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아보려 애쓸수록 숨이 막히던 어느 날 부산행 기차탄 뒤 벌어진 일 [여책저책]
2026.05.30 15:09
언제부터인지 ‘누구’라는 존재보다는 ‘나’에 집중하는 여행법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혼여행’ ‘나홀로 여행’ 등으로 부르죠. 이렇게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남의 시선과 사회적 역할에서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오롯이 나한테 집중할 수 있는 매력이 있죠.
혼여행 기록집 – 내가 차린 고요
최유진 | 동양북스
최유진 | 동양북스
저자 최유진은 책 ‘혼여행 기록집’을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부제를 ‘내가 차린 고요’라 붙인 이유도 세상의 잔잔함과 고요를 발굴한다는 점 때문이다. 그렇게 혼자 걷고, 쓰고, 여행한 저자는 혼여행이 단순히 쓸쓸한 독백이 아니라 삶의 강력한 무기가 되는 ‘자기 혁명’의 과정임을 나직한 목소리로 증명해 보인다.
저자는 12만 명의 팔로어를 가진 인플루언서다. 그는 수많은 팔로어와 함께 혼자 떠나는 여정의 가치를 나누어 왔다. 저자의 첫 혼여행은 거창한 탐험이 아닌 철저한 ‘도피’에서 시작했다. 잘 살아보려 애쓸수록 숨이 턱 막히던 어느 날, 저자는 지금 이곳만 아니면 어디든 괜찮다는 마음 하나로 부산행 주말 기차표를 끊었다.
이 책이 여타의 여행 에세이와 궤를 달리하는 핵심적인 키워드는 바로 ‘기록’이다. 흔히 혼자 떠나는 여행은 문득 찾아오는 지독한 외로움과 멀뚱히 흘려보내는 시간 앞의 심심함으로 인해 망설여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 쓸쓸함의 여백을 기록이라는 도구로 채워 넣으며 혼여행을 ‘혼자 떠난 여행’이 아닌 ‘나와 함께하는 여행’으로 전환시킨다.
글을 쓰고 사진을 남기는 행위는 길 위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아침 산책길에 우연히 만난 고양이, 햇빛이 가장 잘 드는 카페 자리, 그날의 공기에 맞추어 골라 듣는 음악처럼 그냥 지나쳐도 좋을 사소한 순간들을 붙잡아 기록하는 행위가 그것이다. 저자는 이같은 노력이 비효율적인 낭만이 아니라 온전히 자신을 돌보는 방식이었다고 고백했다.
책은 감성적인 에세이의 성격을 띠면서도 혼자 떠나기를 주저하는 초보 여행자들을 위한 매우 실용적인 안내서 역할도 겸한다. 유형별, 계절별로 엄선된 추천 혼여행지와 숙소 정보는 물론, 책 곳곳에 QR코드를 삽입해 저자가 직접 제작한 ‘혼여행 지도’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문득 살아 있다는 감각을 잃어버린 채 반복되는 일상의 궤도 위를 무심히 돌고 있다면, 홀로 서는 것이 두려워 늘 타인의 그림자 뒤에 숨어 있었다면 이 책이 건네는 다정한 조각들을 가만히 만져볼 일이다. 우리는 비로소 나만의 속도로 세상 밖으로 걸어 나갈 작은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 ‘여책저책’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세상의 모든 ‘여행 책’을 한데 모아 소개하자는 원대한 포부를 지니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출판사도 좋고, 개별 여행자의 책도 환영합니다. 여행 가이드북부터 여행 에세이나 포토북까지 어느 주제도 상관없습니다. 여행을 주제로 한 책을 알리고 싶다면 ‘여책저책’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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