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8000·성장률 1.7%…반도체가 끌었지만 청년은 못 웃었다
2026.05.31 06:51
GDP·수출·증시 ‘트리플 호황’에도 체감경기 냉랭
반도체 제외 제조업 증가율 0.2%…양극화·부동산·환율은 숙제
반도체 제외 제조업 증가율 0.2%…양극화·부동산·환율은 숙제
|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90.86포인트(3.55%) 오른 8476.15로 마감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출범 1년을 맞은 이재명 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숫자만 놓고 보면 화려하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반등했고, 수출과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코스피는 사상 처음 8000선을 돌파했다.
하지만 경제 회복의 온기가 산업 전반과 가계로 확산됐느냐는 질문에는 다른 답이 나온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제조업 회복세는 미미했고, 청년 고용난과 소득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됐다. 경제지표와 체감경기 사이의 괴리가 이재명 정부 2년차의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GDP 1.7%·코스피 8000…숫자로 증명한 ‘반도체 호황’
3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1.7%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0.2% 역성장에서 1년 만에 반등한 수치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상향 조정했고,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3% 성장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수출도 가파른 회복세를 보였다. 올해 1분기 수출은 2206억달러를 기록하며 세계 5위에 올랐고, 경상수지는 738억달러 흑자로 역대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본격화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수출이 급증한 영향이다.
자본시장 역시 호황을 누렸다. 코스피는 지난 29일 8476.15로 거래를 마치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6월 이 대통령 취임 당시 2770선과 비교하면 1년 새 3배 이상 뛰었다.
정부는 주가조작 근절, 상장폐지 제도 정비, 이사 충실의무 확대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 국민성장펀드 조성 등을 통해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나선 점을 주요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청년은 못 웃었다…체감경기와 멀어진 경제 회복
| 취업자가 16개월 만에 최소폭으로 증가하며 청년 고용률은 금융위기 이후 최장 하락을 기록한 가운데 13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일자리플러스센터 채용 게시판.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고용률은 1.6%p 하락한 43.7%를 기록하며 작년 8월(-1.6%p)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청년층 고용률은 2024년 5월부터 24개월째 내리막길이다. 2005년 9월부터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1월까지 51개월 연속 떨어진 이후 최장기간 하락세다. [연합] |
문제는 이 같은 회복세가 산업 전반과 고용시장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제조업 생산은 전 분기보다 3.0% 증가하며 5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증가율은 0.2%에 불과했다. 반도체가 사실상 제조업 전체를 끌어올린 셈이다.
서비스업도 업종별 양극화가 뚜렷했다. 금융·보험업은 증시 호황에 힘입어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숙박·음식점업과 문화·여가 서비스업은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고용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1분기 청년 실업자는 27만2000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4분의 1 수준을 차지했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 증가와 제조업·건설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체감 고용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소득 양극화 역시 심화됐다. 올해 1분기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배율은 6.59배로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기업 성과급과 금융자산 가격 상승이 상위 계층 소득 증가를 이끌었지만 저소득층의 소득 개선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뎠다.
부동산 시장도 여전히 불안 요인이다. 정부는 6·27 가계부채 관리대책과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으며 시장 안정에 나섰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강남권을 넘어 한강벨트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전세 물량 부족과 월세화 가속화도 부담으로 꼽힌다.
원·달러 환율 역시 위험 요인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말 이후 해외투자 확대와 중동 정세 불안이 겹치면서 환율은 한때 1540원에 육박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대외건전성을 고려할 때 위기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중동 리스크 장기화 여부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재명 정부 경제정책의 성패는 반도체와 증시가 이끈 회복세를 고용과 소비, 내수로 얼마나 확산시키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스피 8000과 GDP 반등이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청년과 자영업자, 건설업 종사자들이 경기 회복을 체감하지 못한다면 숫자의 호황'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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