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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패러다임의 변화 [글로벌 칼럼]

2026.05.31 11:00

편집자주

대한민국 최정상 영문매체 Korea Times는 글로벌 전문가들의 영문 칼럼이 가득합니다. 그 가운데 깊은 생각과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칼럼들을 번역해 한국일보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1970년대 공공장소에 붙었던 가족계획 포스터.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한국에서 60년을 살면서 나는 많은 변화를 보아 왔다. 눈부신 경제성장도 그렇지만, 특히 가족시스템이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어떤 영향을 받아 왔는지도 관심이 있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나는 두 가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가족과 교육제도였다. 1965년 당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다. 일제의 수탈을 겪고, 외세에 의해 분단되었으며, 무의미한 전쟁의 상처를 회복하던 시기였다. 그렇지만 가족 제도는 굳건했고, 가족과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가족 전통과 개인 정체성의 중요한 일부가 가문의 역사를 기록한 족보였다. 또한 가족들이 자녀 세대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에도 깊은 감명을 받았다.

가족과 교육이라는 이 두 가지 가치관은 그때와 지금 사이에 변화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변화할 것이다. 1965년에는 대가족을 이루는 것이 중시됐지만, 1970년대 어느 시점부터 사회적 패러다임이 바뀌어 인구 증가를 억제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모든 사람이, 가족 규모를 줄이기 위해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구호를 지지했다. 나는 다른 곳에서도 그것이 일종의 ‘세뇌’였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운동은 너무나 성공적이어서 1970년대부터 새 천년이 시작될 때까지 자녀가 둘이 아닌 가정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문제의 일부는 구호의 마지막 부분인 “잘 기르자”라는 표현이었다. 이것만이 오늘날 만연한 물질주의의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 그것에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당시 사회적 규범을 따르지 않은 몇몇 가정을 알고 있다. 한 가족은 자녀가 여덟 명이었다. 엄마가 애들을 데리고 가게에 가면 사람들은 그 아이들이 함께 돌보는 동네 아이들이냐고 묻곤 했다. 그녀가 모두 자기 애들이라고 대답하면, 태도는 곧 비판적으로 바뀌었다. 마치 그녀가 나라를 망치고 모두를 굶어 죽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그 가족과, 자녀를 적게 낳으라는 사회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았던 다른 가족들이 오히려 나라를 구하는 사회적 영웅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산아제한 운동은 “결혼하지 말자” 운동, “결혼은 하되 아이는 낳지 말자” 운동, 혹은 “한 명이면 충분하다” 운동으로 바뀌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3년 사상 최저치인 0.65까지 떨어졌고, 한국 사회를 이끄는 도시로 여겨지는 서울은 같은 해 0.55를 기록했다.

내가 처음 한국과 그 가치관, 그리고 가족제도를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 발견한 것 중 하나가 족보였다. 나는 석사 논문 가운데 하나를 한국의 입양제도에 대해 썼다. 전통적인 한국의 입양은 가문 내에서 아이를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보내는 방식이었다. 이는 족보 속 한 위치에 있던 아들을 다른 위치로 옮기는 것을 의미했다. 아들이 없는 성인 남성은 아들이 둘 이상인, 문중 사람을 찾아가 그중 한 아들을 양자로 들였다. 그렇게 입양된 아들은 재산을 상속받고, 양부가 사망한 뒤 제사를 지낼 후계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여분의 아들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었다. 현대 한국에서는 그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이제는 모든 조상을 위한 ‘후계자’를 충분히 확보할 수 없다. 그렇다면 누가 사후에 제사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인가. 알고 보니 모두가 그렇다. 한국인 후손들이 더 이상 조상 제사를 지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정도 전통을 유지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 전통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내가 만난 한 젊은이는 수년 동안 조상에게 올리는 제사상의 사진을 찍어 왔다. 그 상차림은 해가 갈수록 단순해지고 있었는데, 제사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때는 거의 모든 사람이 제사를 지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국의 가족 형태는 앞으로 어디로 향하게 될까. 앞으로도 여권 신장에 맞춰 노동시장과 각종 사회조직이 더욱 개방된다면, 미래의 가족은 어떻게 달라질까. 내가 전망하는 변화 중 하나는 족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다. 족보는 앞으로도 계속 존재하겠지만, 현대 한국의 많은 것처럼 그 패러다임도 바뀔 것이다. 서구의 족보처럼 남성과 여성을 동등하게 다루는 형태가 될 것이다. 전통적인 족보는 남성과 여성 모두를 포함한 조상을 찾아보는 자료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미래에 사람들이 자신의 조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더 이상 같은 성씨를 가진 사람들만을 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DNA를 공유하는 모든 혈연과 외가 계통의 조상들까지 포함하게 될 것이다. 계보 연구는 더욱 확대되어, 지난 300년 동안 남성 중심 사회에 의해 사라지기 전, 한국에서 사용되었던 ‘8명의 고조부 계통도’와 비슷한 형태로 발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칼럼의 시각은 필자 개인의 시각입니다. 코리아타임스 영문 칼럼: https://www.koreatimes.co.kr/opinion/columns/columnists/markpeterson/20260528/paradigm-shift-in-the-family



마크 피터슨 미국 브리검영 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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