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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의 신세계” 외국인 감탄했다…1년 만에 핫플 된 이곳

2026.05.31 07:00

범어사 사찰음식연구소 심화과정 수강생들이 지난 26일 재래식 간장으로 담근 버섯장아찌를 보면서 사찰음식 전문 지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은지 기자

“버섯 장아찌에 매실청을 넣으면 식초를 넣지 않아도 새콤한 맛이 납니다.”

지난 23일 찾은 부산 금정구 범어사 사찰음식연구소(이하 연구소). 조리대 위에는 곰취와 두릅 등 제철 봄나물과 재래식 간장, 톳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박상우 사찰음식연구소 전문 지도자가 봄나물 장아찌를 만들기에 앞서 미리 담가둔 버섯 장아찌를 건네자 수강생들은 “양념 맛으로만 먹던 버섯에서 깊은 맛이 난다”고 감탄했다.

개소 1년 만에 1600여명 찾아…절제와 조화 배우는 수행 공간
범어사 사찰음식연구소에서 진행한 템플레킹 참가자들이 사찰음식을 맛보고 있다. 사진 범어사 사찰음식연구소

지난해 6월 1일 문을 연 범어사 사찰음식연구소가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찰음식 전문 지도자 출신 전문가에게 사찰음식을 배울 수 있어 문 열자마자 수강생 모집이 마감됐다.

부산을 찾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사찰음식 체험과 자연 걷기를 결합한 ‘템플레킹’ 프로그램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개소 1년 만에 연구소를 찾은 이들은 1600여명에 달한다. 사찰음식이 지난해 5월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고, 저속노화, 비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연구소는 사찰음식을 교육하는 공간뿐 아니라 절제와 생명존중, 자연과의 조화로움을 배우는 수행의 공간으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6개월째 사찰음식을 배우고 있는 이미연(59)씨는 “간이 세지 않은 나물 반찬과 솥밥 위주로 먹다 보니 속이 편안해지고 마음도 차분해진다”며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다 보면 자연과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템플레킹에 참가한 김연주(34)씨는 “직접 무친 나물 반찬과 함께 사찰음식을 맛보고 숲길을 걸으며 명상하고 소원등을 달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만족해했다.
범어사 주지 정오 스님이 지난 26일 범어사 사칠음식연구소에서 사찰음식이 지향하는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범어사 주지이자 사찰음식연구소장인 정오 스님은 “사찰음식은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몸과 마음을 순화시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시민과 외국인들이 사찰음식을 체험하면서 감사함을 배우고, 탐욕을 덜어내는 수행의 시간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동국대 사찰음식 전문 지도자 출신 전문가 8명의 지휘 하에 입문 3개월, 심화 3개월, 고급 6개월 등 총 1년 동안 진행된다. 1기생 15명은 현재 고급 과정을 밟고 있으며 2·3기생까지 합치면 총 63명이 수강 중이다. 여기에 한식 디저트 과정 수강생까지 합치면 총 75명이다. 암 투병 이후 건강식을 배우려는 수강생부터 정년퇴직 후 요리학원에 가기는 쑥스러워 범어사를 찾은 남성 수강생도 있다. 연령대도 점점 낮아져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다.

장도석 범어사 사찰음식문화연구소 총괄자문위원은 “처음에는 단순한 나물 요리를 배우러 왔다가 사찰음식의 조리법과 철학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 놀라는 수강생이 많다”며 “초급 과정만 듣고 끝낼 줄 알았던 사람들이 심화·고급 과정까지 배우면서 수강생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사찰음식 ‘맛없고 소박’ 편견 엎고 현대화 접목한 파인다이닝 추구
사찰음식으로 차린 파인다이닝을 한 상에 올려놓은 모습. 사진 범어사 사찰음식연구소

사찰음식은 채식이니깐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사찰음식은 의외로 비싸다. 손이 많이 가고, 고기보다 비싼 채소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장 위원은 “시중에 파는 도시락은 1만원 정도면 고기도 먹고 양도 푸짐하다”며 “사찰음식으로 도시락을 만들었더니 가격은 2배 정도 비싼데 양이 적어서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느끼는 소비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또 맛없거나 소박한 절밥이라는 이미지도 강하다. 하지만 범어사 사찰음식은 ‘정성을 담아 대접하는 음식’에 가깝다. 가지에 칼집을 내 버섯 소를 채워 튀겨내거나, 연잎밥 안에 연잎 꽃을 넣어 미적 감각을 담아낸다. 청소년을 위해 떡볶이에 콩고기를 넣는 등 현대적인 조리법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장 위원은 “범어사의 사찰음식은 절제된 고급미와 현대적 요소를 가미한 파인다이닝을 추구하고 있다”며 “양념을 최소화하면서도 재료 본연의 맛을 100% 끌어내는 조리법으로 한국 음식의 깊은 맛을 알리는 게 사찰음식의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사찰음식으로 차린 파인다이닝을 한 상에 올려놓은 모습. 사진 범어사 사찰음식연구소

외국인들의 반응은 뜨겁다. 김밥과 잡채를 직접 만들고 떡이 쪄지는 과정을 체험한 외국인들은 “한국 음식 문화의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오는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행사에서는 외국인 귀빈 100여명을 대상으로 사찰음식 체험 만찬을 진행한다. K-푸드로서 성장 가능성을 엿본 연구소는 ‘사과즙 채수를 활용한 냉면’을 밀키트로 내놓으려고 준비 중이다.

범어사는 사찰음식과 명상을 접목해 부산의 대표적인 웰니스 콘텐트로 키우려는 작업도 병행 중이다. 그 일환으로 사업비 50억원을 투입해 올해 말까지 연면적 817㎡(약 250평) 규모의 사찰음식체험관을 새로 조성한다. 더 많은 수강생을 수용하고, 체험관을 찾은 시민들이 사찰음식뿐 아니라 한식 디저트와 차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사찰음식으로 차린 파인다이닝의 일부분으로 연꽃잎튀김, 참송이수삼냉채, 홍시죽순채가 그릇에 담겨 있다. 사진 범어사 사찰음식연구소

또 내년에는 국제명상체험관을 지어서 명상을 통한 치유의 시간을 갖도록 할 예정이다. 정오 스님은 “이제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시대가 아니라 사람들과 차를 마시며 마음을 나누는 시대”라며 “사찰음식을 통해 몸뿐 아니라 마음마저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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