하!”
Q. 극 중 이기환 역 정문성이 진범이라는 걸 드라마 중반에 공개한다. 이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나?
“처음부터 정문성이 범인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다. 감독님께서 그걸 드러내지 않으려 정말 고민을 많이 하셨다. '보이스 AI' 같은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들었다. 무엇보다 진범을 드러내는 장면에서 과감하게 정문성을 화면 가득 잡아내는 부분이 정말 좋았다. 그날 배우들과 홍보 일정을 마치고 맥주를 마시면서 다 함께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장면이 나오자마자 다들 결과를 알고 있었는데도 '헉!'하고 놀랐다. 정문성 씨마저도 '와 저렇게 나오네?'라며 놀라더라.”
Q. 학창시절을 연기한 문우진과의 싱크로율도 화제였다. 아역을 맡은 문우진과 따로 이야기를 나눈 게 있나.
“따로 길게 만날 시간은 없었다. 다만, 박해수와 내가 어린 시절 연기를 따로 연습했다. 우리가 찍을 장면은 아니었지만(이해해야 하니까). 48세에 어린 시절 연기를 다 해봤네.(웃음) 문우진이란 친구와는 1부 마지막에 '태주야'라고 부르는 장면을 소년 시절에서 어른 시절로 바뀌는 장면을 함께 찍었다. 그때는 내 웃음소리를 비슷하게 내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서 그 친구가 그렇게 해줬다. 정말 잘하던데? 그 어린 시절 장면은 당연히 나랑 박해수보다 그 친구들이 훨씬 더 잘했다.(웃음)”
배우 이희준. ENA 제공.
“나한테는 안 시키던데? 시청률 공약으로 '8090 콘서트'를 하자고 제안은 해 놨다. 마침 연말에 뮤지컬을 하게 돼 노래 레슨받고 있거든. 다른 것보다 그렇게 나쁜 차시영이 노래를 부르는 게 어울리지 않아서 안 시킨 거 아닐까 싶다. 사실 정문성이 뮤지컬을 해서 그렇게 노래를 잘하는데 안 시킨 이유가 있을 것 아니냐. 그렇게 생각하며 위안을 받고 있다.”
Q. 10%대 시청률이 욕심나지는 않았나. 그리고 ENA 드라마 역대 2위 시청률인데 포상휴가를 노려볼 만하지 않을까?
“이 정도만 해도 우린 대단하다 생각했다. 10%대 넘으면 좋겠지,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안다. OTT가 아니라 오랜만에 TV 드라마를 해서 그런지 대중이 더 많이 알아봐 주시고 더 편하게 인사를 해주는 걸 느꼈다. 그걸로도 좋다. 포상휴가는 감독님께서 적극적으로 어필해본다고 했다. 우리끼리는 오래 촬영한 해남으로 가서 촬영을 추억해보자고 말하고 있다. 사실 해외 가나 국내나 술 마시면 똑같다.”
Q. 주변 반응은 어떤가? 가족과는 어떤 이야기를 했나.
“헬스장에서 일하시는 분이 '잘 보고 있는데 그렇게 못되게 나와서 괜찮아?' 물어보더라. 그 순간에는 '나도 좀 착한 역할 하고 싶다', '사랑받고 싶다'란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너무 재미있게 보던데? 4부 방송할 때는 갑자기 나한테 급히 전화를 걸어서는 '오빠, 오빠 죽어?' 이러는 거다. 그래서 죽는다고 말했다. 하하하! 8살 아들은 아직도 정확하게 내가 무슨 직업을 가졌는지 모른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아내한테 '대본 보고 올게'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걸 들은 아이가 얼마 전에 '아빠는 왜 자꾸 대변을 봐?' 이러더라.(웃음) 연말에 하는 뮤지컬은 8세 관람가라 이제야 아이한테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기대된다. 아이한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뮤지컬 출연을 결심하기도 했다.”
배우 이희준. BH엔터테인먼트 제공.
“날 찾아주는 이유? 뭘까? 전화 찬스 써서 물어보고 싶다.(웃음) 난 정말 욕심이 많아서 다 하고 싶다. '이걸 거절했었으면 몸이 좀 편할 텐데' 생각하는 순간도 분명히 있다. 지금도 '코리언즈, '무빙2' 촬영과 연극, 뮤지컬 준비를 하고 주말은 육아한다. 가끔은 '난 왜 이렇게 무리하게 잡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다시 선택의 순간이 와도 그렇게 할 거다. 요즘은 진선규 선배와 6월 16일 개막하는 연극 '꽃, 별이 지나' 연습을 틈나는 대로 하고 있다. 기준은 무조건 '재미'이다. 내 심장을 뛰게 하는 걸 찾는다. 10년 전에도 영화, 드라마, 연극 다 서너 작품을 매니저 없이 혼자 뛰어다녔더라. 결국엔 다 하고 싶은 마음이 큰 거다. 반성이 되는데도 다 재미있으니까 포기가 안 되더라. 밤새우고 준비하고 촬영하고 그러면 그게 그렇게 재미있다. 요즘 연극 준비를 하며 진선규 형 등 함께 초심이나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내가 이 자리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이런 말을 한다. 정말 다 하고 싶다. 몇 년 뒤에도 그러고 있지 않을까 싶다.”
Q. 화제작인 '코리언즈'와 '무빙2'에 합류했다.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나.
“'무빙2'는 인기 작품이라 부담보다는 히어로물을 처음해서인지 콘티만 봐도 신나더라. 이런 히어로물 하고 싶었다. '코리언즈'는 시대극이다. 이건 90년대고, '허수아비'는 80년대다. 10년 차가 이렇게 크구나 느끼고 있다. '코리언즈'는 안길호 감독님, 이병헌 선배님과 하고 있다. 감독님은 머릿속에 다 있다. 잘 믿고 따라가고 있다. 병헌이 형님과는 2020년 영화 '남산의 부장들' 이후 다시 만나는데 이렇게 연기하는 게 감사하다. 정말 피곤해도 형님과 밤새우면 '내가 언제 또 형님과 이렇게 연기해볼까' 생각하고 있다.”
Q. '허수아비'는 연출자로서, 배우로서 어떤 기억으로 남을 것 같나. 영화 연출자로서는 어떤 작품을 해보고 싶나.
“'허수아비'는 다시 볼 때마다 아련한 마음이 들 만큼 좋은 기억이 많다. 감독이 배우를 어떻게 배려해줄 수 있는지를 배우게 됐다. 감독님의 연출에는 소재의 힘이 있다. 밀도가 낮은 장면이 있다 하더라도 이야기의 힘으로 밀고 가는 강력한 저력이 있다. 언젠가 제가 영화를 만든다면, 영화 '대학살의 신' 같은 연기적인 부분을 많이 말하며 만들 수 있는 작품에 도전하고 싶다.”
유지혜 엔터뉴스팀 기자 yu.jihye1@jtbc.co.kr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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