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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BMW·아우디 시대는 옛말…프리미엄 세단 춘추전국시대로

2026.05.30 17:00

[박성수 시사저널e 기자 holywater@sisajournal-e.com]

G80·GV80 연내 HEV 탑재…'연비' 잡고 獨 3사 수요 흡수
지커, 가성비 프리미엄 SUV '7X' 출시…BYD 이어 흥행 노려


국내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국내 고급차 시장은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등 독일 브랜드가 철옹성처럼 주도해 왔다. 수입차 시장에서도 BMW와 벤츠는 매달 판매 상위권을 휩쓸며 프리미엄 시장을 견고하게 지배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시장 흐름이 급격히 달라지는 분위기다. 이른바 '하차감'으로 대표되던 브랜드 가치 중심의 소비 성향이 연비와 전동화, 가성비 등 철저한 실용성 위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틈을 타 현대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며 독일 3사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고, 일부 소비자는 포르쉐 등 아예 상위 럭셔리 브랜드로 이동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올해 제네시스가 하이브리드(HEV) 신규 라인업을 대거 추가하고, 중국 전기차 기업 지커가 가성비를 앞세워 국내시장에 진출하면서 기존 독일 브랜드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제네시스는 약점으로 꼽히던 연비를 극복할 브랜드 최초의 HEV 모델과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출시를 준비 중이다. 여기에 지커는 중형 전기 SUV '7X'를 전면에 내세워 국내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소비자 관심이 가장 높은 프리미엄 HEV와 전기차 시장에 실용성과 가성비로 무장한 두 브랜드가 동시에 협공을 가하는 모양새다.

ⓒ현대차 제공


독일 3사 독점 시장의 균열

올해 수입차 판매 지표는 이 같은 지각변동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기준 테슬라코리아는 3만4154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전통의 강자인 BMW(2만6026대)와 벤츠(2만658대)는 각각 2위와 3위로 떨어졌다. 아우디코리아 역시 작년보다 판매량이 크게 늘긴 했으나, 1~4월 4056대에 그쳐 예전 위상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소비자들이 연비와 유지비, 전동화 기술력을 중요하게 고려하면서 전통적인 내연기관 강점을 앞세워온 독일 브랜드들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약화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올해 제네시스가 HEV를 출시할 경우 기존 독일 브랜드 수요를 대거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브랜드의 핵심 모델인 G80을 비롯해 SUV 라인업인 GV80, GV70 등에 HEV를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G80과 GV80은 연내 출시가 유력한 상황이다. 그동안 제네시스는 디자인과 정숙성, 실내 품질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으나 상대적으로 연비 경쟁력은 약점으로 꼽혀 왔다.

업계에서는 제네시스 HEV 출시가 국내 프리미엄 시장에 강력한 수입차 대체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산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소비자층과 법인 수요에서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현대차그룹 HEV는 단순 연비 개선을 넘어 실내 V2L, 스테이 모드(엔진 시동 없이 공조 및 엔터테인먼트를 사용할 수 있는 기능) 등을 폭넓게 적용하고 있는 만큼, 제네시스 HEV 역시 전기차와 유사하게 혁신적인 사용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제네시스는 브랜드 첫 대형 전기 SUV인 GV90 출시를 준비하며 플래그십 전동화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GV90은 사실상 현대차그룹 최상위 모델인 만큼 최신 기술이 대거 적용되며 BMW iX와 벤츠 EQS SUV 등과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지리자동차그룹 산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의 국내 진출도 독일 브랜드들에는 뼈아픈 부담 요인이다. 최근 중국과 유럽 시장에서 판매를 빠르게 확대 중인 지커는 올해 중형 전기 SUV '7X'를 앞세워 국내시장을 정조준한다. 업계에서는 7X 가격이 5000만원대 수준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급 사양과 긴 주행거리, 첨단 인포테인먼트 기능 등을 두루 고려하면 동급 독일 전기차 대비 가격 경쟁력이 월등히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배터리 공급망과 생산 효율성을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는 만큼, 지커의 상륙은 프리미엄 시장의 경쟁 강도를 한층 끌어올릴 변수로 꼽힌다.



관건은 경쟁 모델 대비 가격 메리트

실제 중국 브랜드의 판매 증가세는 가파르다. 올해 1~4월 중국 BYD코리아 판매량은 5991대로 수입차 전체 4위를 기록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중국 브랜드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선입견 탓에 흥행 가능성을 낮게 점쳤으나, 우려와 달리 가성비를 앞세워 국내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BYD에 이어 지커 역시 국내에서 성공할 경우 가성비를 중시하는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형성되며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저가 중심의 BYD와 달리 지커는 프리미엄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고급차 시장의 특성상 브랜드와 상품성이 구매에 미치는 영향이 커 상황이 다를 것이란 의견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커코리아는 BYD보다 먼저 국내 법인을 세우고 시장 반응을 지켜봐 왔다"며 "초기에는 중국산 전기차가 국내에서 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BYD가 아토3 등으로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커가 먼저 선보이는 7X는 완성도와 상품성이 높은 중형급 모델로 평가받는 만큼, 결국 관건은 가격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경쟁 모델 대비 가격 메리트를 확보한다면 국내시장에서도 충분히 반응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7X 출시가 성공하면 향후 상위급 모델까지 국내 시장 확대가 가능해질 수 있다"며 "지커 입장에서도 옵션 구성 대비 가격을 어느 수준에서 책정할지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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