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view 로고

VIEW

피의자
피의자
"살고 싶다"는 아이들의 마지막 신호, 끝내 외면하는 사회 [정락인의 사건 속으로]

2026.05.31 12:00

[정락인 탐사저널 사건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14년째 청소년 사망 원인 1위 '자살'…매년 증가세
'사후 대응' 아닌 '조기 개입'으로 예방 패러다임 바꿔야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의 죽음은 단순한 숫자가 됐다. 매년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 속에서, 혹은 언론의 단신 기사 속에서 청소년의 극단적 선택은 무감각하게 소비된다. 한 해에 수백 명의 아이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전해져도 사회는 잠시 충격에 빠질 뿐, 이내 일상으로 돌아간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대책을 쏟아내고 학교는 예방 교육을 강화한다고 발표하지만, 그뿐이다. 반짝 긴장이 지나가면 시스템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아이들은 여전히 홀로 벼랑 끝에 선다. 경고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깜빡이고 있었다. 그러나 어른들은 그 신호를 사춘기 특유의 반항이나 학업 스트레스로 치부하며 외면했다. 아이들이 무너져 내리는 동안 사회적 안전망은 작동하지 않았고, 오히려 아이들을 사지로 떠밀었다.

우리 사회는 언제까지 이 죽음들을 먼발치에서 바라보고만 있을 것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마지막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것은 죽고 싶다는 체념이 아니라, 어떻게든 살고 싶다는 간절한 구조 요청이다.

ⓒChatGPT 생성이미지


중고생 4명 중 1명, 최근 1년 우울감 경험

최근 성평등가족부가 발표한 '2026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만 9세에서 24세 사이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는 '고의적 자해(자살)'로 나타났다. 이는 2011년부터 14년째 이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같은 해 청소년 사망자 수는 총 1749명이며, 이 중 자살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10.9명에 달한다. 이는 안전사고나 암으로 인한 사망률보다 3~4배 이상 높은 수치다. 실제로 학생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정서적 고통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중고등학생 4명 중 1명(25.7%)은 최근 1년 사이 우울감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상세 조사 결과는 더 놀랍다. 조사 대상 학생의 27%가 최근 1년간 '죽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고 답했으며, 약 10%는 실제로 자해를 시도한 경험이 있었다. 성별로는 여학생의 위기가 더 두드러졌는데,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비율에서 여학생(34.3%)이 남학생(20.1%)보다 약 1.7배 높았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증가세다. 최근 5년간 초·중·고생 자살 사망자 수를 보면 2021년 197명에서 2023년 214명, 그리고 2025년에는 242명으로 상승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전체 학생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아이가 늘어난다는 것은, 청소년들이 마주한 삶의 환경이 과거보다 훨씬 더 악화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아이들이 마주한 절망적인 현실은 전국 곳곳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최근 발생한 사건들을 들여다보면, 아이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얼마나 치열하게 버텼는지, 그리고 그들이 보낸 신호가 어떻게 외면당했는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남 목포에서 발생한 고등학생 두 명의 사망은 우리 사회 청소년들이 겪는 진로와 학업 압박의 무게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5월14일 밤, 친구 사이인 두 여고생이 목포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주변 지인들은 두 학생이 평소 학업 문제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극심한 정서적 고통을 호소해 왔다고 전한다. 집을 나와 친구와 함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기까지, 그들이 서로 나눴을 마지막 대화는 결국 이 사회가 주지 못한 정서적 탈출구였다.

2023년 4월, 서울 강남 일대에서 벌어진 청소년 연쇄 사망 사건은 디지털 환경이 청소년의 자살 위험을 어떻게 폭발적으로 증폭시키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먼저 대낮 강남의 빌딩에서 한 여고생이 SNS 라이브 방송을 하다가 사망했다. 이 과정을 수십 명의 이용자가 실시간으로 시청했고, 영상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확산됐다. 이 학생은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에서 활동하며 마음의 상처를 달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그곳은 치유의 공간이 아니었다. 위기 청소년들을 위로하기는커녕, 이들의 취약한 심리를 악용하거나 범죄의 표적으로 삼는 왜곡된 공간이었다.

이튿날 오전에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중학교에서 3학년 남학생과 관련한 교내 강력 사건이 발생한 후 해당 학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나흘 후에는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에서 14세 중학생이 또다시 유명을 달리했다. 며칠 사이 강남에서만 세 명의 10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던 '베르테르 효과'(유명인이나 또래의 자살을 모방하는 현상)가 시각적 자극이 강한 SNS 생중계와 결합하면서 청소년들의 충동적 성향을 자극한 결과였다.

한강 교량에 설치된 SOS 생명의 전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어른들의 성폭행과 비리가 죽음 내몰기도 

아이들이 자살로 내몰리는 원인은 한두 가지만이 아니다. 학업, 가정, 대인관계, 온라인 유해 환경이 겹겹이 쌓인 다중 스트레스 구조 속에서 숨을 쉴 수 없게 된다. 가정 내 학대와 보호 체계의 붕괴도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2021년 5월, 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두 여중생의 동반 사망 사건이 대표적이다. 두 학생 중 한 명은 의붓아버지로부터 당한 성폭행 피해 사실을 정신과 의사에게 털어놓고 수사가 시작된 상황에서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 

사건 과정을 보면 가해자와 피해자의 신속한 분리가 이뤄지지 않았고,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어떻게 가해를 은폐하는 방벽으로 전락했는지가 드러난다. 친모마저 가해자인 계부의 편에 서서 경찰 조사를 방해하자 결국 아이는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가해자로부터 격리되지 못한 채 지속적인 가스라이팅과 정서적 학대에 노출된 결과였다. 함께 사망한 친구도 자신의 집에 놀러 왔다가 계부에게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였다.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도 청소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거대한 주범이다. 2025년 6월, 부산의 한 예술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여고생 세 명의 안타까운 사망 사건은 교육 시스템 내의 갈등과 압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례다. 사건 직후 언론은 '학업 스트레스를 비관한 동반 사망'으로 결론지었지만, 유족들이 추적한 실체적 진실은 달랐다. 

숨진 학생의 성적은 우수했고 무용가라는 뚜렷한 꿈도 있었다. 그러나 학교 내부의 강사 채용 비리와 알력 싸움, 특정 강사와의 극심한 갈등, 그리고 그로 인해 파생된 학내 괴소문이 사춘기 여학생들을 궁지로 내몰았다. 학교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꿈을 인질로 잡힌 채 어른들의 진흙탕 싸움에 휘말린 아이들은 결국 삶을 포기하는 선택을 했다. 이것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교육 환경과 어른들의 방조가 결정적 트리거로 작용한 '사회적 타살'에 가깝다. 

사회적 고립 역시 위기를 심화시킨다. 지지 체계가 전무한 상태에서 아이들은 스마트폰과 온라인 공간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된다. 방 안에서 홀로 스마트폰을 보며 우울감을 키우고, 유해한 커뮤니티에서 극단적 선택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현상이다.

'24시간 청소년 전용 위기 문자' 등 도입 검토

정부와 교육 당국이 구축했다는 청소년 정신 건강 안전망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학교 현장의 1차 안전망 역할을 해야 할 교내 상담실, 즉 '위(Wee) 클래스' 설치율은 여전히 낮다. 

지난해 기준 전국 초중고와 특수학교 중 위 클래스가 설치된 곳은 78.1%에 그쳤다. 학교 10곳 중 2곳은 아이들이 힘들 때 찾아갈 상담실조차 없다는 뜻이다. 지역 간 격차도 심하다. 현행법상 학교 상담실 설치와 전문상담교사 배치가 규정돼 있지만, 강제 조항이나 처벌 규정이 없어 예산 부족을 이유로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예산 편성 기조에서 드러난다. 교육부의 최근 예산 편성 내용을 보면, 학교 내부에서 위기 학생을 조기에 포착하는 예방 프로그램 예산은 오히려 대폭 삭감됐다. 

예를 들어 학교 내 상담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 및 연구 지원 예산은 2022년 5억8600만원에서 2026년 3억49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4시간 문자 상담망을 운영하는 비대면 상담 서비스 예산 역시 2021년 20억5000만원에서 올해 15억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는 정책의 중심이 '학교 내 조기 개입과 예방'에서 '문제 발생 후 외부 치료'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학교가 아이들의 위기 신호를 조기에 포착해 막아주는 공간이 아니라, 고위험군 학생을 발견하면 외부 의료기관으로 넘겨버리는 '중간 경유지' 역할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한 번 고용하면 줄이기 어려운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대신, 필요에 따라 수요를 조절할 수 있는 외주화 방식(바우처 지원)을 택한 정부의 편의주의적 행정 탓이라고 꼬집는다.

청소년 자살률의 지속적인 상승과 연이은 동반 투신 사건들은 지금의 대책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일회성 예방 교육을 늘리고 외부 치료비 몇 푼을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이 비극의 사슬을 끊을 수 없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 단순히 상담실이라는 '문의 개수'를 늘리는 양적 확대를 넘어, 이미 열린 문 앞에 선 아이들이 실제로 들어올 수 있도록 '연결의 질'을 높여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시행 중인 '24시간 청소년 전용 위기 문자'나 'SNS 상담 시스템'(전화통화를 기피하는 청소년들의 특성 반영) 도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영국처럼 학교 내에 '민간 전문 심리치료사'를 상주시키되 위(Wee) 클래스와 중복되지 않도록 기존 교내 상담교사는 학생들의 일상적 고민과 위기 선별에 집중하고, 고위험군 학생에 대해서는 임상 경험이 풍부한 민간 전문 심리치료사가 맡는 투 트랙 협력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아동·청소년 학대나 성범죄 신고 접수 시, 친권자의 반대가 있더라도 국가가 강제로 피의자와 피해자를 즉각 분리할 수 있도록 법 제도를 정비하고, 보호 인프라 확충도 선행돼야 한다. 

아이들이 마지막 순간에 SNS 라이브 방송을 켜고, 벼랑 끝으로 향했던 것은 역설적으로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 "혼자 가기 너무 두렵다"는 외침이었다. 그들은 진심으로 살고 싶어 했다. 단지 그 지옥 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지 못했을 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갈등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들의 소리 없는 비명을 조기에 알아채고 그 손을 잡아주는 것, 그리고 그 연결이 끊어지지 않도록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이 사회 어른들이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할 책임이자 의무다. 이제 더 이상 아이들의 죽음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국가와 사회 전체가 환부를 도려내는 심정으로 대수술에 나서야 할 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 SNS 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

댓글 (0)

0 / 100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피의자의 다른 소식

피의자
피의자
1시간 전
박상용 검사 "직무정지 무기한 연장은 위법" 국민신문고 청원
피의자
피의자
1시간 전
조국 '김용남 지원사격' 與지도부에 "자기 정치에만 골몰" 비판
피의자
피의자
2시간 전
세월호 등 참사 허위글 3000여 건 올린 남성 구속
피의자
피의자
2시간 전
“참사 유가족 반복 허위 글”…50대 구속
피의자
피의자
2시간 전
'5년간 3천 건' 참사 비극 모욕한 50대 구속
피의자
피의자
2시간 전
"매니저, 자택 절도 의심"…신상정보 넘긴 박나래 前남친 '무혐의'
피의자
피의자
2시간 전
경찰, '매니저 개인정보 제공' 박나래 전 남친 무혐의 처분
피의자
피의자
2시간 전
매니저 신상정보 경찰에 넘긴 박나래 전남친 무혐의 결론
피의자
피의자
2시간 전
“대국민 사기”···세월호·이태원·제주항공 참사 모욕 글 3000건 넘게 올린 50대 남성 구속
피의자
피의자
3시간 전
조국 "황교안, 모스 탄으로 평택에 구정물‥유의동, 내란 단일화 할거냐"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