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전
선거철 '묻지마' AI·데이터센터 공약 남발 주의보[기후로운 경제생활]
2026.05.31 05:01
한국은 지역 경제 활성화 내세워 6.3 지방선거 인기 공약으로
광역단체장 후보 70%, AI·데이터센터 공약…전력 조달 방법은 '공백'
AI·데이터센터가 쓰는 막대한 전력·용수 공급원 따라 지역 삶의 질 좌우돼
녹색전환연구소·참여연대·환경정의가 꼽은 '녹색 AI·데이터센터' 후보 7명
LNG PPA 담으려 했던 AIDC 특별법…자칫 기후시계 뒤로 갈 뻔
중앙정부 차원의 종합적 입지 계획 필요…전력·용수 관련 사회적 합의도
홍종호 교수 "정말 그렇게 많은 데이터센터 필요한 건지도 본질적 고민"
편집자 주
'기후로운 경제생활'은 CBS가 국내 최초로 '기후'와 '경제'를 접목한 경제 유튜브/라디오 프로그램입니다. 한국의 대표 기후경제학자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와 함께합니다. 매주 목/금 오후 9시 업로드됩니다. 표준FM 98.1mhz 목/금 오후 5시에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전체 영상 내용은 '경제연구실' 채널에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방송 :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기후로운 경제생활'
■ 진행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대담 : 최서윤 CBS 정책부 기자
■ 방송 :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기후로운 경제생활'
■ 진행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대담 : 최서윤 CBS 정책부 기자
◆ 홍종호> 다음 주제 알아볼까요?
◇ 최서윤> 네, 이번엔 우리나라 얘깁니다. 선거철 묻지마 AI(인공지능)·데이터센터 공약 남발 주의보.
미국에서 데이터센터를 우후죽순 건설하려던 계획이 주민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면, 아직 우리나라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유치하는 쪽이 정치권 입장에서 인기가 더 좋아 보입니다. 이번 6·3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 상당수가 AI 설비나 데이터센터, 또는 아예 AI데이터센터 유치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런 시설의 전력 조달을 어떻게 하느냐가 지역사회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화석연료로 전력을 조달하면 탄소 배출이 늘고 기후 변화가 가속화될 수 있고, 먼 곳 원전에서 전력을 끌어오려면 송전탑을 마구 지어야 합니다. 태양광은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만 24시간 밀도 높은 전력 공급이 가능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겠죠. 두 번째 소식에서는 이런 고민을 함께 해보려고 합니다.
◆ 홍종호> 간단한 통계 하나 말씀드릴게요. 곧 다음 주면 지방선거인데, 모든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의 공약집 키워드를 분석해 봤더니 AI는 무려 503회, 재생에너지는 46번, 데이터센터는 24번 나왔습니다. 우리 국민의 AI 선호, 우리 지역에 유치하고 싶다는 생각이 높다는 걸 정치인들이 읽어서 이런 공약을 내세운 거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데, 미국의 상황은 또 굉장히 다르기 때문에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같습니다. 한국 상황은 어떤지 준비한 소식 들어볼게요.
◇ 최서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은 16명을 뽑습니다. 원래 17개 시도였는데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로 묶이면서 16개 자리가 됐고, 녹화일인 5월 27일 기준 출사표를 던진 후보가 총 54명입니다. 녹색전환연구소·참여연대·환경정의가 이 후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5대 핵심 공약을 분석했어요. 그 결과 약 70%, 38명의 후보가 AI나 데이터센터 관련 공약을 내세운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어떤 시장 후보는 "우리 시를 AI 로봇 수도로 만들겠다", 또 다른 후보는 "피지컬 AI 로봇 실증을 우리 도시에서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요. 아예 직접적으로 AI 데이터센터 유치를 밝힌 후보도 8명에 달했습니다.
AI와 데이터센터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모두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합니다. 또 데이터센터는 장비를 냉각할 냉각수 공급도 필요해요. 지역 내 AI 설비나 데이터센터 관련 시설을 조성하겠다는 공약이 현실화되려면 전기와 물 공급 계획이 촘촘하게 뒷받침돼야 하고, 기후·환경 영향 검토도 선행되면 좋겠습니다. 이런 계획 없이 유치하겠다고만 외치면 말뿐인 공약에 그칠 수 있는 겁니다.
◆ 홍종호> 우리 방송에서 얼마 전 '이번 지방선거만큼은 기후 유권자들이 표심을 확실히 행사할 거다'라는 얘기를 했는데, 공약을 보니 AI 데이터센터가 압도적이고 재생에너지 쪽은 생각보다 많지 않네요. 이 부분에 대한 촘촘한 검증이 좀 필요할 것 같아요.
◇ 최서윤> 시민사회단체가 내놓은 제안은 이런 겁니다. 녹색 AI 데이터센터를 위한 지방정부 정책은 어떤 방향이어야 할까. 우선 AI 설비나 데이터센터 인허가를 해줄 때,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 사용 계획서를 제출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지산지소 개념으로, 이 설비에 사용하는 전력의 일정 비율 이상을 지역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의무화 계획서를 받아서 허가해야 한다는 거죠. 또 고효율·저탄소 기술을 도입하는 기업에 지방세를 감면해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고요, 지방정부가 직접 나서서 재생에너지 직접 구매 계약(PPA)을 맺어 공급 전략을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이 밖에 데이터센터 인근 폐열을 에너지로 활용하는 아이디어,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에 비례해 기후 상생기금을 조성하는, 일종의 환경 부담금 부과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단체들이 광역단체장 후보 공약을 살펴보고 직접 질문해 답변을 받은 결과, 총 54명 중 7명의 후보가 기후 친화적인 녹색 AI 데이터센터 원칙에 가장 높은 수준의 동의율을 보였다고 발표했습니다.
◆ 홍종호> 생각보다 비율이 굉장히 낮네요. 그래도 그 소수의 구체적으로 녹색을 이야기한 후보들 한번 소개해 주세요.
◇ 최서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 2명이 꼽혔고요,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김태흠 충남지사 후보,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2명이 꼽혔습니다.
◆ 홍종호> 부산에서 둘 다 꼽혔네요.
◇ 최서윤> 이 밖에도 정의당 권영국 서울시장 후보, 개혁신당 이기붕 인천시장 후보, 진보당 김종훈 울산시장 후보, 이렇게 총 7명입니다.
◇ 최서윤> 부산은 두 후보가 모두 뽑혀서 공약을 좀 살펴봤어요. 전재수 민주당 후보는 "데이터센터를 '전력 먹는 하마'에서 '도시 에너지 생태계의 능동적 참여자'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면서, 구체적 방법론으로는 부산 인근 해상 풍력과 햇빛소득마을에서 생산된 전력을 지방정부가 매칭해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이 지역 데이터센터가 지역 재생에너지와 ESS(에너지저장장치)로 자립할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도 분산 에너지 특화 지역을 기반으로 데이터센터에 청정 전력을 공급할 여건을 만들겠다고 해서 방향이 비슷합니다. 여기에 더해 재임 시절 착수한 '강서 스마트그리드 신사업'을 통한 안정적 전력 공급 방안을 구체화한 점이 눈에 띄고요. 스마트그리드는 전기 수요자와 공급자가 양방향으로 소통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전력망 관리 기술이잖아요.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조달하면서도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고 약속하는 건 중요한 부분입니다.
◆ 홍종호> 스마트그리드 구축할 때 AI 기술이 꼭 필요하죠.
◇ 최서윤> 맞아요. 이에 질세라 전재수 후보는 냉각수 고민도 추가해 차별점을 보였습니다. 해수와 하천수를 활용한 수냉식 친환경 냉각 시스템 기술을 데이터센터에 도입하겠다고 밝혀서 아주 박빙이에요.
권영국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신규 데이터센터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100% 조달하는 RE100 의무를 서울시조례로 담고, 기존 데이터센터도 단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짜겠다고 밝혔습니다. 기후 측면에서는 1등 답변이에요. 다만 서울의 모든 데이터센터 전력을 감당할 만큼 충분한 재생에너지 보급 계획이 뒷받침돼야만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 홍종호> 자칫하면 남쪽에서 먼 거리 송전선을 건설해 재생에너지를 가져와야 하는 문제로 커질 수 있으니까요.
◇ 최서윤> 맞아요. 이기붕 개혁신당 인천시장 후보는 송도·청라에 데이터센터 유치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경제 효과와 기후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녹색 원칙을 시 차원에서 수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홍종호> 이분들은 AI와 데이터센터가 한국 경제에 필요하되, 그 과정에서 기후 피해를 최소화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공급 계획을 세울 건지, 스마트그리드를 포함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걸로 볼 수 있겠는데요.
◆ 홍종호> 반면에 데이터센터 유치 공약은 내세우면서 구체적 실현 방안에서 녹색이 빠져 있고, 기존 석탄·가스로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에 머물 우려가 있는 후보들도 있습니까?
◇ 최서윤> 그런 우려가 되는 후보들이 있습니다. 우상호 민주당 강원지사 후보가 강릉시에 최대 70조 원에 달하는 AI 데이터센터 유치를 발표했는데요. 여기에는 최대 1GW(기가와트) 규모, 원전 1기 정도의 전력 설비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우 후보 측은 시민단체의 녹색 AI 데이터센터 제안에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단체는 밝혔습니다. 꼭 답변할 필요는 없지만, 단체가 우려하는 건요. 강릉에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면서 전력 조달 계획을 미리 제대로 잡아놓지 않으면, 동해안 석탄 화력발전소 가동률을 높여 전력을 조달하게 되고 기후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 홍종호> 좀 의외네요. 집권 여당이 NDC(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도 세우면서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고 이야기하는 정부인데. 강원도가 사실 석탄 전력 공급 과잉 지역이거든요. 그걸 그냥 갖다 쓰겠다는 걸 염두에 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할 수 있겠죠.
◇ 최서윤> 제기할 수 있는 지적입니다. 박찬대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도 AI를 활용한 산업 혁신을 제1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해상 풍력과 데이터센터 밸류체인을 연계해 보겠다"고만 답하고 환경단체의 7가지 제안에는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보내왔다고 합니다.
◆ 홍종호> 답변이 없는 게 아니고,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을 한 거군요.
◇ 최서윤> 그렇습니다. 인천에 들어서는 데이터센터 전력을 해상 풍력만으로 조달하는 건 지금 당장 현실적이지 않잖아요. 밸류체인을 연계하겠다는 말도 아직 다소 모호한 측면이 있습니다.
◆ 홍종호> 인천은 수도권 중에서 자체 전력 공급량이 소비량보다 많은 지역이에요. 그런데 대부분이 석탄과 가스로 이뤄져 있거든요. 에너지 전환이 가장 시급하고, 어떤 면에서 인천시가 우리 전기를 서울·경기에서 가져다 쓴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친환경 전력 공급원으로 바꿔야 할 필요가 굉장히 시급한 지역이 인천이라는 점에서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좀 생각해 봐야겠다는 느낌이 듭니다.
◇ 최서윤> 이번 분석에 참여한 시민사회단체들이 당부하고 싶었던 건요. AI 설비와 데이터센터가 소비할 전기와 물 조달 계획을 분명히 세우지 않은 채 묻지마식으로 개발하면 지역 수자원 고갈, 화석연료 사용 확대로 기후 변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달 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AI 데이터센터 특별법 사례도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AI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하니까 AI 데이터센터만큼은 규제도 완화하고 전력도 충분히 공급해 주겠다며 과기정통부 주도로 추진한 법률인데요. 이 법률 초안에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는 물론 LNG 발전 사업자와도 직접 전력 구매 계약, 즉 PPA(Power Purchase Agreement·전력구매계약)를 맺을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 크게 논란이 됐거든요. PPA는 원래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도입한 제도인데, LNG는 기후 변화가 가속화할수록 보급을 줄여야 하는 화석연료잖아요. 결국 기후부의 막판 반대로 LNG(액화천연가스) 발전 사업자와의 PPA 허용 부분은 빠진 채로 법률이 통과됐습니다. 자칫하면 AI 데이터센터의 경쟁적 확충 때문에 우리나라의 기후 대응 시계가 거꾸로 갈 뻔했다는 탄식도 나옵니다.
◆ 홍종호> 과기정통부는 AI 데이터센터를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얘기하지만, 전력 공급을 어떻게 할 건지는 좀 더 깊이 생각해야 하죠. 법안 논의 당시에도 LNG를 넣겠다는 방향은 국가 경영의 방향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하나하나 따져봐야 할 문제입니다. 결국 AI 데이터센터 입지를 분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난립하지 않으려면 중앙정부 역할도 중요하잖아요. 그 얘기도 해주세요.
◇ 최서윤> 해상풍력의 경우를 보면요. 계획입지 제도라고 해서 정부가 입지를 선정하고 관련 규제도 완화해 주고, 국방부·농식품부 등 관련 부처가 협의해 입지를 정한 뒤 사업자가 들어오는 방식으로 바꿨어요. 이렇게 안 하면 연평도에도 해상 풍력이 설치될 수 있을 만큼 난립 우려가 컸다고 해요. AI 데이터센터도 중앙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입지 계획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지금 6·3 지방선거 공약대로 보면 전국의 모든 시가 AI 수도가 되거든요. 피지컬 AI 수도가 전국이 되는 셈인데, 그렇게 되기는 어렵죠.
◆ 홍종호> 맞아요. 데이터센터 과잉 공급에 따른 산업적 부작용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해상풍력특별법 통과로 국가 주도 계획입지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AI 데이터센터 분야에서도 배울 점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최서윤> 우리 사회에서도 막대한 전력을 무엇으로 공급할지, LNG까지 투입할지, 냉각수 공급을 위한 수자원 이용은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고민을 치열하게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홍종호> 더 본질적으로는, 정말 그렇게 많은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건지도 굉장히 중요한 이슈입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CBS 최서윤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최서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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