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AI 반도체 "식혀야 산다"…HBM '발열과의 전쟁' 서막[칩톡]
2026.05.30 08:00
속도보다 온도, 냉각 기술 연구 매진
메모리 3사 저전력·냉각 기술 경쟁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확대와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의 핵심이 속도에서 온도 관리로 이동하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이 급격히 높아지고 HBM 적층 단수까지 증가하면서 발열 문제가 차세대 HBM 기술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3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은 최근 차세대 HBM 개발 과정에서 냉각 및 전력 효율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단순히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는 것을 넘어 열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어하느냐가 차세대 AI 반도체 성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엔비디아와 AMD 등 AI 반도체 고객사들은 최근 HBM 공급사들에 발열 관리와 저전력 설계를 강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가속기 성능이 높아질수록 전력 소모와 발열도 함께 증가하는데, 열이 제대로 제어되지 않을 경우 성능 저하와 안정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D램이 겹겹이 쌓인 모양의 HBM은 그동안 열을 코어 다이를 거쳐 외부로 내보내는 방식에 의존해왔다.
실제 업계에서는 HBM 발열 문제가 단순 메모리 업체만의 과제가 아니라 AI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과제로 확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서버용 GPU는 단일 칩 기준 수백W를 넘어 1000W 안팎까지 전력 소모가 증가하는 추세다. GPU와 함께 탑재되는 HBM 역시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만큼 발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5세대 HBM(HBM3E) 이후부터 발열 문제가 본격적인 기술 한계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적층 구조 특성상 D램을 높게 쌓을수록 내부 열이 빠져나가기 어려워지는데, 향후 HBM4E와 HBM5 등 차세대 제품으로 갈수록 열 제어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3사 3색 '방열 솔루션' 총력전
이에 따라 HBM 경쟁 구도 역시 기존 메모리 성능 경쟁에서 첨단 패키징과 냉각 기술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선 메모리 업체들이 고성능 HBM 개발을 위해 앞다퉈 매진 중인 기술이 '하이브리드 본딩'이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 사이에 마이크로 범프(작은 돌기 형태 접합부)를 두고 붙이는 기존 열·압착(TC) 본딩과 다르게 범프 없이 구리와 절연막을 직접 맞붙이는 방식이다. 칩 두께를 얇게 가져갈 수 있고, 칩 사이에 열이 갇히지 않아 방열 효과도 더 높아 업계에선 HBM 적층이 높아질수록 선호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각 메모리 업체들은 이 같은 기술을 비롯해 자체적인 저전력, 냉각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차세대 HBM5용 냉각 기술인 'iHBM'을 공개했다. HBM 패키지 내부에 냉각 요소(ICE)를 삽입해 열 방출 경로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기존 대비 열 저항 특성을 30% 이상 개선해 고성능 AI 반도체 환경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역시 차세대 HBM에서 자체적인 저전력 설계와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최근 공개한 HBM4E 제품에서도 에너지 효율과 열 저항 특성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삼성전자는 HBM4E(7세대) 12단 샘플 공급 사실을 밝히며 "저전력 설계 및 패키징 구조 최적화 기술을 집약해 전작 대비 에너지 효율은 16%, 열 저항 특성은 1% 이상 크게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삼성전자가 최근 공개한 반도체 패키징 기술 로드맵에 따르면 이르면 HBM4E부터 하이브리드 본딩을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론도 저전력 HBM을 앞세워 AI 서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이 실리콘 관통 전극(TSV) 트렌치 냉각 방식이다. 실리콘 트렌치 냉각은 AI 가속기 칩 내부 실리콘 다이에 미세한 홈(트렌치)를 파고 이 통로로 냉각 유체를 순환시켜 칩 내부의 고열을 낮추는 방열 기술이다. 마이크론은 관련 기술 특허를 출원하며 장기적인 냉각 솔루션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저전력과 방열 기술은 앞으로 HBM 연구개발(R&D)의 핵심 방향성"이라며 "과거에는 데이터 전송 속도와 적층 단수를 높이는 것이 경쟁력이었다면 앞으로는 늘어난 발열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제어하느냐가 제품 성능과 수율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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