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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 합동결혼식 강행한 이란…한국 못지않은 저출산[시사쇼]

2026.05.30 08:00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이란에서는 최근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기관총이 거치된 군용 트럭 위에 앉아 결혼식장으로 가는 모습이 일상화되고 있다. 미국과의 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테헤란 거리에서는 주말마다 합동결혼식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전시상황에도 이란 당국이 합동결혼식을 주도하는 배경에는 이란의 극심한 저출한 상황이 도사리고 있다.

혁명수비대가 주관하는 '국가 결혼식'

1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합동결혼식 모습. 기관총이 달린 군용트럭을 타고 신랑과 신부가 결혼식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의 합동결식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주관하고 있다. 혁명수비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공식 채널을 통해 예비 신랑·신부 참가자를 공개 모집하고, 예식 비용과 장소를 전액 지원한다. 이달 들어서는 거의 매 주말마다 테헤란 일원에서 행사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 대한 충성 서약이 결혼 예식의 일부로 진행된다고 전해진다.

혁명수비대 측은 매번 공고를 올리면 수천 쌍이 신청해 물량을 나눠 진행한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이 행사의 공식 명분으로 '저출산 문제 해소'를 내세우고 있다. 전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향후 병력 충원을 고려해서라도 저출산 위기를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란 내부에서는 이것이 자발적 참여인지, 동원인지 불분명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오히려 전쟁으로 인한 인원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산하 조직인 바시즈(Basij) 민병대 등 조직원 모집을 병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혼식 참여자가 관련 조직 가입 절차를 우선적으로 밟을 수 있으며, 가입 시 직장 내 승진 보장, 사업 지원, 식료품·의료 혜택 등 실질적 이익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중동 최저 수준인 이란 출산율…1.3명대 충격

AP연합뉴스

실제 이란의 극도로 낮은 출산율도 합동결혼식의 주된 이유다. 사실 중동·북아프리카 대부분 국가들은 고출산 문제를 안고 있다. 이집트의 경우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1950년대에 2000만 명이던 인구가 현재 1억명을 웃돌 만큼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지역 평균 합계출산율은 2.8명 이상이다. 카타르·아랍에미리트 같이 인구가 매우 적은 산유국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들이 산아 제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과 교전 중인 가자지구조차 전쟁 이전 출산율이 3.2명이었다.

그러나 이란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35명 정도에 그쳤다. 한국의 초저출산 수준에 육박하는 수치로, 지금 추세가 이어진다면 조만간 0명대 진입도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그 결정적 원인으로 2017년 트럼프 행정부 1기의 강력한 대이란 제재를 지목한다. 제재 이후 수출입이 급감하고 민생고가 심화되면서 청년층이 결혼 자체를 포기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통상 합계출산율이 1.0명 수준인 국가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최소 2만달러 이상인 선진국들이지만, 이란은 현재 5000~6000달러 수준의 중진국임에도 이미 그 수준에 도달한 상황이다. 향후 30년래 극심한 인구감소와 생산인구 축소가 불가피한 상태다.

이러한 저출산의 주된 원인은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있다. 미국과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란의 경제 상황은 한층 악화됐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슈퍼마켓과 소규모 마트조차 식료품 가격의 10%만 선불로 받고 나머지를 할부로 청구하는 식료품 할부 프로모션을 도입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도시노동자의 평균 월급은 이란 리알화 기준 약 2500만토만(toman)으로, 현재 환율로 미화 1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반면 비료 한 포대 가격은 7500만 토만으로 평균 임금의 3배에 달한다. 비료를 구입할 여력이 없는 농민들이 경작을 포기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미국의 제재로 식량 수입 루트까지 막혀 밀수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인플레이션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혁명수비대를 향한 민심도 급격히 나빠지고 있으며, 강경파 인사들도 이전보다 발언 수위를 눈에 띄게 낮추는 모습이다.

동결 자산 vs. 농축 우라늄 ? 미·이란 협상의 교착

로이터연합뉴스

경제난이 가중되자 이란 협상단은 기존의 복잡한 요구 사항 대신 해외에 동결된 자금 반환을 최우선 의제로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 협상단은 '농축 우라늄을 미국으로 이전하기 전까지는 동결 자금을 해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맞서고 있다. 사실상 2015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 핵 합의(JCPOA) 당시의 구도와 흡사한 틀로 회귀하는 양상이다.

이란 내부에서도 파열음이 크다. 협상파를 대표하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이번 회기에도 압도적 표를 받아 의장직을 1년 연임하면서 협상 주도권을 유지했다. 반면 강경파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세 수취권 확보'와 '대미 전쟁 배상금 청구'를 포기할 수 없다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도, 이란도 각자의 강경파에 발목이 잡힌 채 협상이 표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웨딩드레스와 기관총이 공존하는 기묘한 풍경은 오늘날 이란이 처한 딜레마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혁명수비대가 내세우는 저출산 해소와 세력 확장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시도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민생고와 협상 교착이 장기화될수록 이란 사회 내 균열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과거 조선시대 병자호란이 발발한 당시 남한산성에서 주화파와 척화파가 맞섰듯, 이란도 지금 그 기로에 서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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