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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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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직전에 ‘주권’ ‘자주’ 깃발 올린 李 대통령

2026.05.31 05:31

[이하원의 외교·안보 막전막후 <113회>]

전작권 ‘전환’ 아닌 ‘회복’ 강조하며 주권 부각
핵심 지지층 향해 “자주독립국가 위상 찾자”
주한미군을 ‘외국 군대’라며 논쟁 촉발하기도
한일 ACSA는 거부...지지층 의식 선택적 행보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0월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건군 77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전작권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이 대통령은 이날 전시작전통제권을 '회복'하겠다고 처음으로 언급해 주목받았다. 이 대통령은 다음달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작권 문제를 잇달아 강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문제를 잇따라 꺼내 들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선거를 앞둔 지난달 말부터 ‘전작권 회복’을 강조하는데, 순수한 국방 개혁 의제라기보다 선거를 앞둔 정치적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방선거 국면에서 자신의 임기 내 전환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며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주권 담론’으로 전작권을 활용한다는 겁니다.

논란 된 안규백 국방 장관 후보자 청문회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만 해도 전작권 문제에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이를 명확하게 보여준 것이 지난해 7월 안규백 국방장관 인사 청문회입니다. 안 장관은 당시 청문회에서 “이재명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대통령실이 즉각 진화에 나섰습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안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장관 후보자로서의 개인 의견”이라며 “(전작권 전환의) 구체적 시한을 대통령실이 검토하거나 설정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안 후보자도 논란이 커지자 “기한을 정한 것이 아니라 전작권 전환에 대한 추진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는 “기본적인 큰 틀은 한미연합방위태세의 굳건함이며, 양국 간 조건 합의와 조건 충족, 그리고 이행이 기본 전제”라고 설명했습니다.

국군의 날 계기로 달라진 이 대통령

이처럼 전작권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이 대통령은 지난해 국군의 날을 계기로 달라졌습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맞은 지난해 10월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굳건한 한미 동맹 기반 위에 전시작전통제권을 회복해 대한민국이 한미 연합 방위 태세를 주도해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이때 주목할 대목은 ‘전작권 환수’가 아니라 ‘전작권 회복’이라는 표현이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경남 창원시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 입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내일 전작권이 회수되더라도 크게 문제가 없다”고 하자 “크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야 맞다”고 했다. 또, “대한민국이 그야말로 헌법이 정하는 자주독립국가로서의 위상을 신속하게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연합뉴스

청와대의 김남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직접 원고에서 ‘환수’를 ‘회복’으로 고쳤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보통 환수라고 하면 위치 변경에 방점이 있는데 회복은 원래 상태로 되돌린다, 되돌아갈 원래 위치가 있다는 점에 방점을 찍은 단어”라고 했습니다. 역대 정부가 전작권과 관련해 주로 ‘환수’ 또는 ‘전환’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온 것과 달리, 현직 대통령이 공식 기념사에서 ‘회복’이라는 표현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례적이었습니다. 이는 이 대통령이 전작권 전환을 군사적 조치가 아니라 주권 회복 차원에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는 광복절(光復節)의 ‘광복’이 갖는 역사적 뉘앙스를 떠올리게 합니다.

안규백 장관은 그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더욱 강한 얘기를 했습니다. “미국이 원하든 말든 우리는 전작권 전환을 해야 한다”며 “자주국방을 위해 국방비를 8% 이상 수준으로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시기를 언급하지 않은 반면 안 장관은 여러 차례 임기 내 전환 목표를 언급했습니다.

이후 ‘전작권 회복’은 이 대통령의 자주국방론을 상징하는 핵심 표현이 됐습니다. 지난 3월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도 그는 “철통같은 한미동맹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필수 요소인 것은 맞지만 과도한 의존은 금물”이라며 “전시작전통제권 회복은 조속히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방선거 다가오자 발언 수위 높아져

지방선거로 정국의 초점이 옮겨가는 지난달 국무회의에서는 전작권 관련 표현이 더 직접적이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국가는 스스로 지켜야지 왜 의존하나”라며 “왜 외국 군대가 없으면 자체 방위가 어려운 것 같은 불안감을 갖느냐”고 했습니다. 한미동맹을 유지하되, 한국 안보의 중심축을 한국군으로 옮겨야 한다는 의도였다고 하지만 주한미군을 ‘외국 군대’로 지칭함으로써 논쟁을 촉발했습니다.

주한미군은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 방어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이후에도 대북 억지력의 핵심 축으로 기능해 왔습니다. 미군의 참전으로 한반도 적화(赤化)에 실패한 북한은 지속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해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외국 군대’라고 표현한 것은 상당한 파장을 낳았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최근 이런저런 이유로 군사·안보 분야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분들이 좀 있는 것 같다”며 “그런데 분명한 건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주한미군 빼고 군사력 수준이 세계 5위 아닌가”라고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 없이 이같은 발언을 함으로써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눈을 감은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달 21일 워싱턴DC 의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미국 국방부 방송 캡처). 브런슨 사령관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로 군사적 조건이 충족될 수 있는 2029년을 거론했다./뉴스1

지방선거 목전에 “내일 전작권 회수해도 아무 문제 없다”

이 대통령의 전작권 발언 정점은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지난 26일이었습니다. 이날 열린 국무회의와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전작권 회복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내일 전작권이 회수되더라도 크게 문제가 없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크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야 맞다”고 한 겁니다. 또 마무리 발언을 통해 “대한민국이 그야말로 헌법이 정하는 자주독립국가로서의 위상을 신속하게 되찾았으면 좋겠다”고도 했습니다. 이는 전작권을 국가 주권의 문제로 끌어올린 상징적 장면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전작권 문제를 자주독립국가의 위상과 직접 연결하는 인식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이 대통령이 지방선거 직전 전작권을 집중적으로 언급하며 자주독립국가와 연결시킨 것을 우연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전작권 전환은 진보 진영이 오랫동안 주장해 온 사안입니다. 노무현 정부 이후 ‘자주국방’과 ‘전작권 환수’는 보수 진영의 한미동맹 우선론과 대비되는 진보 진영의 대표적 안보 의제였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방 선거 직전에 이 담론을 다시 전면에 내세우며 지지층에 익숙한 ‘자주독립국가’를 강조한 셈입니다.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와는 다른 지방선거의 특성상 전작권은 선거 국면에서 첨예한 의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지지층 결집을 위한 메시지를 이 대통령이 내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거에 불리한 ACSA는 안 건드려

흥미로운 것은 이 대통령이 전작권 문제에는 적극적이면서도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에는 여전히 부정적 태도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ACSA는 한국과 일본 군이 유사시 연료와 탄약, 수송 자산 등을 상호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입니다.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안보 협력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일본과의 군사 협력을 제도적으로 확대하는 문제에는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는 셔틀 외교를 할 정도로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지만 ACSA 문제에는 응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민주당 핵심 지지층 상당수가 일본과의 군사 협력 확대에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여권 내부에서도 한일 관계 개선은 필요하지만 군사 협력의 제도화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의 개선은 원하지만 핵심 지지층 정서를 고려할 때 일본과의 군사 협력 확대에는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결국 전작권에는 ‘주권’과 ‘자주’를 내세우면서도, ACSA처럼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는 사안은 건드리지 않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외교가에서는 최근의 전작권 담론을 안보 정책인 동시에 선거 전략의 산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워싱턴 소식통의 평가

전작권 관련, 최근 서울을 다녀간 워싱턴의 유력한 외교 소식통은 이 대통령의 주권 중심 접근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습니다.

“전작권이 한국 주권의 문제라니 이해가 안 간다. 대한민국이 지금 세계에서 어떤 위상을 갖고 있는데 대통령이 자주독립국가, 주권을 언급하나. 한국이 미국의 식민지라는 얘긴가. 유사시에는 한반도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호주·캐나다 등의 모든 군대가 온다. 그러면 이런 걸 수없이 지휘해 본 미군이 아무래도 잘하지 않겠나. 전작권은 그런 기능적인 차원의 문제다. 전작권이 미군에 있다고 해도 양국 군 사령관이 문민 대통령의 통제를 받는다. 어떻게 미군 사령관이 혼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나. 이걸 자꾸 주권의 문제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 이유가 있는 것 아닌가.”

이재명-트럼프, 서로 다른 목적하에 조기 합의 가능성

우려되는 것은 이 대통령이 정치적으로는 민감한 선거 직전에 진보 지지층을 향해 전작권을 소재로 ‘주권’과 ‘자주’의 깃발을 올렸는데, 한국에서 발을 빼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는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이 대통령의 전작권 조기 전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의 주요 발언은 이렇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30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한국 같은 동맹국이 군 작전 통제권을 더 신속히 주도하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한국처럼 부유하고, 강하고, 충분한 능력이 있고 동기 부여가 된 나라가 왜 비상시에 미국의 리더십만을 필요로 하는 관계를 유지하려 하겠는가. 주도적인 역할을 맡길 원해야 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했다. /뉴스1

“한국 같은 동맹국이 군 작전 통제권을 더 신속히 주도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한국처럼 부유하고, 강하고, 충분한 능력이 있고 동기 부여가 된 나라가 왜 비상시에 미국의 리더십만을 필요로 하는 관계를 유지하려 하겠는가. 주도적인 역할을 맡길 원해야 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 이는 주한미군이 한미 합의대로 ‘조건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을 주장하며 그 시기를 2029년 1분기로 거론한 것과는 다른 뉘앙스를 풍깁니다.

전작권 전환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 자주국방, 유엔군사령부와의 관계, 미국의 확장억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까지 함께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실제 전환되는 과정은 훨씬 더 복잡다단하고 정교한 한미 협의를 요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주와 주권을 내세우는 이재명 대통령과 대북 억지력은 한국에 맡기려는 중국을 더 견제하려는 트럼프 대통령 측의 입장이 맞아떨어져 한미 양국 군 지휘관의 전문적 입장이 배제된 채 정치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정치적 상징성이나 선거 전략이 아니라 냉정한 군사적 평가와 충분한 협의를 토대로 접근해야 하는데, 현재의 상황은 정치가 군사적 평가를 앞서려는 분위기가 더 커지고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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