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끌어올린 성장…가계 체감은 냉랭
2026.05.31 16:02
실질소득 증가율 0.4% 그쳐…경제 성장률과 격차 확대
중산층·자영업자 소득 증가 둔화…분배지표 6년 만에 악화
경제는 성장했지만 가계 체감경기는 냉랭하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한국 경제는 1분기 3%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가계 실질 소득 증가율은 0%대에 머물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기업 성과급 잔치 속에 중산층과 자영업자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1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의 실질 소득 증가세가 다시 둔화했다. 1분기 가계의 실질 소득은 월평균 462만8718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늘었다.
지난해 1분기 2%대를 기록했던 실질 소득 증가율은 이후 회복 흐름을 보였지만 올해 1분기 다시 0%대로 내려앉았다.
가계 실질 소득 증가율이 다시 0%대로 떨어진 것은 한국 경제 성장 흐름과 대비된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를 기록했다. 중동 리스크에도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어지면서 1분기 기준으로는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조사 방식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가계 실질 소득 증가율은 경제 성장률보다 3.2%포인트 낮았다.
경제 성장률과 가계 실질 소득 증가율 간 격차는 다시 확대됐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실질 소득 증가율이 경제 성장률보다 2.3%포인트 높았지만 2분기부터 역전됐다. 지난해 4분기에는 격차가 0%까지 좁혀졌으나 올해 1분기 다시 3%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성장률 회복과 가계 체감경기 간 온도차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가만 봐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상승을 이끌고 있고, 두 기업을 빼면 하락하거나 보합인 업종이 많다”며 “우리 경제가 균형 있게 성장했다기보다 특정 업황·특정 기업·대기업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호황 효과는 일부 대기업 직원들에게만 돌아가는 모습이다. 실제 올해 1분기 실질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1.7% 줄어 같은 분기 기준으로 2024년 이후 가장 낮았다. 자영업자 소득인 실질 사업소득 증가율도 0.5%에 그치며 2023년 이후 가장 부진했다.
그 사이 소득 격차는 더 벌어졌다. 상하위 20% 소득을 비교한 균등화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59배로 2020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상위 20%인 5분위 소득은 4.2% 늘어난 반면 하위 20%인 1분위 소득 증가율은 2.7%에 그쳤다.
중산층 소득 증가세는 더 부진했다. 2분위와 3분위 소득 증가율은 각각 1.5%, 1.2%로 2020년 이후 가장 낮았다. 4분위 소득 증가율도 0.5%에 머물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같은 분기 기준 최저를 기록했다. 전체 소득에서 5분위가 차지하는 비중은 45.2%로 2023년 이후 가장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중심 성장 흐름이 가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단순히 나눠주기식 접근이 아니라 성장의 온기를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가가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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