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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중2 아들, 아빠 똑 닮은 막내”…이현정씨의 ‘특별한 사연’ [서울N]

2026.05.31 07:46

이현정씨 부부의 14·12세 두 아들은 위탁아동
어린이집 운영하며 가정위탁 제도 알게 돼 지원
“사춘기 중2·아빠 닮은 막내…우린 평범한 가정”
“제 자식도 키우기 힘들다는 반응에 ‘키워보면 알아’ 답해”
서울시, 위탁가정 부모에 임시 후견인 역할·양육보조금도


이현정 씨 가족이 2020년 경북 포항으로 가족 여행을 가서 호미곶해맞이광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현정 씨 제공]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서울 은평구에 사는 이현정(53) 씨 부부는 2남 2녀를 둔 가정이다. 성인이 된 두 딸은 독립했고 지금은 중학교 2학년인 ‘재현’(14), 초등학교 6학년 막내 ‘승현’(이상 가명·12)과 지내고 있다.

엄마인 이씨의 요즘 최대 고민은 사춘기가 한창인 재현이다. 원래부터 다른 사람의 관심받는 걸 좋아하는 재현이는 최근 외모에 관심이 커졌다. 공부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요즘 게임에 푹 빠져 있다. 이씨가 조금 잔소리라도 하면 “내 취미생활이니까 건들지 마세요”라고 대들기도 한다.

반면 내향적인 성격의 막내 승현이는 밖에서는 낯선 사람 만나는 걸 꺼린다. 하지만 집에서는 자기가 ‘왕’ 노릇을 한다. 승현이는 이씨의 남편인 아빠와 외모부터 하는 행동까지 많이 닮았다. 이씨는 심지어 둘이 걸음걸이까지 닮은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한 가족이지만 사실 이씨네 가족에는 평범하지 않은 사연이 있다. 사실 이씨는 재현이와 승현이를 낳은 친모가 아니다. 두 딸과 달리 재현이는 세 살, 승현이는 갓 돌을 지나고 위탁아동으로 이씨 집에 왔다.

원래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이씨는 일을 하면서 다양한 위기에 놓인 아이들을 만나게 됐다.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만난 이씨는 “어린이집을 오래 운영했는데 IMF 사태가 오면서 엄마가 가출하거나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아이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알게 된 것이 ‘가정위탁 제도’였다. 아이들을 좋아해 아이들과 함께하는 직업을 택했지만 막상 남의 아이를 내 가족으로 받아들일 용기는 쉽게 나지 않았다고 그는 털어놨다.

일반가정 위탁으로 두 아들, ‘재현’과 ‘승현’(이상 가명)을 키우고 있는 이현정 씨. 손인규 기자


이씨는 “한 번은 어린이집을 다니던 한 아이가 부모의 이혼으로 다른 곳으로 가게 됐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아이가 사라졌다는 연락이 왔다”고 했다. 이어 “그 아이가 자주 놀던 우리 어린이집 창고에서 놀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됐다. 아이는 집에 안 가겠다고 울고불고하는데 눈에 밟히더라. 그 아이를 결국 보낸 뒤 저런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을 때까지 내가 키워보자고 마음먹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후 위탁가정을 신청하고 만난 아이가 재현이다. 이씨는 “재현이는 처음 엄마가 키우다가 24시간 어린이집에 갔고 거기서도 안되니까 엄마 친구한테 보냈다가 할머니도 잠시 돌봐줬다”며 “우리 집에 와서 1년 반 정도 잘 지내고 있는데 갑자기 아빠가 와서는 데려가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친권이 없던 이씨는 재현이를 친부에게 보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매일 살을 비비고 지내던 천사 같던 다섯 살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자 상실감이 컸다. 특히 재현이와 정을 많이 쌓은 둘째 딸은 재현이가 떠나자 아프기까지 했다. 그렇게 하면 안 됐지만 이씨는 재현이가 어디로 갔는지 여기저기 수소문해 알아 봤다. 친부는 아직 경제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씨는 “친부에게 ‘언제든지 좋으니 재현이가 원하면 내가 대신 키워줄 수 있다. 힘들면 나한테 보내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재현이가 친부에게 간 사이 이씨 가족에게 돌을 갓 지난 막내 승현이가 왔다. 승현이는 중학생 미혼모가 낳은 아이였다. 친모가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친권을 포기했고, 결국 이씨는 승현이를 품었다.

그는 “신기하게 우리 남편과 외모부터 하는 행동까지 너무 많이 닮았더라. 친정엄마가 진짜 자식 아니냐는 농담까지 하더라”며 웃었다. 이후 7살 재현이가 다시 돌아오면서 이씨 가족은 완벽한 가정을 꾸리게 됐다.

서울시 가정위탁 아동 현황. [서울시 제공]


‘내 새끼도 키우기 힘든데 왜 그걸(가정위탁) 하냐’는 주변 반응에 이씨는 “그럼 ‘키워봐. 키워보면 알아. 내 새끼 키우는 거 힘들다고 하고 또 낳잖아’라고 말해준다”고 했다. “아이가 주는 에너지와 행복은 무엇과도 비교가 안 되잖아요. 아이를 키워본 부모는 누구가 똑같을거고요. 위탁아동이라고 다를 게 없어요.”

재현이와 승현이처럼 현재 서울에서 위탁 아동으로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는 올해 3월 기준 794명이다. 정부는 아동복지법에 따라 18세 미만 아동 중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기준에 적합한 가정에서 보호하는 가정위탁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가정위탁 대상 아동은 친부모의 질병, 사망, 가출, 실직, 수감 등으로 보호가 필요하거나 아동학대, 방임 등으로 분리보호가 필요한 경우 등이다.

가정위탁은 일반가정위탁과 전문가정위탁·일시가정위탁으로 나뉜다. 이씨 가족처럼 평범한 가정에서 지내는 것이 일반가정위탁이라면 학대 피해가 있거나 장애아동, 경계선 지능 아동 등 특별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보호하는 것이 전문가정위탁이다. 또 3개월에서 6개월까지 아동을 일시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일시가정위탁이다.

한 위탁가정 모습에서 아이를 돌보는 모습(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헤럴드 DB]


서울시는 가정위탁 아동 지원사업을 통해 위탁가정에 경제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매달 양육보조금(7세 미만 34만원, 13세 미만 45만원, 13세 이상 56만원)을 지급하고 문화활동비도 다니는 학교급(초·중·고)에 따라 매월 지원하고 있다. 또 신규 위탁가정에게는 100만원의 아동용품 구입비를 주고, 중·고생의 학원수강료도 분기별로 6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또 보호연장으로 18세 이후 대학에 다니는 경우 반기에 100만원의 학업유지비, 60만원의 취업준비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원에도 위탁가정 부모들은 아이를 키우는데 제약이 많다. 친부모가 아닌 동거인에 해당해 계좌 개설, 입원, 전학 등을 하려면 필요한 서류와 절차가 복잡하다.

이씨는 “재현이 친구들은 대부분 인터넷뱅킹 계좌를 개설했는데 친부모가 아니다 보니 그걸 해주지 못한다”며 “위탁 아동에게 이런 ‘다름’이 곧 상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는 아동복지법 및 하위법령 개정에 따라 이달 12일부터 위탁가정 보호자의 임시 후견인 역할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가정위탁 보호자는 1년간 아동의 ▷금융계좌 개설 ▷이동통신 서비스 ▷의료서비스 ▷학적관리 분야 임시 후견인이 될 수 있다.

또 서울시는 올해 ‘서울형 가정위탁 플러스케어’ 사업을 신규 추진 중이다. 영유아 위탁 가정을 대상으로 올해 12월까지 양육보조금을 가구당 월 100만원을 추가 지원해 위탁부모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가정위탁 제도를 모르시는 분이 많아 가정위탁이 활발하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보다 많은 가정위탁이 이뤄졌으면 하고 이를 위해 시 차원의 지원책을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이를 키워보신 분들은 다 알겠지만 아이가 처음 걸었을 때, 처음 자기 손으로 밥을 먹었을 때, 종이에 연필로 자기 이름을 처음 썼을 때의 기쁨은 엄청나다”며 “그런 것들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면 아이를 시설에 보내지 말고 가정에서 좀 품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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