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家家호호] 가족의 시간을 되찾아준 바닷가 집 | 전원생활
2026.01.20 06:01
이 기사는 전원의 꿈 일구는 생활정보지 월간 ‘전원생활’ 1월호 기사입니다.
바다를 바라보는 경남 창원의 ‘산수가’는 추동권 건축주가 젊은 날 일에 쫓겨 가족과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의 공백을 메워주는 집이다. 그의 가족은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이 집에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못다 한 추억을 쌓고 있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가 보이는 땅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반동방파제가 자리한 해안선을 따라 내려오면 도로 왼편으로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가 펼쳐진다. 추동권(52)·박나경(52) 씨 부부의 생애 첫 전원주택, 산수가(山水家)는 그 이름처럼 산을 병품 삼고, 바다를 집 안 가득 들인 집이다. 남편 추씨에겐 전원주택에서 살아야겠다는 오랜 바람이 있었다. “고향 통영에서 마산에 와 산 지 20년 정도 됐죠. 어린 시절 워낙 가난하게 살아서, 무조건 성공해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아내랑 두 아이를 통영에 두고, 혼자 마산에 왔어요. 마산에선 줄곧 아파트에 살았는데 아내에게 50대 중반이 되면 조용한 시골에서 집 짓고 살자고 했던 말이 좋은 부지를 발견하면서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졌어요.”
방파제, 해상교량 등을 만드는 해양 전문 토목 회사를 운영하는 추씨에게 바다는 삶의 터전이자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다. 자연히 바다가 잘 보이는 땅을 찾게 됐고 과거 택지개발 사업차 오갔던 구산면 전원주택단지가 떠올랐다. 수년 전 남편과 함께 직접 이 부지를 찾은 아내 박씨에게도 집을 짓기에 흡족한 땅이었다.
자연과 삶이 조화를 이루는 설계
추씨는 지인의 소개로 경남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우름건축사사무소 김지홍 소장을 만났다. 40대 초반의 젊은 소장과의 첫 만남에 추씨는 단번에 ‘여기다, 믿고 맡기자’ 하고 확신했다. “젊은 사람들의 감각을 따라갈 수 없다는 건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늘 느끼는 점이에요. 특히 ‘잘해보겠다’는 김 소장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에 믿음이 가더라고요. 역시나 상담을 진행할 때마다 사소한 의견 하나도 놓치지 않고 매번 한 단계 더 발전시킨 주택 모형을 가져와 제안하는데 참 잘 맡겼다 싶었죠.”
4달간의 설계 과정에서 관건이 된 사안은 어떻게 바다 조망을 효과적으로 집 안에 들이냐는 것이었다. 김 소장은 건물에 마당만 덩그러니 놓인 주택이 아닌, 건물 전체를 통해 일상 안에서 자연을 감각할 수 있도록 설계를 풀어갔다.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은 뒤 건물은 바다 쪽으로 벌어진 ‘ㄱ’ 자 형태로 결정됐다. 내부 구조는, 바다가 멀리까지 보이는 위치에 거실을 놓고, 건물의 각도를 정면에서 살짝 틀어 모든 방에서 바다 조망을 다채롭게 접할 수 있게 했다. 그 앞으로 마당을 넉넉히 내서 해풍을 한 차례 완충하고, 외부엔 사다리 모양의 구조물을 설치해 그림자가 건물 위를 흐르며 주거자가 시간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했다. 모든 창을 3중창으로 시공해 단열 문제도 해결했다. 이처럼 집이 자연 속에 조화롭게 놓이도록 한 김 소장의 세심한 설계가 반영된 산수가는 2년 전 이곳에 입주한 추씨 가족의 일상에 서서히 변화를 가져왔다.
고된 하루를 다독이는 쉼터
문과 창을 열면 시원스레 들어오는 상쾌한 바닷가 공기, 퇴근길에 만나는 노을빛에 물든 붉은 바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변주하는 파도의 일렁임은 가족들에게 바닷가 인근에 살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모두 아파트에 살 땐 느끼지 못했던 자연이 주는 선물 같은 순간이다. 특히 오랫동안 토목 회사를 운영해온 추씨에겐 전원주택의 편안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 추씨는 토목 사업을 하며 유복하게 사는 작은삼촌을 보고 중장비 기사로 또래 친구들보다 일찍 생업에 뛰어들었다. 결혼 후엔 가족들에게 힘든 모습을 보이는 건 사치라 생각하며 마음의 고삐를 단단히 맸고 내 식구들은 내가 겪은 가난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 32살에 통영에서 연고도 없는 마산으로 홀로 올라와 사업을 시작했다.
열심히 살아온 젊은 날을 보상받듯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창원시에 있는 해양 토목 일은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하지만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아이들과의 시간은 뒤로 밀려났다. 자연히 가정을 돌보는 일은 아내 박씨의 몫이 됐고, 아이들이 성인이 되자 가정에서 아버지의 자리는 좁아져 있었다.
“어느새 남편하고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멀어져 있더라고요. 남편은 일이 고되니 자기 마음을 돌볼 시간도 없었고, 아이들은 당시에 어렸으니까 아빠가 어떤 마음인지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거예요. 제가 중간에서 노력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죠. 언젠가부터 서로 데면데면하고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니까 엄마이자 아내로서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가족의 못다 한 추억을 쌓아갈 집
박씨는 어디서 사느냐가 어떻게 사느냐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산수가에서 실감하게 됐다고 한다. 이 주택에 오고부터 가족들의 대화가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박씨가 주택살이에서 느끼는 가장 큰 기쁨이다. 특별히 약속하지 않아도, 산수가에 살고부턴 대화의 자리가 어디서든 만들어진다. 햇살이 잘 드는 날엔 바다 조망이 보이는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소소한 얘길 나누고, 시시때때로 퍼걸러(Pergola, 야외 공간에서 햇볕을 막아 휴식을 취하도록 하는 구조물)에 모여 마치 캠핑장에 온 듯 장작 앞에서 얘기도 하고, 고기도 구워 먹는다. 자연히 아이들과 남편 사이 마음의 거리도 줄어들었다. 서로 대화하지 못해 깊어졌던 오해와 서운한 감정, 풀릴 길 없어 보였던 가슴속 응어리도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술술 흘러나온다고. 박씨는 가족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퍼걸러 안으로 기자를 이끌었다.
“퍼걸러는 집 짓고 4개월 뒤에 만들었어요. 실내에서 야외 분위기를 낼 수 있어서 가족들이 무척 좋아해요. 왜 야외에 나가면 마음이 괜히 들뜨고 풀어지잖아요. 그런 역할도 이 공간이 하고 있어요. 이 외에도 넉넉한 거실과 마당, 2층 테라스 등 가족들이 얼굴 맞댈 공유 공간이 많아요. 그런 공간 덕에 가족들 사이도 자연히 가까워진 것 같아요.”
“그간 혼자 아이들 키우며 아내가 고생이 많았어요. 아내가 가고 싶어 하던 해외 여행지가 있는데, 그곳으로 가족여행을 가는 게 신년 목표입니다. 조금이라도 몸이 건강할 때 가족들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좋은 풍경도 보면서 추억을 쌓고 싶거든요. 그간 못했던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이젠 미루지 않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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