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잡아야 32강”…손흥민 말고 또 있다, 홍명보호 비밀병기
2026.05.30 07:00
정영재의 스포츠 인사이드
이번 월드컵은 유독 ‘사상 최초’가 많다. 본선 출전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면서 총 경기 수는 64경기에서 104경기로 크게 증가했다. 조별 예선도 종전의 8개 조(A~H)에서 12개 조(A~L)가 됐고, 예선 성적 상위 32개 팀이 토너먼트를 벌인다. 3개국 공동 개최(미국·캐나다·멕시코)도 처음이다. 2002 월드컵은 인접한 한국과 일본에서 공동 개최됐다. 이번에는 태평양 연안에서 대서양까지 북미 대륙 전역에 경기장이 흩어져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전반 22분과 후반 22분에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Hydration Break)라는 이름의 물 마시는 시간(3분)이 주어진다. 북미 대륙의 한여름 무더위에서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사실상 축구가 전-후반 경기에서 농구와 같은 4쿼터 제도로 바뀐 첫 무대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A조에서 체코·멕시코·남아공과 맞싸운다. 해발 1571m 고지대인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아크론 스타디움에서 조별 예선 1, 2차전을 갖는 한국 대표팀은 고지대인 미국 솔트레이크시티(1320m)에 전지훈련 캠프를 치고 막바지 담금질에 한창이다.
가장 궁금한 게 대한민국 대표팀의 성적이다. 박 위원은 주저 없이 말했다. “멕시코한테는 진다고 봐야 한다. 남아공은 충분히 잡을 수 있다. 결국은 체코와의 1차전이 예선 통과의 분기점이다.”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요청했다.“2차전 멕시코전이 열리는 과달라하라는 해발 1571m 고지대다. 설악산(1708m) 정상 근처에서 경기를 한다는 뜻이다. 우리도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고지대 적응 훈련을 하고 들어가지만 거기서 나고 자란 선수들한테는 못 이긴다. 고지대는 산소가 희박해 체력이 빨리 방전되기도 하고 공이 날아가는 궤적 자체가 다르다. 멕시코는 세계적인 스타는 없지만 필드 플레이어 10명이 모두 박지성처럼 미친 듯이 뛰는 팀이다.”
남아공한테는 이긴다고 했다. “남아공은 2010 월드컵 개최국이었는데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지금은 그때보다 전력이 더 안 좋다. 결국은 체코와의 1차전이 32강 토너먼트 진출의 분수령이다. 객관적 전력은 우리가 낫지만 첫 경기 변수가 있고, 평균신장 187㎝인 상대의 프리킥·코너킥 등 세트피스를 막아내야 한다. 우리가 1차전에서 승점 1점 이상(승리 또는 무승부)을 얻지 못하고 예선을 통과한 적이 없다. 어쨌든 토너먼트에는 올라갈 것 같고, 32강 상대에 따라 16강까지는 볼 수 있을 것 같다.”
신 위원도 체코와의 1차전이 예선 통과의 갈림길이 될 거라고 예상했다. “2002 월드컵을 앞두고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0-5로 참패했다. 그때 히딩크 감독이 경질될 뻔 했다. 동유럽 축구 강국이었던 체코는 오랜 침체 끝에 플레이오프를 거쳐 극적으로 20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그 기세를 몰아 처음 본선에서 맞는 상대가 한국이다. 우리가 1차전에서 승점을 얻지 못하고 멕시코에도 진다면 1998 프랑스 월드컵(1차전 멕시코에 1-3 역전패, 2차전 네덜란드에 0-5 참패 직후 차범근 감독 현장에서 경질) 같은 참사가 올 수도 있다.”
두 사람은 한국의 키 플레이어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 똑같이 “오현규”라고 답했다. 박 위원은 “오현규(25·베식타시)는 지금 튀르키예 리그에서 폼이 굉장히 좋다. 힘이 있고 직선적으로 밀고 들어가는 스타일인데, 우리는 월드컵에서 늘 도전자 입장이었으니 이런 선수가 필요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때는 연습생으로 합류했지만 이번엔 최전방에서 제대로 날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 위원도 오현규의 골 감각과 빠르고 위협적인 움직임을 높이 평가했다. “현재 손흥민(33·LA FC)이 골 슬럼프에 빠져 있는데 베테랑답게 잘 극복할 거라고 본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처럼 왼쪽을 장악하고 오현규가 중앙에서 위협적으로 움직여 준다면 골 찬스가 날 거다.” 신 위원은 또 하나의 변수로 황인범(29·페예노르트)의 컨디션을 꼽았다. “황인범은 중원에서 경기를 풀어줄 수 있는 핵심 선수다. 황인범이 부상을 털고 컨디션을 회복해 준다면 손흥민-오현규와 연결되는 삼각 편대가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처음 도입되는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어떤 영향을 줄까. 박 위원은 “만약 이번 대회 이변이 연출된다면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영향이 가장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축구 최상급 지도자 자격인 P급 라이센스 통과 기준은 ‘경기 상황에 대한 플랜을 짜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하프타임에 한 번만 게임 플랜을 바꿀 수 있었지만 이젠 4쿼터를 하는 농구처럼 최소 세 번 기회가 생겼다. 여기에 빠르게 적응해 판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 수 있는 감독이 일을 낼 거다.”
신 위원은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가 FIFA와 미국의 상업주의 프로스포츠가 손을 잡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해석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순수 아마추어리즘을 지향하고 등장했다. 반면 FIFA는 IOC가 프로 선수를 배제하는 것에 반기를 들고 ‘세계 최고 선수들이 출전하는 축구대회’를 표방하며 월드컵을 만들었다. 그 동안 FIFA는 TV 광고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4쿼터제를 꾸준히 모색해 왔다. ‘축구의 원형을 훼손하면 안 된다’는 유럽의 보수 세력에 눌려 있었으나 미국 월드컵(이번 대회는 사실상 미국 월드컵이라고 봐야 한다)을 계기로 상업주의 노선을 확실히 정한 것이다. 월드컵의 쿼터제 도입은 앞으로 FIFA가 축구라는 스포츠의 상업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갈 거라는 시그널이다.”
그런데 좀처럼 국내에서 월드컵 분위기가 뜨지 않고 있다. KFA 공식파트너인 맥주 회사의 TV 광고에 “월드컵, 우린 또다시 웃고 울겠지. 아니면, 아직 관심 없을 지도…”라는 내레이션이 나올 정도다.
이런 와중에 6월 12일 체코와의 첫 경기를 딱 보름 앞두고 ‘정몽규 회장 사퇴 선언’이라는 대형 변수가 발생했다. 이 사안이 대표팀 성적에 어떻게 작용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2014년 ‘리우 참사’(브라질 월드컵 예선 탈락, 홍명보 감독 사퇴)가 재현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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