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뉴스보다 노잼”…아빠들의 ‘벽돌 책’ 멸종 위기
2026.05.30 06:00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기획 기사 제목이다. 두껍고, 무거워 ‘벽돌 책’이라고도 불리는 아빠 책은 역사·시사·정치·경제 등 주제를 다룬 ‘진지한 논픽션(비소설)’을 말한다. 성인 남성이 주 소비층이라 아빠 책에 비유하기도 한다.
미국의 도서 판매 분석업체 서카나 북스캔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9일까지 논픽션 책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8% 줄었다. 정치·시사 분야 도서 판매량으로 좁히면 19% 급감했다. 예를 들어 베스트셀러 역사학자 론처노가 2017년 펴낸 『율리시스 S. 그랜트』 전기는 38만1604부 팔렸다. 반면 지난해 펴낸 『마크 트웨인』 전기는 11만9259부 팔리는 데 그쳤다.
베스트셀러 논픽션조차 픽션(소설) 판매량에 크게 못 미친다. 예를 들어 4월 26일자 뉴욕타임스(NYT)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보면 데브니 페리가 쓴 『라이츠오브 더 스털링(Rites of the Starling)』이 첫 주에 10만5396부 팔리며 픽션 1위에 올랐다. 반면 언론의 주목과 호평을 받은 패트릭 래든키프의 『런던 폴링(London Falling)』은 논픽션 판매량 1위에도 같은 기간 1만3468부 팔리는 데 그쳤다.
출판업계에선 아빠 책의 쇠퇴를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 WSJ은 독자들의 새로운 미디어 소비 방식을 원인으로 꼽았다. 시사 전문 뉴스레터와 유튜브, 팟캐스트 채널은 물론이고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만드는 다큐멘터리가 날카로운 통찰력을 제공해 아빠 책을 위협한다고 분석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WSJ에 “미국 역사를 읽고 싶어하던 남성 독자들이 이제 역사 전문 팟캐스트를 듣는다”며 “론 처노의 700페이지짜리 책을 펼쳐 들 갈증을 이미 해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최근 몇 년간 가장 잘 팔린 논픽션 분야는 자기계발서라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2017~2020년) 때는 이른바 ‘트럼프 특수(Trump bump)’ 현상이 있었다. 당시 독자들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을 이해하기 위해 역사·정치 서적을 찾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WSJ은 이 현상이 트럼프 2기 들어 시들해졌다고 짚었다.
대형 서점 체인 반스앤노블의 제임스 던트 최고경영자(CEO)는 아빠 책 판매 감소의 원인으로 “현실 세계의 사건이 너무 압도적이기 때문”이라며 “세계가 유난히 흥미로울 때 논픽션 독자들은 책 대신 뉴스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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