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출신 ‘서울 사람들’, 기득권 지키려 지역감정 이용했다
2026.05.31 09:02
대구 1인당 지역내총생산 1993년 이후 전국 꼴찌
‘대구 살리기’냐 ‘보수의 심장’이냐 선택의 갈림길
김부겸-추경호 오차범위 내 접전…결과 예측불허
여러분은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마도 ‘내가 사는 곳’일 것입니다. 앞으로 4년 동안 일할 우리 동네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잘 뽑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정치적으로 가장 큰 의미가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 엇갈릴 수 있습니다. 서울시장을 꼽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서울은 대한민국 수도입니다. 상징성이 큽니다. 부산 북갑을 꼽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당락에 따라 보수 세력 재편의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북지사 선거를 꼽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선거 이후 벌어질 여권 내부 권력투쟁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구시장 선거가 가장 큰 정치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구요? 대구가 지역갈등의 인질에서 풀려날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대구의 경제를 살릴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대구 경북은 패권적 지역주의가 시작된 곳입니다. 경북 구미 출신으로 대구사범학교를 나온 박정희 소장이 1961년 5·16 쿠데타로 헌정을 중단시키고 집권했습니다. 대구 경북 출신들이 우리나라 정치, 관료, 재계의 중심 인맥으로 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두환 보안사령관 중심의 신군부가 1980년 5·18 쿠데타로 헌정을 중단시키고 집권한 뒤 티케이들은 한술 더 떴습니다.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시절은 ‘티케이 전성시대’였습니다. 군, 검찰, 행정부 요직을 대구 경북 출신들이 장악했습니다. 대구에서 힘을 좀 쓰는 사람들은 학연, 지연으로 한 두 다리 건너면 누구나 권력 핵심부에 선이 닿았습니다. 각종 인사와 청탁 민원을 손쉽게 처리했습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15년 동안 대구 경북은 권력 금단현상으로 힘들었지만,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10년 동안 다시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그 뒤 문재인 윤석열 이재명 대통령 때는 다시 권력에서 멀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북 안동 출신이지만 티케이가 아닙니다. 어린 시절 경기도 성남으로 떠났고 대구 경북에서 중고등학교에 다니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티케이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다른 지역을 차별하고 배제했습니다. 특히 호남을 희생양으로 삼았습니다. 1987년 대통령 선거, 1990년 3당 합당, 1992년 총선, 1995년 지방선거, 1996년 총선, 2000년 총선, 2002년 대선 등을 거치며 티케이 중심의 패권적 지역주의와 호남 및 충청의 방어적 지역주의가 끊임없이 충돌했습니다.
대구 경북 유권자들은 김영삼 이회창 윤석열 등 대구 경북 출신이 아닌 정치인들에게도 압도적 지지를 보냈습니다. 그들이 보수라는 이유였습니다. 국회의원 총선거와 지방선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에 묻지 마 투표를 했습니다. 대구는 이렇게 해서 ‘보수의 심장’이라는 명예를 얻었습니다.
티케이 전성시대에 대구 경북 유권자들은 권력자들과 가깝다는 자긍심이 있었습니다. 보수의 심장 시절에는 보수를 지킨다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구 경북은 먹고 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습니다. 점점 더 살기 어려운 동네로 추락했습니다.
대구정책연구원이 5월15일 ‘대구정책브리프’ 34호(민선 9기, 건설경기 회복과 세수 기반 확충을 통한 대구 경제 반등 전략 필요)를 발간했습니다. “지역 건설업 부진과 부동산 경기 위축이 최근 대구 지역내총생산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이런 충격적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1985년 대구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국 대비 5.2% 비중을 차지했으나, 2024년 2.9%로 축소”
“대구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1993년부터 전국 최하위 수준”
“1985년 13개 시도 중 10위, 1993년 15개 시도 중 15위, 2024년 17개 시도 중 17위”
“1985년 대구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전국 대비 83.2% 수준이었으나, 2024년 63.4%로 축소”
뭔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티케이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권력을 잡았는데도 대구는 왜 점점 더 살기가 어려워지는 것일까요? 이상한 건 또 있습니다. 제가 앞에서 티케이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다른 지역을 차별하고 배제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대구와 경북에 사는 사람들은 다른 지역 출신들에게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일까요?
비밀은 이른바 ‘티케이’의 정체입니다. 티케이들은 고향이 대구 경북일 뿐 엄밀히 말하면 대구 경북 사람들이 아닙니다. 패권적 지역주의를 자신의 출세에 이용하는 ‘대구 경북 출신 서울 사람들’입니다. 집도 대개 서울 강남에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자신의 권력과 재산이 가장 중요합니다. 고향 사람들이 먹고사는 데 별 관심이 없습니다. 대구 경북의 지역감정을 자극해서 자신의 출세에 이용합니다. 지난 수십년간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 소멸을 가져온 주범이 바로 이들입니다. 티케이들 때문에 대구 경북이 못살게 된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을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파고들었습니다. 김부겸 후보는 3월30일 출마선언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오늘 저는 지역주의보다 더 높은 벽을 넘고자 합니다. 지역소멸이라는 절망의 벽입니다. 우리 아들딸들이 대구를 등지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습니다. 제가 클 때 대구는 제 자부심이었습니다. 그 자부심을 우리 아들딸들도 느끼게 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입니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습니다.”
5월28일 페이스북에 대구 지역 사업가 여인성 씨의 절절한 글을 올렸습니다.
“지금 우리 대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다 떠나가고, 부모는 자식 눈치를 보고 자식은 부모 눈치를 보는, 참으로 희망을 잃어가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대구의 자부심은 무너졌고, 더 이상 머뭇거릴 ‘골든타임’마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김부겸을 당선시킨다고 해서 대구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진보의 도시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대구는 여전히 대구일 것입니다. 다만 언제까지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일하지 않아도 표를 주는 무조건적인 투표를 반복해야 합니까? 여지껏 겪어보고도 또다시 다가올 4년을 허송세월할 작정이 아니라면, 이번 단 한 번만이라도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후보, 중앙정부의 예산을 당당하게 끌어와 대구의 산업을 대전환시킬 수 있는 유능한 후보를 뽑아야 합니다. 보수를 진정으로 아낀다면, 대구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이번만큼은 정신이 번쩍 들도록 회초리를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경쟁이 생기고, 대구 정치인들이 시민 무서운 줄을 압니다.”
김부겸 후보는 이재명 대통령 공소취소 특검을 비판했습니다. 스타벅스도 “이 정도 선에서 그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표를 얻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닙니다. 김부겸 후보는 본래 상식과 통합을 중시하는 정치인입니다. 인물론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를 앞섭니다. 그런데도 민주당에 대한 대구의 거부감 때문에 고전하고 있습니다. 결국 대구가 ‘대구 살리기’의 기회를 잡을 것이냐, ‘보수의 심장’으로 남을 것이냐는 대구 시민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대구는 호남에서 배울 점도 있습니다. 호남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아니라 새천년민주당을 선택했습니다. 2016년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아니라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을 선택했습니다. 그 뒤 민주당 정치인들은 호남을 함부로 대하지 못합니다. 두려워합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정청래 대표는 전북의 민심 이반에 쩔쩔매고 있습니다.
선거 초반 김부겸 후보는 인물 경쟁력을 앞세워 추경호 후보를 크게 앞서갔습니다. 그러나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고 민주당 심판론이 작동하면서 경합 상태로 접어들었습니다. 대구의 특성상 일찌감치 예견됐던 상황입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직전 언론사 마지막 여론조사는 이렇습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문화일보 엠브레인퍼블릭 김부겸 40% 추경호 38%(5월25~26일, 전화면접방식)
문화방송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김부겸 40% 추경호 41%(5월26~27일, 전화면접방식)
제이티비시 메타보이스 김부겸 41% 추경호 43%(5월26~27일, 전화면접방식)
대구문화방송 에이스리서치 김부겸 45.7% 추경호 47.1%(5월25~26일, 자동응답방식)
동아일보 리서치앤리서치 김부겸 41.8% 추경호 45.1%(5월24~26일, 전화면접방식)
중앙일보 케이스탯리서치 김부겸 39% 추경호 42%(5월26~27일, 전화면접방식)
문화방송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김부겸 40% 추경호 41%(5월26~27일, 전화면접방식)
제이티비시 메타보이스 김부겸 41% 추경호 43%(5월26~27일, 전화면접방식)
대구문화방송 에이스리서치 김부겸 45.7% 추경호 47.1%(5월25~26일, 자동응답방식)
동아일보 리서치앤리서치 김부겸 41.8% 추경호 45.1%(5월24~26일, 전화면접방식)
중앙일보 케이스탯리서치 김부겸 39% 추경호 42%(5월26~27일, 전화면접방식)
오차범위 안에서 엇갈립니다. 이런 경우는 실제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2022년 6·1 지방선거 경기지사 선거가 그랬습니다. 언론사 마지막 여론조사는 이랬습니다.
동아일보 리서치앤리서치 김동연 36.4% 김은혜 43.8%(2022년5월24~25일, 전화면접방식)
조선일보 케이스탯리서치 김동연 45.2% 김은혜 44.3%(2022년5월23~25일, 전화면접방식)
중앙일보 한국갤럽 김동연 37.4% 김은혜 45.0%(2022년5월24~25일, 전화면접방식)
조선일보 케이스탯리서치 김동연 45.2% 김은혜 44.3%(2022년5월23~25일, 전화면접방식)
중앙일보 한국갤럽 김동연 37.4% 김은혜 45.0%(2022년5월24~25일, 전화면접방식)
선거 결과 실제 득표율은 김동연 49.06%, 김은혜 48.91%로 겨우 0.15%포인트, 8913표 차였습니다. 이런 경우를 깻잎 한장 차이 승부라고 합니다. 아마 이번 대구시장 선거도 그럴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예측불허입니다. 대구시장 누가 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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