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원, 20㎏ 빼고 통풍구로 탈출"…97만명이 쫓은 907일 도주극의 전말 [오늘의 그날]
2026.01.20 00:06
“저 같은 범죄자가 다시는 없게 사회와 가정에서 문제아들에게 사랑을 주십시오.”
29년 전인 오늘인 1997년 1월 20일 새벽 3시,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 신창원이 탈옥했다. 아침 점호가 돼서야 그의 탈옥 사실이 드러났다. 감방 천장의 통풍구가 뜯겨 있었고 그 흔적은 껌으로 정교하게 가려져 있었다. 통풍구 크기는 가로·세로 30㎝ 남짓으로 성인 남성이 빠져나가기엔 턱없이 작은 공간이었다.
신창원은 1989년 강도치사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 신창원은 모범수로 분류되어 있어 교정당국은 그가 탈옥할 것이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탈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쇠톱 숨기고 20㎏ 감량…치밀했던 준비=1967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난 신창원은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에게 가정 폭력을 당했다. 만 15세였던 1982년부터 소년원을 드나들었고 범행은 점점 대담해졌다. 한번은 도둑질로 잡혔다가 경찰관들이 훈방 조치한 신창원을 아버지가 다시 끌고 가 소년원에 넣어달라고 사정해 수감되기도 했다. 이후 1989년 3월 서울 주택가에서 강도 범행을 저지르다 피해자가 숨지면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신창원은 서울구치소를 거쳐 흉악범과 문제수 등을 수용하는 청송교도소(경북북부제2교도소)에 수감됐다.
5년간의 무난한 수감 생활을 마치고 1994년 부산교도소로 이감된 그는 교도관들의 눈을 피해 탈옥을 준비했다. 작업 중 몰래 확보한 길이 15㎝가량의 쇠톱 두 개를 신발 밑창에 숨겨 반입했고 매일 저녁 교도소 방송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천장 통풍구의 쇠창살을 조금씩 잘랐다. 소음을 감추기 위해 껌으로 틈을 메우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또한 몸놀림을 가볍게 하고 통풍구의 너비에 몸을 맞추기 위해 체형도 바꿨다. 식사를 의도적으로 줄이며 80㎏이 넘던 체중을 석 달 만에 60㎏대까지 줄였다.
◇907일 도주…경찰 97만명 투입된 ‘사상 최악의 추격전’=탈옥 당일 신창원은 통풍구를 빠져나와 철담장으로 가로막혀 있는 교도소 내 공사장으로 이동했다. 그는 땅을 파내 공사장에 진입, 교도소 외벽을 타고 도주했다. 이후 인근 농가에서 옷과 신발을 훔쳐 입고 택시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그날 이후 그의 도주는 무려 2년 6개월, 907일 동안 이어졌다.
그는 전국을 돌며 4만㎞ 이상을 이동했고 빈집털이로 마련한 도피 자금만 9억 8000만 원에 달했다. 경찰과 여섯 차례나 마주쳤지만 번번이 빠져나갔다. 가스총을 맞고 쇠파이프에 맞아 팔이 부러졌을 때도 체포되지 않았다.
경찰은 연인원 97만 명을 동원해 추적에 나섰다. 수배 전단 463만 장이 배포됐고 1000만 곳이 넘는 업소와 은신처를 뒤졌다. 그럼에도 검거는 번번이 실패했다. 신창원을 놓쳐 책임을 지게 된 경찰관은 57명으로 파면·해임·전보됐다. 현상금은 5000만 원까지 치솟아 당시 최고 기록을 세웠다. 1999년 당시 최저 시급은 1525원이였으며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의 가격이 2500원이였다.
◇“편해요, 그냥”…도주극의 결말=도주극은 1999년 7월 16일 전남 순천에서 막을 내렸다. 가스 수리공 A씨가 당시 전남 순천시의 한 아파트로 작업을 갔다가 우연히 신창원을 알아보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출동한 경찰 50여 명이 건물을 포위했고 신창원은 별다른 저항 없이 체포됐다.
검거 직후 그는 “편해요, 그냥”이라는 말을 남겼다. 당시 입고 있던 ‘미쏘니’ 무지개 색 니트 셔츠는 ‘신창원 티셔츠’로 불리며 한동안 유행하기도 했다.
법원은 기존 무기징역에 징역 22년 6개월을 추가로 선고했다. 그는 재판부에 “나 같은 범죄자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사회와 가정에서 문제아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창원은 자신의 저서에 나쁜 길로 빠지게 된 계기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당시 선생님으로부터 “돈도 안 가져왔는데 뭐 하러 학교에 오냐”, “빨리 꺼져” 등의 막말을 들은 뒤부터 범죄자의 길을 걸었다고 털어놨다.
수감 이후 검정고시에 합격하며 모범수로 지냈지만 2011년과 2023년 두 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현재 그는 대전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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